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황학동 벼룩시장. 노점이 철거되기 전이다.
김대홍
지금 청계천이 복원되면서 청계천변 노점상은 모두 철거돼 동대문 풍물시장 안으로 들어갔고, 남은 노점상들이 동묘 주변에 몰려 있다.
동묘지하철역 1·6호선과 동묘 사이 아주 긴 골목길을 따라 벼룩시장이 만들어져 있다. 1000원짜리 물건이 수두룩하다. 삶은 오리알도 1000원이고 옷도 1000원이다. 가격은 저렴하고 거리는 활기가 넘친다.
동묘와 동묘 벼룩시장이 있는 곳이 서울 종로구 숭인동이다.
숭인동은 1914년 동명 개정 때 조선초부터 있었던 '숭신방'과 '인창방'의 앞 글자를 따서 만든 동네다.
숭인동은 세조의 조카로 비명에 죽은 단종과 깊은 연관이 있는 동네다. 단종의 왕비인 정순왕후 송씨가 영월에서 죽은 단종의 명복을 빌었다고 하는 동망봉과 왕비가 이용했다는 궁안우물이 이 곳에 있고, 정순왕후에게 야채를 주기 위해 만들어진 여인채소시장이 바로 숭인동에 있었다.
숭인동 청룡사 올라가는 길목 마을이 자줏골 또는 자지동이었던 것도 정순왕후와 관계가 있다. 왕비가 이 곳에 살면서 베에 물감을 들일 때 자주색 물이 들었다 해서 붙은 이름이기 때문이다.
또한 숭인동은 <봄봄> <동백꽃> 등을 지은 김유정이 1923년 휘문고등보통학교를 검정으로 입학학 뒤 이사해 산 곳이기도 하다. 지금 서울에서 제일 큰 축산물시장에 성동구 마장동에 있지만, 그 시장은 1961년 숭인동에서 옮겨간 것이다.
12월 몇 차례에 걸쳐 숭인동을 찾았다. 사진 촬영은 기온이 영하로 떨어져 손발이 얼어붙는 느낌이 들던 날 집중해서 했다.
30만원짜리가 단돈 만원? '구라'라도 기분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