▲금희의 여행아오지에서 서울까지 4년에 걸친 긴 여정과 북한에서의 유년을
일기체로 풀어 낸 탈북청소년 최금희씨의 책이다.
민들레 출판사
금희씨는 2007년 길고 험난했던 여정과 북한에서의 어린 시절 추억을 엮어 <금희의 여행>이라는 제목으로 출간했다. 그 책은 동화처럼 아주 쉽고 간결한 문체지만 픽션이 아닌 논픽션이라 읽는 이들에게 주는 '울림'과 '감동'이 남다를 수밖에 없다.
책에는 산과 들을 뛰어다니며 친구들과 '쌔감지'(소꿉놀이)를 하고, 딱지치기를 하고, 도랑에 둑을 만들며 놀던 소중한 유년의 추억들이 고스란히 들어 있다.
"사람들은 굶어죽는 곳에서 나와 배불리 먹고 자유도 누리니 당연히 이곳이 행복할 것이라고 생각해요. 북한에서 배고프고 먹고 살기는 힘들었지만 내가 뛰놀던 산이 있고, 친구가 있고, 학교가 있고, 15년이나 살았던 곳인데 한 순간에 잊힐 수야 없지요."인간의 삶이 결코 '먹을 것' 만으로 살아지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한국, 바라던 '희망의 땅'은 아니지만..."금희씨는 처음에는 배고픈 북한 땅을 떠나 온 것이 100% 만족스럽지만은 않았다. 영영 이별해야 한다는 말 대신 사탕을 친구들의 손에 건네주고 억지로 울음을 참으며 작별 인사를 대신한 어린 소녀, 잘못한 것도 없는데 고향을 떠나야 하고 더군다나 잡히면 감옥에 가거나 버마, 태국 등지로 추방당하는 현실을 이해하기 상당히 힘들었다.
금희씨 가족은 어디서나 마음을 졸이며 살아야 했고 죽음의 고비도 여러 번 넘겼다. 난파의 위험 속에 목숨을 포기하다시피한 적도 있었다.
"배를 타고 중국으로 가는데 배에 물이 들어왔어요. 가족이 교대로 물을 퍼내는데 계속 하다 보니까 팔에 힘이 없는 거예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내가 물을 퍼서 들어다가 내 머리에 붓고 있는 거예요. 밤에는 그냥 쓰러졌죠. 물이 차니까 엔진이 멎고… 퍼내고 또 퍼내고… 또 퍼내고…."기적적으로 중국어선에게 구출된 금희씨 가족은 중국에서 1년을 살았다. 북한 국적을 속이고 식당에서 일하기도 했고 버마로 갔다 잡혀서 40일간 감옥살이를 하기도 했다. 꿈 많은 어린 소녀가 감당하기엔 너무나 버거운 일들이었다. 그렇게 힘든 여정 끝에 태국을 거쳐 한국 땅에 온 것이 2003년이었지만 한국은 바라던 '희망의 땅'이 아니었다.
한국에서 배를 곯지는 않았지만 금희씨는 늘 외롭고 힘들었다. 무엇보다 그녀를 힘들게 한 것은 한국 사람들의 차가운 시선과 무관심, 탈북자라고 하면 무조건 색안경을 끼고 보는 어른들의 비뚤어진 시선이었다. 대학을 가려고 검정고시 학원에 다녔지만 자기 너무 다른 한국의 아이들을 보고 두 달만에 그만두고 아르바이트를 했다.
2003년 탈북 청소년 대안학교인 '똘배학교'와 '셋넷 학교'에서 박상영 선생님을 비롯해 좋은 선생들을 만나게 되면서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했다. 지금은 검정고시를 거쳐 남동생과 나란히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중국어를 전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