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강 쌍화탕에 감동한 그녀! "내가 고마워요"

전염되는 쌍화탕 사랑

등록 2008.01.10 21:18수정 2008.01.11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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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부터 언니가 소식이 뜸해졌다. '무슨 일 있나?' 속으로 궁금해 하며 연락을 기다리고 있던 터에  문자가 왔다.


"춘희야, 언니 아파 죽을 것 같아 감기가 너무 심해졌어."

그녀는 지난 해부터 나와 이웃에 살게 된 선배 언니다. 아침 저녁으로 연락을 주고 받고 힘든 일 기쁜 일 등을 나눠 온 사이다. 대학 선후배 이기도 한 그녀는 자산하고 따뜻한 맘을 가졌고 언제나 내 편이 되어 주었다. 그런 언니를 내가 많이 좋아하고 따르기도 했다.

매일 연락주고 받고 못한 말 있으면 다시 밤에 문자를 주고 받기 까지 했다. 오죽하면 그 집 딸이 "엄마 ! 춘희 이모랑 사겨?"라고 했을까?

저녁을 먹고 아들아이와 산책을  나간다. 어제부더 그저께 밤보다 차가와진 바람이 어깨를 숙이고 옷깃을 여미게 한다.

집으로 들어오는 길에 약국간판이 보인다. 횡단 보도를 건너다 말고 반대로 돌아서 약국에 들렀다.  쌍화탕보다는 더 약효가 강하다는 생강 쌍화탕을 한 박스 집어들고는 그녀의 집으로 향했다. 갑작스런 방문에 놀란 눈치였지만 쌍화탕을 밀어 넣고 바람처럼 언니네 집을 빠져 나왔다. 어서 쉬라고.


잠시 뒤 횡단보도의 파란 불이 켜지자 나는  아들 아이 손을 잡고 걸었다. 코트 속에서 문자 신호가 울린다.  언니의 문자 하나!

"춘희야 너무 고마워 난 참 복도 많아. 너 같은 후배두 다 있구, 아이 라 뷰~ ㅋㅋ"


언니의 문자를 읽고 핸드폰을 닫는다. 횡단 보도를 건너던 사람들이 힐끔힐끔 나를 돌아본다. 내가 실실 웃고 있는 게 이상하던지….

언니가 행복해 하는 모습에 나도 그만 마음이 따뜻해졌다.

"언니 ! 어서 나아요. 그렇게 말해 주니 내가 더 고마워요."

사실 이 쌍화탕 사랑은 나 혼자만의 창작이 아니었다. 지난 해 내가 몹시 아플 때 이웃 친구가 가져다준 그 때 기분이 아직 내게 남았기 때문이었다. 그 말을 언니께 전하자 언니도 언젠가 누구에게 베풀 거라고 약속했었다.

집으로 돌아와 책장에서 책 한 권을 꺼냈다. 고 피천득 선생님의 수필집 <인연> 중 '선물'을 다시 한 번 읽어본다.

"선물은 뇌물이나 구제품같이 목적이 있어서 주는 것이 아니라, 그저 주고 싶어서 주는 것이다. 구태여 목적을 갖는다면 받는 사람을 기쁘게 하는 것이다.선물은 포샤가 말하는 자애와 같이 주는 사람도 기쁘게 한다. 무엇을 줄까 미리부터 생각하는 기쁨, 상점에 가서 물건을 고르는 기쁨, 그리고 선물을 받고 기뻐하는 것을 바라보는 기쁨, 인편이나 우편으로 보내는 경우에는 받는 사람이 기뻐하는 것을 상상하여 보는 기쁨, 이런 가지가지의 기쁨을 생각할 때 그 물건이 아무리 좋은 물건이라도 아깝지 않는 것이다."

언니의 감기가 빨리 낫기를 기도하며 나는 조용히 책을 덮는다.
#선물 #쌍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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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입니다.세상에는 가슴훈훈한 일들이 참 많은 것 같아요. 힘들고 고통스러울때 등불같은, 때로는 소금같은 기사를 많이 쓰는 것이 제 바람이랍니다.

이 기자의 최신기사 앵그르에서 칸딘스키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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