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연인들이 '배'를 같이 안 먹는 이유는?

[책으로 읽는 여행 16] 손요의 <이것이 차이나>

등록 2007.12.21 15:44수정 2008.01.25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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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것이 차이나> ⓒ 로그인


현재 경희대학교 무역학과 4학년에 재학 중인 손요씨는 한국어가 좋아 고등학교 졸업 후 무작정 한국으로 유학 온 열혈 여성이다. 한국에서 5년 넘게 생활하면서 한국과 중국의 문화 차이를 실감한 그녀는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하여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중국 문화를 소개한다.

우리가 ‘선생(先生)’이라고 칭할 때는 누군가를 가르치는 사람에 대한 존경의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하지만 중국에서 ‘씨엔셩(先生)’은 비즈니스 상이나 서비스 장소에서 손님을 부를 때 흔히 쓰이는 호칭이다. 실제로 학생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을 표현할 때는 ‘라오스(老師)’라고 해야 한다.


한국과 중국의 공통점은 재래 시장 같은 곳에서 값을 흥정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 부르는 가격의 약 10~20퍼센트 정도를 깎아 이야기하면 되지만 중국은 반 가격으로 무조건 깎아서 얘기해야 한다. 안 그러면 바가지 쓰기 십상. 손요는 한국에 와서 중국 풍습대로 가격의 반을 깎으려 하다 망신당한 적이 있다고 한다.

한국에서는 남자가 여자보다 4살이 많으면 궁합을 볼 필요도 없이 좋다고 하는데 중국에서는 ‘여자가 남자보다 세 살 많으면 금벽돌을 안는다’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세 살 연상의 여성 배우자를 선호한다고 한다. 특히 중국 남성들은 마트에서 장보는 걸 당연히 여기고 가사 일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편이다.

하지만 한국 남자들의 다정다감한 면이 중국 여성들에게 어필하여 요즘 중국에서는 한국 남자들의 인기가 많다. 안재욱이 중국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게 된 것도 그가 드라마에서 따뜻하고 애교 많은 남성 역할을 맡았기 때문. 그러나 보수적이고 가부장적인 한국 남성들과 호랑이라고 불릴 정도로 드센 중국 여성이 결합하여 잘 살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집안일 돕는 중국남성... 결혼 후 90%이상이 맞벌이

중국에 가서 음식을 주문하고 한참을 기다려서 겨우 음식이 나왔는데 종업원이 요리가 담긴 그릇을 던지듯이 탁자에 놓고 젓가락이며 접시며 성의 없이 놓고 가서 황당했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저자 또한 중국에 있을 때에는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는데 한국에 오래 있다가 중국에 가서 이런 불친절함을 만나면 불쾌했다고 한다.


중국 사람들이 이렇게 서빙의 개념이 없는 이유는 아무래도 사회주의 국가다 보니까 머릿속에 모든 사람들을 평등하다는 인식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제가 발전하고 외국인들이 많이 찾아오는 요즘에는 식당마다 서비스 교육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손요가 추천하는 중국의 여행지는 어떤 게 있을까? 제일 먼저 추천하는 곳은 당연히 베이징이다. 베이징은 중국의 수도인 만큼 자금성과 만리장성 등 볼거리가 풍부하다. 개인적으로 저자가 가장 좋아하는 곳은 상하이라고 한다. 하지만 상하이 사람들은 지역감정이 심해서 타지 사람들이 잘 알지 못하는 상하이 사투리를 쓰면서 상대방이 못 알아들으면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중국에 와서 가장 놀라게 되는 것 중 하나는 애정 표현에 과감한 중국 연인들이 아닐까 합니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꽉 껴안거나 입을 맞추는 등의 진한 스킨십을 하는 것은 더 이상 신기한 모습이 아니거든요. 예의를 중요시하는 한국에서라면 어쩌면 손가락질을 받을지도 몰라요. 으슥한 곳에 가면 어김없이 중국의 연인들을 보실 수 있을 거예요.”

중국은 이렇게 개방적인 남녀 관계를 지향한다. 이 책에 따르면 고등학생들이 마음이 통하고 전화로 얘기를 나누는데 일주일 정도 걸리고, 데이트를 하면서 손을 잡고 키스를 하고 마지막 단계까지 가는 데 두 달이 채 안 걸린다고 한다. 이보다 늦어지면 다른 친구들한테 무시당할 수도 있다고 하니 중국이 우리보다 훨씬 개방적이긴 한 것 같다.

중국 사회는 개혁과 개방을 반복하면서 평등 사회로 변화했고, 중국 여성들의 경우 남성들과 동등한 위치에서 모든 일을 함께 의논해서 결정하고 집안일도 함께 한다. 특히 마오쩌둥은 ‘하늘의 반쪽은 여성’이라고 외치면서 여성을 사회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토록 했다. 그때부터 어떤 직업이든 여자들도 일하게 되고, 결혼을 한 후에도 90% 이상이 맞벌이를 한다.

중국에선 몇 번째 생일이 가장 중요할까?

한국에서는 공사장 일꾼이나 택시, 버스 기사의 경우 남자들이 많은데 중국에서는 여자들도 많이 볼 수 있다. 회사 간부나 CEO, 국가정부관원도 여자들이 많다. 물론 자기가 일한 만큼 남자와 똑같이 월급을 받는다. 손요는 우리나라에서 같은 일을 해도 남녀의 월급이 다르고, 채용도 남자를 우선시 한다는 것에 매우 놀랐다고 말한다. 남녀평등에 있어서는 중국이 우리보다 훨씬 앞서 간다는 생각이 든다.

중국에서는 발음이 비슷한 한자끼리 연결시켜서 생각하는 문화가 있다. 8, 6, 9 등의 발음과 비슷한 한자는 좋은 의미로 많이 쓰이며 중국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숫자도 이들이다. 우리는 입원한 환자가 있으면 과일 바구니를 많이 가져가는데 중국에서는 사과나 배 같은 과일을 가져가면 안 된다.

왜냐하면 사과는 ‘핑구어’인데 발음이 비슷한 ‘삥구’가 병들어 죽는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배는 ‘리’인데 ‘헤어지다’라는 의미의 발음도 ‘리’라서 ‘배를 먹고 빨리 세상을 떠나라’라는 의미 같아 선물하지 않는다. 배를 나눠먹는다는 단어는 ‘이별하다’라는 뜻의 ‘펀리’와 발음이 똑같아서 친구나 가족, 연인과는 배를 같이 먹지 않는다.

중국에서는 몇 번째 생일이 가장 중요할까? 한국에서는 아이가 태어난 지 100일이 되는 날과 첫돌을 기념하는데 중국에서는 태어난 지 한 달이 지나면 친한 친척과 친구들을 불러 첫 달 축하 잔치를 한다. 중국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생일은 66번째 생일인데 66이라는 숫자는 리우리우따슌(六六大順)이라고 하여 ‘한평생 순조롭게 살았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중국과 한국은 이렇게 가까우면서도 다르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중국이란 나라는 참 우리와 다르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가까이 있어서 비슷할 거라고 생각하는데 사실 중국은 민족부터 시작하여 환경과 문화까지 완전히 다른 나라다. 다르다고 하여 배척하고 무시할 것이 아니라 그들의 문화를 존중하고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하는 태도가 절실히 요구된다.

이것이 차이나 - 손요가 바라본 한국과 중국

손요 지음,
로그인, 2007


#여행서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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