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께 보내는 공개 질문

한국판 '대기 정화법 The Clean Air Act'를 손질하실 생각은?

등록 2007.12.22 15:40수정 2007.12.22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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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같은 한나라당 소속 '오세훈' 시장(오 시장은 환경운동에 적극 참여한 경력이 있다)께서 서울에서 운행하는 모든 자동차 배기가스의 이산화탄소와 기타 온실가스 관련 배출가스 비율을 2016년까지 현재보다 최소 30% 이상 감축할 것을 강제하는 조례안을 공표했다고 한다면 대통령으로써 어떻게 하실 건가요?"
  
1. 부시, 시대를 놓치다

 

'대폭적인 규제 완화를 통해 위축되었던 기업 활동을 대대적으로 살리겠다'는 핵심 공약을 갖고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의욕적으로 공식 인수 작업에 착수한 당선자에게 궁금한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한편으론 '규제 완화'의 덫에 빠져들지는 않을지 우려스럽기도 하다. 이유는 2000년 부시가 처음 클린턴으로부터 정권을 빼앗을 당시, 그가 내세웠던 공약들과 많은 맥락에서 흡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8년이 지난 지금 미국은 매년 최고치의 재정 적자를 기록하고 있으며, 올해 2007년 들어서는 서브프라임 모기지와 관련한 신용 문제가 경제를 벼랑으로 끌고 가는 형국이다.

 

그린스펀 전 연준위원장을 비롯한 많은 전문가들은 연말 미국의 스테그플레이션 위기를 경고하고 있다. 빛 좋은 개살구가 입맛을 망쳐 놓은 꼴이라고나 할까? 듣기 좋은 달콤했던 공약들이 나라를 나락으로 몰고 갔는 중이다. 특히, 현재 미국은 기후변화로 인한 전 지구적 위기에 대해 애써 외면하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이유는 부시가 취임 초기부터 강력하게 고수해 오던 '친기업 정책 기조'에서 찾을 수 있다.

 

문제는 국제적 기후변화 조약에서 스스로 소외된 미국이 국제적 비난을 자초함으로써 도덕적 기반을 완전히 상실해 가고 있다는 점이다. 더군다나 에너지 효율에 게을리 함으로써 1차적으론 계속해서 '석유에 의존'하게 되고, 2차적으론 '기술적 혁신'에 뒷쳐지고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상당수 지식인들 사이에선 미국의 고립이 환경 문제로 결정타를 맞을 수 있다는 경고를 내놓고 있는 실정이다.

 

부시가 추구하는 '친기업 정책'은 20세기에 이미 청산되었어야 할 낡은 것이었다. 21세기 정부 권력이 경제를 위해 해야 할 일은 기업이 급변하는 국제적 요구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고 중재하는 것이다. 특히 환경은 절대적 국제 표준으로 정착하고 있지 않은가.

 

부시는 시대를 놓치고 만 것이다.

 

2. 부시, '친 기업 이념'에 사로 잡히다

 

2003년 10월, 미국 최대 주인 캘리포니아에서 그레이 대비스 주지사의 소환으로 이뤄진 선거에서 공화당 소속 영화배우 출신 '아놀드 슈와츠제네거'가 당선되었을 당시만해도 부시는 엄청난 우군을 얻은 것이라고 느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생각은 오래지 않아 곧 깨지고 만다. 재정 적자에 허덕이던 주의 재정을 건전하게 돌려 놓는 수완을 발휘하는가 싶더니, 환경에 있어서 거의 혁명적 수준의 개혁을 단행한다.

 

부시가 꺼려하던 기후변화 협약에 대해서도 공개적으로 참여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등 부시에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인물이 되어 버렸다. 반면 그는 영화배우 시절의 인기를 정치인으로 다시 구가하는 기 현상을 맞이하게 된다.

  
Over the years, California has made 50 waiver requests to regulate smog-forming pollutants and other gases and has never been denied. This was the first request involving emissions of carbon dioxide and other greenhouse gases, which the Bush administration has steadfastly refused to regulate.

 

수 년간, 캘리포니아는 스모그-발생 오염원들과 다른 가스들을 규제하도록 요구하는 50개 항목의 기권안을 만들어 왔다(연방정부가 환경 규제권에 대해 기권하면 주정부가 기준을 만들도록 하는 '1970년 대기 정화법'에 근거한 요구를 준비한 것이다). 이것은 이산화탄소와 기타 온실 가스의 배출 규제를  포함한 최초의 요구였다.  그리고 부시 행정부는 줄곧 이들 배출 가스들을 규제하길 거부해왔고 말이다. (12월 21일, 뉴욕타임즈 사설)
    
잠재해 있던 갈등이 수면 위로 올라오는 순간이 된 것이다. 캘리포니아는 다가오는 국제적 기후변화 움직임에 대비해 미래를 준비하고 있고, 연방 정부는 자신의 정책적 오류에 갖혀 기업의 눈치를 살피는 형국이 되어 버렸다.

  
The Bush administration’s decision to deny California permission to regulate and reduce global warming emissions from cars and trucks is an indefensible act of executive arrogance that can only be explained as the product of ideological blindness and as a political payoff to the automobile industry.

 

자동차와 트럭으로 부터 배출되는 지구 온난화 물질들을 규제하고 감소시키도록 하는 캘리포니아의 요구를 허가하지 않은 부시 행정부의 결정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행정적 횡포다. 그리고 이는 (친-기업주의라는) 이념적인 맹목과 자동차 산업에 대해 정치적으로 보은하는 것으로 밖에는 설명할 수 없는 행태다. (12월 21일, 뉴욕타임즈 사설)
    
부시는 결국 취임 초기의 약속을 지켰다(?). 친 기업 대통령이 되겠다는 확고한 이념의 노예로 우뚝서면서 찬란하게 공약을 완성해내고 말았다. 그리고 미국은 환경 재앙을 재촉하는 제1의 공신으로 국제적 비난을 그의 재임기간 중엔 최소한 받게 되었다.

 

경제적으로도 효율성과 기술 혁신의 동력을 스스로 좌절시키는 영향을 미치게 함으로써, 향후 미국에 상당한 부담으로 남을 것이 분명해 보인다. 한 나라의 지도자가 이념에 사로잡혀 있을 때, 미래가 어떻게 결정되는지 좋은 예를 부시를 통해 공부한 셈이다.

 

부시, '친-기업 이념'에 사로 잡히다.

 

3. 부시, 선택의 여지가 없어지다

 

미국을 향해 기후변화 협약 가입에 대한 국제적 압력이 높아지자, 부시는 2005년 의회 연두 연설에서 느닷없이 '에탄올 경제'를 주창하면서 구체적 일정까지 제시했다. 얼마 후, 브라질로 달려가 에탄올 연구에 대한 각종 협정에 서명한다. 곧이어, 국제 곡물시장이 들썩이더니 가격이 급등하기 시작했다. 이런 급등세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국제적 압력은 피하면서 친 기업 이념에서 벗어나지 않으려고 내놓은 조악한 정책이었다. 브라질의 사례에서 용기를 얻은 아마추어 냄새가 풍기는 아이디어였다. 좀더 연구했다면, 아이오와의 옥수수를 에탄올로 사용하는 발상에서 국제 곡물 가격에 영향를 주지 않는 방향으로 조금 더 진전된 과학적 방법을 채택했을 것이다.

 

이념에 사로잡힌 지도자는 무능으로 자신을 드러낸다. 부시는 국제적 압력과 심지어 국내에서 들끓기 시작한 여론을 더 이상 무시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기업 이념 또한 놓칠 수 없는 사정(?)이 있었던 것이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부시는 겉으로는 환경을 위한 혁신을 강조하고 약속하면서도(에탄올 경제처럼) 실제로는 친 기업, 반 환경 정책을 고수하는 양면성마저 드러낸다.

  
Undeterred, industry tried to insert language in the energy bill that would have gutted E.P.A.’s authority to regulate carbon dioxide and, thus, its authority to grant California its waiver. Congress refused. The automakers also sought relief from the White House and Vice President Cheney. The result of all these machinations was Mr. Johnson’s decision on Wednesday and the ludicrous reasoning that accompanied it.

 

(정부에 의해) 방치된채, 업계는 에너지 법안에 이산화탄소를 규제하고  캘리포니아에 E.P.A.(우리의 환경부에 해당)가 기권을 보낼 수 있는  E.P.A.의 권한을 약탈하려는 문구를 삽입하려 했다. 그러나 의회는 통과시키지 않았다. 또한 자동차 업계는 백악관과 체니 부통령에게 구호 요청을 했다. 이런 음모들의 결과가 존슨(E.P.A. 최고 책임자)의 수요일 결정이었다. 그리고 그는 업계와 놀아나는 우스운 논거를  들이 댔다. (12월 21일, 뉴욕타임즈 사설)
    
It has been hard enough to trust Mr. Bush’s recent assertions that he has finally gotten religion on climate change. It all seems like posturing now.

 

이는 부시 대통령이 마침내 기후 변화에 대한 신념을 갖게 되었다고 최근에 주장한 것을 다 믿기 어렵게 하고 있다. (여태까지 그가 한 주장의) 모두는 지금에 와서는 '그런 척'을 하고 있었다고 판단하게 만든다. (12월 21일, 뉴욕타임즈 사설)
    
언론에 의해 간파된 부시의 이중성은 그가 이중적이어서가 아니다. 잘못된 정책으로 출발한 리더의 마지막 전형적 모습일 뿐이다.

 

부시, 선택의 여지가 없어지다.

 

4. 이명박, 부시를 반면교사로 삼을 수 있을까?

 

이명박 당선자는 '실용주의'와 '기업 활성화'를 핵심 추진 정책으로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이해된다. 그가 '실용주의'와 '친 기업주의'의 늪에, 이념에 빠지지 않길 바란다. 부시의 8년 임기를 반면교사로 삼을 수 있기를 바란다.

 

그러면 맨 앞의 글에서 질문한 내용에 답해 보시길 바란다. 만약 '오세훈' 시장이 미국의 캘리포니아와 같이 2016년까지 서울에서 운행하는 모든 차량의 (온실가스 관련) 배기가스를 현재의 최소 30%를 감축하는 강제 조례를 만든다면 중앙정부는 어떤 태도를 취할 것인가?

 

수도권 인구가 전체의 50% 정도 되니까, 수도권에서 서울로 출퇴근 하는 차량을 감안하면 적어도 한국에서 굴러 다니는 차량의 35%가 이 조건에 맞추어야 한다. 한국 자동차 산업에 '에너지 효율'과 '기술 혁신'의 대대적 수정을 요구하는 간단치 않은 정책이 되는 것이다.

 

물론 기업의 부담이 급격하게 가중되는 듯 느껴질 것이다. 곧바로 기업들이 아우성칠 것이다. '투자 환경이 나쁘다'느니, '규제가 심화되었다'느니 불평하면서 말이다. 그리고 최종적으론 '기업 규제 완화'를 강조했던 청와대로 몰려들 것이다. 

 

이 때 미래의 '이명박 대통령'은 어떻게 할 것인가?

 

'기업 규제 완화'라는 공약에 집착할 것인가? '오세훈' 시장과 충돌할 것인가?

 

이런 상황은 얼마든지 상정할 수 있다. 국내적으로만 충돌하는 것이 아니라, 국제적인 충돌도 가정할 수 있다. 가정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시급하게 직면한 문제들이다.

 

시원 시원한 공약으로 국민들의 관심을 이끌어 내는데 성공했을지는 모르지만, 이명박 당선자의 약속엔 부시의 그림자가 선명하게 느껴진다. 이념의 늪이 보인다. 그가 성공하기 위해서라도 '친 기업 정책'과 함께, '친 경제적 규제 정책'도 함께 고려하는 균형을 잡아야만 한다.

 

이명박, 부시를 반면교사로 삼을 수 있을까? 적어도 ET(Environmental Technology)와 관련해서는 그렇게 되길 바란다. 그리고 한국의 '대기 정화법 The Clean Air Act'을 다시 손질하길 강력하게 제안한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저의 블로그인 http://blog.naver.com/krakory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07.12.22 15:40ⓒ 2007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저의 블로그인 http://blog.naver.com/krakory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이명박 #기후변화 #환경 #경제 #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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