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1%'만의 성공은 아니겠죠?"

졸업 앞둔 대학생이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에게 보내는 편지

등록 2007.12.21 09:32수정 2007.12.21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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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이명박 17대 대통령 당선자

이명박 17대 대통령 당선자 ⓒ 권우성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17대 대선 레이스가 막을 내렸습니다. 먼저 제 17대 대통령에 당선된 한나라당 이명박 당선자에게 축하의 말을 전합니다. 그리고 함께 뛴 다른 후보들에게도 심심한 위로의 말을 건넵니다.

 

저는 서울의 한 야간대학에 다니는 평범한 대학생입니다. 낮에는 학교 방송국에서 근로 장학생으로 일하고 저녁에는 학교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솔직히 공부를 잘 못해 야간대학에 들어가서인지, 이 점을 밝히기가 조금은 부끄럽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편지를 보내게 된 것은 우리 서민들의 간절한 바람을 전해드리기 위해서입니다.

 

대통령 당선자님... 우리 모두 성공하고 싶습니다

 

이번 대선의 화두는 '경제'였죠. 침체된 경제 때문인지 '성공'하고 싶은 국민들의 마음이 이런 신드롬을 만든 것 같습니다. 저도 이 부분의 중요성을 몸소 느끼고 있는 사람입니다. 당장 졸업이 코앞에 놓였는데, 취업 문제를 생각하니 마음이 답답합니다.

 

하지만 '경제 살리기'와 '국민 성공시대'를 외쳤던 이명박 당선자에게 솔직히 표를 던지진 않았습니다. 이명박 당선자께서 말하는 '성공'이란 단어가 잘 실감이 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명박 당선자의 성공 스토리는 저도 익히 들어 잘 알고 있습니다. 저처럼 야간학교를 다니며, 열심히 성공의 꿈을 키워왔던 점을 존경합니다. 또 현대건설 평사원으로 입사해 사장의 자리까지 오른 당선자의 모습은, 누구나 열심히 일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해줍니다.

 

하지만 대통령이 되기 위해 이명박 당선자께서 내놓았던 공약들을 살펴보면, '성공의 문제'에 있어 자율성과 시장 논리를 강조하는 것 같습니다. 대표적으로 이명박 당선자의 '교육 정책'과 '청년실업·비정규직 정책'을 지적하고자 합니다. 이 문제는 대학입학과 취업으로 이어지기에 ‘성공의 열쇠’가 되는 중요한 부분입니다.

 

우선 교육 문제를 이야기 해볼까 합니다. 교육은 가난의 대물림을 끊을 수 있고 모든 사람들에게 성공할 수 있는 균등한 기회를 줍니다. 교육은 '성공의 사다리'입니다. 하지만 '3불 정책(본고사·고교등급제·기여입학제 금지)' 폐지, 자립형사립고 100개 건설 등을 골자로 한, 이명박 당선자의 교육정책은 자칫 사교육시장의 과열을 불러올 수 있습니다.

 

교육은 '성공의 사다리'... 이제 강남에서 용 난다?

 

a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교육정책은 '3불 정책(본고사·고교등급제·기여입학제 금지)'의 단계적 폐지를 골자로 하고 있다. 이를 통해 대학의 자율성을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3불 정책'의 폐지를 강력히 주장하고 있는 서울대의 모습)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교육정책은 '3불 정책(본고사·고교등급제·기여입학제 금지)'의 단계적 폐지를 골자로 하고 있다. 이를 통해 대학의 자율성을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3불 정책'의 폐지를 강력히 주장하고 있는 서울대의 모습) ⓒ 권우성

대학 학생선발의 자율성 보장. 물론 좋은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각 대학들에게 학생선발의 자율권을 주게 되면, 우수한 학생을 유치하려는 대학들의 욕심으로 자칫 무리한 전형방법이 도입될 수 있습니다. 학교교과과정 이상의 수준을 요구하는 '본고사 부활'이 대표적입니다.

 

갑자기 대학입시를 준비하던 학창시절이 생각납니다. 저는 공부를 잘 못해 야간대학에 다니고 있지만, 고등학교 시절 공부를 멀리 하진 않았습니다. 학교 교과과정(내신)에 충실했습니다. 대신 사설 입시학원에는 다니지 않는 학생이었습니다.

 

학교 공부만 열심히 하면 좋은 대학에 갈 수 있다는 선생님의 말을 '철떡' 같이 믿었기 때문입니다. 매 수업을 충실히 듣고, 방과 후에는 학교에 남아 선생님 지도하에 자습을 했습니다. 주변 친구들은 유명 입시학원 혹은 집에서 과외를 받는 시간에 저는 학교 교실을 지켰습니다.

 

친구들은 저를 '바보'라고 했습니다. 수능시험 문제는 학원 강의실에서 나온다는 것이었습니다. 고득점을 받기 위해서는 학교 교과과정에 대한 이해도 필요하지만, 문제를 푸는 요령이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플러스 알파'가 중요하다는 것이죠.

 

결과는 대학입시 실패. 그리고 1년간의 철없던 방황…. IMF 외환위기, 어려워진 당시 가정형편으로 사설학원에 다니지 못한 후회 그리고 학교수업만 열심히 하면 좋은 대학에 갈 거라고 믿었던 순진한 마음은 어린 제게 씻을 수 없는 아픔만을 남겼습니다.

 

대학졸업 뒤 '성공의 문'은 너무나 좁다

 

a  대학을 나와도 '성공의 문'은 너무나 좁다. 일자리를 구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청년실업문제'는 심각한 사회적 문제이다. (사진은 지난 8월 한나라당 대선예비후보 합동연설회에 참석한 대학생들이, '취직 좀 시켜주면 안 되겠니'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있는 모습)

대학을 나와도 '성공의 문'은 너무나 좁다. 일자리를 구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청년실업문제'는 심각한 사회적 문제이다. (사진은 지난 8월 한나라당 대선예비후보 합동연설회에 참석한 대학생들이, '취직 좀 시켜주면 안 되겠니'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있는 모습) ⓒ 이종호

다시 이야기를 대학졸업을 앞둔 제 현실로 옮기겠습니다. 200만 명의 청년실업자, 850만 명의 비정규직 노동자…. 사회진출을 앞둔 제게 드리워진 어두운 현실은 마음을 무겁게 만듭니다. 내년 이맘때 제 모습은 어떨까요. 부모님 눈치를 피하려고 하루 종일 동네 도서실에 틀어박혀 있는 모습. 아니면 정규직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비정규직 노동자가 되어 있을까요.

 

지난 11일 이명박 당선자는 '민생경제 살리기 종합계획'을 발표하셨습니다. "현재 7.9%인 청년실업률을 4% 이하로 낮추고 매년 60만개 일자리 창출하겠다"는 공약이었습니다. 이를 위해 "성장률이 2~3% 포인트 올라가면 투자가 늘어 일자리가 창출된다. 기업환경이 개선되면 사업체 수가 증가해, 자연히 일자리도 같이 늘어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하지만 청년실업문제의 해법으로 제시한 성장 중심의 시장논리가 과연 '만병통치약'일까요. 그동안 우리나라는 70년대 개발독재 시대의 급격한 경제성장으로 '성장통'을 앓아왔습니다. 정부의 과도한 경기부양책으로 생긴 각종 부작용들, 기업의 방만한 경영으로 인한 대량해고 사태. 이 때문에 IMF 외환위기, 소득의 양극화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지난 11월 30일 명동YMCA에서 열린 ‘여성정책토론회’에서, 이명박 당선자께서는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기업들에게 정규직을 하도록 정책적으로 배려할 필요가 있다.(중략) 그러나 기본적으로는 경제가 성장하면 비정규직을 하더라도 괜찮다."

 

이 말을 들은 저는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비정규직이 되고 싶은 사람은 아마 없을 것입니다. 또 단지 능력이 모자라 비정규직이 되는 것만도 아닐 것입니다. 비정규직은 천민자본주의가 만들어낸 잘못된 고용구조입니다. 비정규직을 줄이고 없애는 것이 건전한 자본주의를 만들어가는 데 초석이 될 것입니다. 성장지상주의를 위해 비정규직을 유지하겠다는 생각은 잘못된 것 같습니다.

 

너무 말이 길어졌습니다. 글을 쓰며 축하의 말보다는 따끔한 질책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평범한 시민의 애정 어린 관심으로 이해해 주십시오.

 

교육이 희망이 될 수 있는 나라, 취업걱정 없는 나라 그리고 비정규직이 없는 나라…. 저는 이 모든 것이 실현되어 '성공의 열쇠'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99%의 평범한 시민들도 성공할 수 있는 진정한 '국민 성공시대'를 꿈꿔봅니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지혜와 열정을 기대해 봅니다.

2007.12.21 09:32ⓒ 2007 OhmyNews
#이명박 #청년실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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