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민·기주연·김슬옹 짚신문학상 받아

제7회 짚신문학상 시상식 열려

등록 2007.12.21 15:27수정 2007.12.21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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짚신문학상 시상식 짚신문학회 제7회 짚신문학상 시상식 모습 ⓒ 김영조

▲ 짚신문학상 시상식 짚신문학회 제7회 짚신문학상 시상식 모습 ⓒ 김영조

"죽장망혜(竹杖芒鞋) 단표자(單瓢子)로 천리강산(千里江山) 들어가니 폭포(瀑布)도 장히 좋다마는 여산(廬山)이 여기로다…."

 

위 대목은 판소리를 부르기 전에 목을 풀고자 부르는 짧은 노래 단가(短歌) 가운데 하나인 ‘죽장망혜(竹杖芒鞋)’ 사설 일부이다. ‘죽장망혜’는 주로 남도지방에서 널리 불리던 노래로 만든 사람은 모르며, 중모리장단에 맞춰 부른다. 여기서 죽장(竹杖)은 ‘대지팡이’이며, 망혜는 '마혜(麻鞋)'를 말하는 것으로 삼이나 노 따위로 짚신처럼 삼은 미투리를 말합니다.

 

대지팡이를 짚고, 미투리를 신고, 조롱박만을 찬 간소한 차림으로 세상의 부귀영화를 다 버린 채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산천을 구경한다는 내용으로 되어 있는데, 꿋꿋하고 평화로운 느낌을 준다.

 

이 미투리와 비슷한 짚신은 “볏짚으로 삼은 신”으로 말한다. 짚신은 마한시대의 문헌에 나타날 만큼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신인데 짚 외에 삼, 칡, 닥껍질로 만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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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춘 회장 짚신문학상 시상식에서 인사말을 하는 오동춘 회장 ⓒ 김영조

▲ 오동춘 회장 짚신문학상 시상식에서 인사말을 하는 오동춘 회장 ⓒ 김영조

조선 후기의 학자 성호 이익의 백과사전식 책인 <성호사설(星湖僿說)>에 보면 “망갹(짚신의 한자말)은 가난한 사람들이 늘 신는 신이지만 옛사람들은 이를 부끄럽게 여기지 않았다”란 말이 나온다. 조선시대엔 사치스런 양반들이 판치는 세상인 듯하지만 그래도 검소한 생활이 보편적인 풍속이었던가 보다.

 

이 소박한 가을 하늘 같은 한국의 얼인 “짚신정신”을 추구하는 “짚신문학회(회장 오동춘)”가 있다. “짚신문학회”가 12월 20일 늦은 5시 서울 기독교회관 2층 강당에서 국립국어원, 한글학회, 세종대왕기념사업회, 외솔회, 환경미술협회 후원으로 제7회 짚신문학상 시상식을 했다.

 

다른 단체와는 달리 애국가를 4절까지 부르는 이 단체는 먼저 오동춘 회장이 “짚신정신, 선비정신으로 더욱 문학활동을 잘하도록 우리 짚신문학회에서는 올해로 7번째 짚신문학상을 베푼다. 밝고 고운 창의력으로 더욱 여물고 알찬 작품을 창작해 달라는 뜻이다. 짚신문학상 수상자들은 모범적인 나라 겨레 사람의 짚신선비가 될 일이다”라고 인사말을 한다.

 

이어서 짚신문학상 심사위원인 조병무 전 현대시인협회 회장은 “시 부문 수상작 ‘행복의 뜨락’은 그리움을 담은 마음, 깊은 통찰, 영감이 빚은 순수시다. 또 수필 부문 수상작 ‘연습’은 자신의 사색과 정서를 잘 표현했으며, 평론 부문 수상작 ‘훈민정음은 과학이다’는 문학을 하는 모든 이가 꼭 보아야 할 작품으로 논리적, 기술적 전개 방법이 뛰어나다”라고 심사평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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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을 받는 조성민 씨 짚신문학상 시 부분 상을 받는 조성민 씨 ⓒ 김영조

▲ 상을 받는 조성민 씨 짚신문학상 시 부분 상을 받는 조성민 씨 ⓒ 김영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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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을 받는 기주연 씨 짚신문학상 수필 부분 상을 받는 기주연 씨 ⓒ 김영조

▲ 상을 받는 기주연 씨 짚신문학상 수필 부분 상을 받는 기주연 씨 ⓒ 김영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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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을 받는 김슬옹 씨 대학 때 은사인 외솔회 김석득 회장(전 연세대 부총장)으로부터 짚신문학상 평론 부분 상을 받는 김슬옹 씨 ⓒ 김영조

▲ 상을 받는 김슬옹 씨 대학 때 은사인 외솔회 김석득 회장(전 연세대 부총장)으로부터 짚신문학상 평론 부분 상을 받는 김슬옹 씨 ⓒ 김영조

 

이날 받은 짚신문학상은 시 부분에 조성민씨의 시집 “행복의 뜨락”, 수필 부분에 기주연씨의 수필 ‘연습“ 외 8편, 평론 부분에 김슬옹씨의 “훈민정음은 과학이다”가 뽑혔다. 또 같이 받은 공로상에는 한경원 목사가 받았다.

 

이후 김계곤 한글학회 이사장, 김승곤 한글학회 회장, 김석득 외솔회 회장의 축사가 있었으며, 국혜숙 씨의 시 축하시 낭송, 이은영씨의 축가, 조성민 시인의 수상시 낭송 등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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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시 낭송, 축가 짚신문학상 수상 축시를 낭독하는 국혜숙 씨(왼쪽), 축가를 하는 이은영 씨 ⓒ 김영조

▲ 축시 낭송, 축가 짚신문학상 수상 축시를 낭독하는 국혜숙 씨(왼쪽), 축가를 하는 이은영 씨 ⓒ 김영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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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 소감을 하는 모습 (왼쪽부터) 수필부분 수상 소감을 말하는 기주연 씨, 평론 부분 수상 소감을 말하는 김슬옹 씨, 수상 시 낭독을 하는 조성민 씨 ⓒ 김영조

▲ 수상 소감을 하는 모습 (왼쪽부터) 수필부분 수상 소감을 말하는 기주연 씨, 평론 부분 수상 소감을 말하는 김슬옹 씨, 수상 시 낭독을 하는 조성민 씨 ⓒ 김영조

 

이날 평론 부분 짚신문학상을 받은 김슬옹 목원대 겸임교수는 수상 소감으로 “저의 어쭙잖은 평론에 짚신문학상이라는 큰 영예를 주신 까닭은 저의 글에 있기보다는 훈민정음 말꽃에 흐르는 그 위대한 짚신 정신에 있을 것입니다. 자연과 소통한 문자 훈민정음의 그 길이, 자연과 소통하며 자연과 하나 되며 먼 길을 걷게 하는 짚신 정신의 길과 같은 길이었음을 이제야 알았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제 짚신을 신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옛 사람들의 짚신 정신은 아직도 우리에게 유효한 것이다. 따라서 아직도 짚신정신을 이 세상에 외치는 이들 짚신문학회는 그래서 세상 사람들의 손뼉을 받는 모양이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07.12.21 15:27 ⓒ 2007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다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짚신문학상 #짚신문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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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으로 우리문화를 쉽고 재미있게 알리는 글쓰기와 강연을 한다. 전 참교육학부모회 서울동북부지회장, 한겨레신문독자주주모임 서울공동대표, 서울동대문중랑시민회의 공동대표를 지냈다. 전통한복을 올바로 계승한 소량, 고품격의 생활한복을 생산판매하는 '솔아솔아푸르른솔아'의 대표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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