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온 대성당에서오색의 스테인드글라스
JH
정오쯤 대충 일이 마무리되어 시에스타 전에 도시를 둘러보기로 했다. 지도를 한 번 훑어보고는 가방 속에 밀어 넣었다. 오늘은 발길 닿는 대로 걸어보자. 분주한 대로를 따라 사람들의 인파에 휩쓸리듯 이리저리 움직였다. 처음 들어가 본 스페인 서점에서 순례의 또 다른 길 '카미노 델 노르테(Camino del Norte)'에 대한 책을 볼 수 있었다. 해안을 따라 걷는 순례라…, 욕심이 났다.
그리고 도시의 또 다른 성당을 찾아가 보고, 동네 재래시장에서 처음으로 본 포도와 검은색 복숭아를 샀다. 어느새 점심시간이 가까워져 눈은 적당한 식당을 찾기 시작했다. 골목골목을 샅샅이 휘젓다 노천에 나와 있는 식탁에 깔린 자주색 테이블보가 마음에 들어 무작정 자리를 잡고 앉았다. 푸실리 파스타에 양념통닭 냄새가 나는 닭과 감자요리, 그리고 앞으로 나의 단골 디저트가 된 '아로즈 콘 레체(Arroz con Leche, 달콤한 크림에 밥을 넣고 시나몬가루를 뿌린 것)'을 양껏 먹었다. 이 한 상이 오늘의 처음이자 마지막 식사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곧 옆 테이블에 신문을 펼치고 앉은 식당 주인 같은 남자가 큰 소리로 웃다 갑자기 고함을 지르기도 하며 음식을 먹는다. 그리고 그 주변을 잔뜩 긴장한 기색이 역력한 식당의 일손들이 바지런히 오고간다. 그들을 멍하니 바라보다 눈을 마주치면 난처해질 것 같아 곧 고개를 돌려 하늘을 쳐다보았다.
어제는 펜션을 찾는데 30여분을 소비하고 오늘은 점심을 먹을 식당을 찾는데 꽤 오랜 시간 발품을 판다. 하나의 숙소, 하나의 식당이 전부인 마을에서는 그저 감사히 받는 것 말고는 할 일이 없는데. 과연 '찾는다'는 것은 무엇일까? '찾는' 일에 온 힘을 쏟다 진이 빠지는 일을 나는 하고 있는 걸까? 사실은 매양 같은 건데, 괜히 '더', '더'를 찾다 결국 아무것도 아닌 게 되어 버리는 게 삶일까?오늘의 유일한 한 끼는 공들여 찾은 성과가 과해, 주는 대로 열심히 받아먹은 덕에 과식하고 말았다. 쪼로로 숙소로 돌아와 침대에 몸을 모로 눕힌 채 꼼짝없이 있었다. 마치 보아 뱀이 코끼리를 통째 삼키고 소화시키기 위해 꼼짝하지 않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