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자' 정동영의 쓸쓸한 뒷모습을 보다

부산의 한 송년모임에 나타난 정동영 후보

등록 2007.12.28 15:28수정 2007.12.28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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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 송년회 모임에서 인사말을 하고있다. ⓒ 진민용

▲ 정동영 송년회 모임에서 인사말을 하고있다. ⓒ 진민용

제17대 대선은 끝나고 이명박 당선자는 그야말로 날개 달린 호랑이가 돼 차기 정부 인수를 준비하고 있다.

 

승자가 있으면 패자도 있는 법. 누가 그랬던가. 전쟁과 선거는 2등이 없다고….

 

이번 대선을 통해 너나없이 난타전에 지친 모습들이지만 유독 정동영 후보의 모습은 보는이로 하여금 안타까움을 더해주는 듯 하다.

 

그는 사실 이번 선거에서 자신의 공약과 정책을 제대로 내 놓지도 못한 채 이명박 때리기에 앞장섰다는 비판을 받으며 유권자들의 외면을 받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그러나 어찌보면 그의 선거전략이 그리 나쁜 것만은 아닌데, 그의 전략에 정작 지지자들이 없었다는게 문제 아닐까.

 

'민생과 경제'라는 고지를 먼저 점령해버린 이명박 앞에서 다른 모든 후보들은 무릎을 꿇어야 했고, 허경영이라는 돈키호테 같은 엉뚱한 후보가 주목을 받는 희한한 선거전이 돼 버리는 바람에 정동영은 바람몰이에도 실패하고 정책의 대결에서도 주목을 받지 못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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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 인사를 하는 그의 씁쓸한 미소가 정치의 현실을 보여주는 듯 하다. ⓒ 진민용

▲ 정동영 인사를 하는 그의 씁쓸한 미소가 정치의 현실을 보여주는 듯 하다. ⓒ 진민용

선거가 끝나고 지구당을 둘러보며 지지자들을 격려하는 듯 지난 27일 저녁에는 부산의 모 호텔에 모습을 드러냈다. 하지만 더 이상 언론의 관심도 시민들의 주목도 받지 못한 한 사람의 모습으로 수행원과 함께 등장하는 그의 모습에서 정치의 현실을 보는 듯 했다.  

 

지역 동호회 모임인 듯 불과 십 여명 남짓한 이 모임에서 그는 자신의 패배에 대한 용서를 구하고 지지에 감사하다는 뜻을 내비쳤다. "여러분의 지지에 보답하지 못한 죄를 용서해 달라"며 "그러나 앞으로도 지지를 계속 해 주셔서 나라의 미래를 함께 이끌어 가도록 하자"고 말했다. 

 

물론 총선이 남았고 전열을 가다듬고 다시 전쟁 준비를 해야하는 입장이지만 당장 대통합민주신당내에서 책임론에 휩싸이고 말았고 그 또한 당장 전선에 뛰어들 입장은 아닐 듯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의 지지자들은 5년 후를 기약하며 쓸쓸한 잔을 들었다.

 

그는 아마도 평생 이처럼 쓴 잔을 마셔본 적이 없지 않았을까….

2007.12.28 15:28 ⓒ 2007 OhmyNews
#정동영 #17대 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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