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호박 경단 속에 무엇이 들어 있을까?

등록 2007.12.19 16:37수정 2007.12.19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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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단호박 경단 빚어서 쟁반가득 담기

단호박 경단 빚어서 쟁반가득 담기 ⓒ 안부섭


오늘(19일)은 대통령 선거일. 투표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 궁금한 마음에 TV를 켠다. 투표결과는 늦은 저녁이나 내일이 되어야 알 수 있을 것 같아서 TV를 다시 끈다. 투표 결과의 궁금증을 달래줄 수 있는 일이 없을까 궁리하다 거실 한 켠에 놓인 단호박을 발견했다.


"아하! 그래, 오늘은 단호박 경단을 만들어 볼까?"

농사지어서 썩지 않게 잘 보관했다가 겨울 영양식을 만들어 먹으려고 거실 창가에 보관해 두었던 단호박을 이용해 투표 결과의 궁금증도 가라앉히고 오순도순 경단 빚는 즐거움도 누릴 겸 단호박 파티를 열자고 가족들에게 제의했더니 모두 찬성이다.

a  노란 단호박은 반을 잘라 속을 파낸다.

노란 단호박은 반을 잘라 속을 파낸다. ⓒ 안부섭


단호박은 무기염류가 풍부하고 비타민B·C가 많이 들어 있어 주식대용으로도 먹는데 식욕을 증가시켜 주기도 한단다. 하지만 소화시간이 길어 만성 위장 장애가 있거나 가스가 잘 차는 사람은 피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흥부가 박을 탈 때의 기분을 상상하며 단호박의 노란 속을 파낸다. 겉과는 전혀 다른 예쁜 속이 나타나면 노란색의 화사함에 경단 만들기 준비작업이 저절로 신이난다. "와우, 호박 속 색깔이 어쩜 이렇게 예쁠까"라고 감탄하면서 준비한다.

a  김이 오른 찜기에 호박을 찐다.

김이 오른 찜기에 호박을 찐다. ⓒ 안부섭


김이 오른 찜기에 단호박을 넣어 20분 정도 쪄서, 젓가락으로 찔러 보면 익은 걸 알 수 있다. 단호박이 익으면 껍데기는 발라내고 노란 속은 찹쌀가루와 혼합해 반죽한다.


a  찹쌀가루에 호박속을 넣어 반죽하기

찹쌀가루에 호박속을 넣어 반죽하기 ⓒ 안부섭


찹쌀가루에 물은 넣지 않는다. 단호박 쪄낸 것만 넣어도 반죽이 잘 된다. 반죽은 오랫동안 치대야 경단이 쫄깃해진다. 찹쌀가루와 단호박이 만나면 기가 막힌 색깔이 탄생된다. 자꾸 치대보니 예쁜 색깔에 반하게 되어 집에 있는 재료를 이용해 색다른 경단을 만들어 보기로 했다. (과연 경단 속에 무엇이 들어갈까?)

a  경단소로 땅콩과 건포도를 넣는다.

경단소로 땅콩과 건포도를 넣는다. ⓒ 안부섭


경단소로 땅콩과 건포도를 넣어 보기로 했다. 집에 있는 재료를 있는 대로 활용해서 만들어보고 다음엔 더 색다른 소를 준비해 만들어 볼 생각이다. 송편 먹을 때마다 과연 어떤 소가 들어 있을까 궁금해 하면서 먹던 기억을 떠올려 보게 된다. 겉모습만으로는 알 수가 없는 신비스러운 송편소의 궁금증같이 경단소도 여러 가지를 넣어 먹을 때마다 느끼는 재미를 쏠쏠하게 느껴보고 싶었다.


a  경단소로 건포도를 넣는다.

경단소로 건포도를 넣는다. ⓒ 안부섭


동글동글하게 반죽을 떼어서 땅콩과 건포도를 소로 넣는다. 요새는 단호박으로 만든 요리가 많이 알려지고 있다. TV나 요리책을 보면 단호박 요리가 무궁무진하게 많다는 걸 알 수 있다. 우리 집에선 주로 호박죽을 쑤어먹거나 손님이 오실 때 경단을 빚어 예쁘게 담아내는데 손님들이 예쁜 모양에 감탄하며 맛도 그만이라고 칭찬을 하곤 한다.

a  끓는 물에 삶아내기

끓는 물에 삶아내기 ⓒ 안부섭


끓는 물에 경단을 넣어 동동 뜨면 찬물에 넣어 건져낸다. 물이 끓을 때 경단을 넣으면 밑으로 가라앉다가 차츰 한 개 두 개 동동 떠오르는 걸 보면 신기하다. 찬물에 잘 헹구어 내야지 경단이 풀어지지 않는다.

a  경단에 묻힐 카스텔라

경단에 묻힐 카스텔라 ⓒ 안부섭


경단고물은 카스텔라를 묻힌다. 카스텔라의 윗부분과 아랫부분은 발려내고 노란 부분만
사용한다. 발려낸 카스텔라는 고운 체에 걸러 경단고물로 사용한다.

a  카스텔라 고물에 묻힌다.

카스텔라 고물에 묻힌다. ⓒ 안부섭


노랗게 익은 경단을 재빠르게 카스텔라 고물에 묻혀서 내놓는다. 반죽할 때보다 끓는 물에 익혀낸 경단은 그야말로 환상적인 색깔이다. 가족들이 합작으로 만들어낸 경단이 솥에서 나오면 바로 카스텔라에 묻혀서 서로 한 입씩 입에 넣어주며 맛을 본다.

"음, 환상이다! 와우, 맛있다! 역시 손수 빚어 만든 경단 맛이 최고다!"라고 식구들마다 한마디씩 한다. "역시 우리 엄마 솜씨가 최고예요"라고 아들이 엄마를 추켜세운다.

a  단호박 경단의 마침표

단호박 경단의 마침표 ⓒ 안부섭


투표를 치르고 한가한 오후 시간, 가족이 모여 앉아 빚어낸 단호박 경단은 달콤한 가족의 손맛과 정성이 어우러져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경단이 되었다.
#경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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