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하다, 미안하다, 정말 미안하다

[슬라이드] 십리포는 다시 생명이 살아 숨쉬는 바다가 될 수 있을까?

등록 2007.12.21 09:56수정 2007.12.21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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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우리 인간들이 무슨 짓을 한 것일까?
 

생명이 살아 숨쉬던 그곳은 죽음의 그림자가 검게 뒤덮고 있었다. 이제라도 잘못을 용서해달라고,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마음이 무거워서 안 되겠다고 각지에서 달려온 자원봉사자들이 십리포해변에 가득했다.

 

a  기름을 뒤집어 쓰고 죽어가는 생명들 그들의 몸짓은 힘겨워 보였다. 갯바위에서 유일하게 만난 생명체였다.

기름을 뒤집어 쓰고 죽어가는 생명들 그들의 몸짓은 힘겨워 보였다. 갯바위에서 유일하게 만난 생명체였다. ⓒ 김민수

▲ 기름을 뒤집어 쓰고 죽어가는 생명들 그들의 몸짓은 힘겨워 보였다. 갯바위에서 유일하게 만난 생명체였다. ⓒ 김민수
 
그러나 바다는 이미 죽어가고 있었다.
 
다시 회복되는 데 20년이 걸릴 것이라는 보도가 있었지만 실재로 그곳에 서보니 그보다 몇 십배 오랜 세월이 걸려야 회복될 것 같았다. 십리포 해안가에 접한 의항2리는 자원봉사자들의 발걸음만 분주할 뿐 생기를 잃어버린 흔적이 역력했다. 을씨년스러웠다.
 
"이런 일 나면 없는 사람들만 죽지요. 그나마 양식장이 있는 사람들이나 보상 받을 수 있는 사람들은 조금 낫지. 일용노동자들이나 그 날 그 날 바다에 나가 생계를 이어가던 사람들은 어디 하소연을 하우."
 
a 의항리 어민들 사형선고를 받은 바다를 바라보며 한숨짓는 어민들

의항리 어민들 사형선고를 받은 바다를 바라보며 한숨짓는 어민들 ⓒ 김민수

▲ 의항리 어민들 사형선고를 받은 바다를 바라보며 한숨짓는 어민들 ⓒ 김민수
닦아도 닦아도 기름때는 없어지지 않았고, 모래는 파면 팔수록 유전처럼 검은 기름이 나왔다. 기름을 닦아내며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것이 고작 이것밖에 없는 것인지 답답했다. 이제 바다를 어미 삼아 살던 이들은 긴 세월 죽음의 바다를 등지고 어떻게 살아갈까? 그 바다가 다시 생명을 얻었을 때는 바다와 더불어 사는 법을 아는 이들이 그 곳에 남아 있기라도 할까?
 
그 곳을 떠나며 '미안하다, 미안하다, 정말 미안하다' 이 말밖에는 할 수가 없었다.
2007.12.21 09:56ⓒ 2007 OhmyNews
#십리포 #기름유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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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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