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바이트 학생들, 지금 '안전'하십니까?

아르바이트 직업군의 위험도에 따른 대책 마련 시급

등록 2008.01.08 09:15수정 2008.01.08 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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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대학을 다니다 모처럼 집에 온 둘째 아들과 식사를 하고 있는데 핸드폰 벨이 울렸다. 거실로 나가 전화를 받고 온 녀석의 안색이 좋지 않다. 수저를 다시 들 엄두도 내지 못하고 한숨이다.

 

대학 친구가 강원도의 한 스키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는데 각막에 염증이 생겼다는 것이다. 지금 병원에서 자칫 실명할 수도 있을 정도로 심각하다는 진단이 나왔다는 것이다.
 
30년 전 군대에서의 경험이 떠오른다. 나는 당시 스키부대에서 복무하고 있었는데 겨울이면 진부령 스키장에서 1주일간 스키훈련을 받았다. 3, 4일이 지나자 병사들 중에는 눈물이 흐르고 눈꼽이 끼는 등 눈에 부작용을 겪는 병사들이 속출하였다.

 

이른바 설맹 또는 설안염이라는 병명을 나중에 들었다. 눈에 반사되는 자외선이 상당히 강해서 생기는 병이었다. 고글 등을 착용하여 자외선을 차단했어야 하는데 당시 군대에서 그런 물품이 있을 리 없었다.

 

병사들의 얼굴도 까맣게 탔다. 스키장은 여름철 바닷가의 햇빛보다 자외선A가 더 강한 곳으로 얼굴을 검게 하기도 하면서 피부 노화를 일으킨다는 것이다. 따라서 스키장에서는 자외선A 차단 표시가 된 선크림을 발라야 한다는 상식을 나중에야 알았다.

 

지금 전국의 스키장에서 많은 대학생들이 학비나 용돈을 벌려고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스키장에서 아르바이트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서 최소한 선글라스나 자외선 차단 크림을 바르고 아르바이트를 하는지 알 수가 없다.

 

아들 친구의 일을 보니 스키장에서 이런 조치가 제대로 취하는지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 어찌 스키장뿐이겠는가? 전국의 수많은 작업장에서 학생들이 위험에 얼마만큼 노출되고 있는지 조사조차 되어 있지 않은 것은 아닌가? 이에 대한 관심과 대책이 시급하다는 생각이다.

 

첫째, 무엇보다도 전국의 아르바이트 학생들에 대한 실태조사부터 시작해야 한다. 임시 계약직인 아르바이트의 성격상 수시로 변할 수밖에 없겠지만 몇 번의 조사를 한다면 대체적인 실태는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실태 조사가 되어야 다음의 조치를 취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아르바이트 직업군에 대한 위험도를 수치화해서 학생들에게 알려줄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1에서 10까지 구분한 다음 이에 해당하는 직업군을 제시해준다면  아르바이트 선택에 도움이 될 것이다.

 

한 지인이 고압 전기가 흐르는 철탑에서 아들이 아르바이트를 했다는 나중에야 듣고 충격을 받았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위험도가 높은 작업장에는 아르바이트를 금지시키거나 필요한 대책을 마련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셋째, 아르바이트 일자리를 제공하는 고용자 측의 인식 전환도 필요하다. 값싼 노동력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아르바이트 학생을 고용하는 것은 좋지만 안전의 중요성도 이에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인식 제고가 필요하다. 특히 위험도가 높은 작업장에서는 적절한 교육이 선행되어야 하고 정부의 적극적인 행정지도도 있어야 한다.

 

넷째, 학생들의 아르바이트 정보 제공, 위험도에 대한 공지, 피해 발생시 피해 신고 및 구제 받을 수 있는 정보 제공 등 종합적인 창구 개설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인터넷을 활용한다면 운영에 크게 부담은 되지 않을 것이다.

 

겨울방학을 맞아 전국의 많은 작업장에서 수많은 학생들이 아르바이트로 학비나 용돈을 벌기 위해 뛰고 있다. 그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학생들이 크고 작은 부상으로 시달리고 있는지 실태조차 파악이 되지 않고 있다. 피해를 당한 학생들이 적절한 보상을 받지 못하는 예도 있을 것이다.

 

아르바이트는 학생들의 사회경험 차원에서도 중요한 교육적 가치를 갖고 있다. 아들 친구의 안타까운 일을 보면서 학생들이 마음 놓고 아르바이트를 할 수 있도록 가시적인 조치가 시급하다는 생각이다.

덧붙이는 글 |  

2008.01.08 09:15 ⓒ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아르바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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