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지'와 '사료'

어머니의 정성어린 도시락이 그리워지는 것은?

등록 2008.01.14 18:30수정 2008.01.14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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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선생님은 점심 진지를 드십시오. 저희들은 나가서 사료 먹고 오겠습니다.”

 

같이 일하는 선배님이 이렇게 말씀하시곤 하였다. 물론 웃기 위한 말씀이었지만, 선배님의 '진지'와 '사료'라는 말은 너무 심하다고 생각을 하였다.

 

점심시간이 되면 대부분의 수강생들이 우루루 몰려나가는 것을 보면서 나는 집에서 가져온 도시락을 꺼내어서 먹곤 했다. 이런 모습을 본 같은 군내인 평택에서 근무하시는 선배한용석 교감선생님께서 하신 말씀이었다.

 

1980년대 초의 이야기이니 너무 오래된 이야기이다. 그런데 요즘 들어서 이 말의 진짜 뜻을 새삼스럽게 느끼게 되었기에 이제 다시 생각해보게 된 이야기이다.
 

1981년부터 5년간 새로 모집한 방송통신대학의 4년제 코스 덕분에 대학이라는 곳에서 공부를 하게 되었다. 사범학교를 졸업하고 초등학교 교사로 현직에 근무하고 있는 우리의 입장을 생각해서 개설된 학교이기에 출석수업은 방학 중에 2주간 교육대학을 빌려서 실시하였다.

 

이때 우리는 경기도 평택군(당시는 군이었음)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이 10여 명이 함께 공부를 하게 되었다. 점심시간이 되면 모두 점심을 먹으러 나갔지만, 나는 더위에 나가기도 싫고 그 시간에 조용히 책이라도 읽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매일 집에서 도시락을 싸가지고 다녔다. 경제적인 부담도 있지만 아내의 정성과 시간적으로 훨씬 도움이 되기 때문이었다.

 

이런 나에게 부러움 반, 놀림 반으로 하시던 말씀이었지만 나는 늘 별로 싫지 않은 기분으로 받아들이곤 하였다. 물론 이런 것 때문에 함께 어울리지 못하는 아쉬움이 남기는 하였지만, 말이다.

 

그러나 요즘의 각종 식재료들에 쓰이는 조미료나 가짜로 만든 양념류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 당시에 그런 말씀을 하셨던 이유를 새삼 깨닫게 되곤 한다.

 

가짜 고춧가루, 가짜 참기름, 수입산을 국산으로 속여 파는 김치, 양념, 수입산이 국산으로 둔갑한 각종 수산물, 축산물 등 이루다 헤아릴 수조차 없이 수많은 식품들이 먹는 사람들을 불안하게 한다.

 

이렇게 불안한 먹을거리들을 생각하면 아이들에게 주어지는 학교 급식이라고 안심을 할 수 있겠는가 싶어진다. 학교 급식 재료를 납품하는 업자들의 입장에서는 장사를 하는 사람들이 남지 않은 장사를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요즘 같이 물가가 계속 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시장 조사에 의해 최저가로 납품을 해달라는 학교에 어떻게 재료를 사댈 수 있겠는가? 결국 급식 재료를 납품하는 업자들이 손해를 보지 않는 방법은 조금 저급한 재료를 납품 하는 방법밖에는 없을 것이다.

 

물론 식당을 경영하는 사람들 역시 마찬가지가 아니겠는가? 그렇다면 우리가 먹는 외식은 대부분 재료가 저렴한 대체 재료이거나 부실한 것들을 쓰고 있을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지는 것이다.

 

이런 상황을 보면서 집에서 싸가지고 온 도시락은 참으로 가족을 위한 정성과 사랑이 깃들어 있는 식사이고 '진지'가 될 수 있지만, 식당에서 먹는 외식은 끼니를 때우기 위해서 부실한 재료로 적당히 맛을 내어서 먹이는 '사료'라는 말이 실감이 나는 것이다.

 

물론 요즘 학교에서 급식을 하는 것을 보면 엄청나게 청결하고 정성이 깃듯 조리 과정을 거쳐서 정성껏 만들어 준다. 그렇지만 어머니의 입장이 되어서 그것을 자세히 살펴본다면 급식을 먹이는 일이 조금은 망설여지는 경우도 생길 것이다. 왜냐하면 자신의 집에서 자녀를 위해 정성과 사랑이 깃든 한 끼 음식을 준비하는 것과는 다른 대량 생산을 해야 하는 부득이한 환경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내 자녀만을 위해서 내가 만든 음식과 같겠느냐는 생각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말이다.

 

요즘 학교 급식을 시행하면서 학생들에게서 도시락을 사라져 버렸다. 비록 김치 조각과 잘 하면 계란말이 정도 들어 있었지만, 어머니의 정성이 깃든 도시락의 추억을 가진 세대들이라면 비록 맛있는 반찬이 가득하지는 못하더라도 어머니의 정성어린 도시락이 더 정겹고 따뜻한 마음을 가질 수 있었다는 것만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학교 급식으로 사라져버린 도시락에 대한 추억을 되새기면 비록 반찬은 별로일지라도 어머니의 정성이 깃든 도시락이 그리워진다. 그래서 20여 년 전 그 옛날 한 선배님이 들려주었던 이야기가 새삼스럽게 와 닿는 것은 바로 온갖 불량, 가짜 식품이 넘쳐나는 오늘의 현실 때문이 아니겠는가?

덧붙이는 글 | 녹원환경복지뉴스,디지털특파원,개인 불로그 등

2008.01.14 18:30ⓒ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녹원환경복지뉴스,디지털특파원,개인 불로그 등
#도시락 #진지 #사료 #통신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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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아동문학회 상임고문 한글학회 정회원 노년유니온 위원장, 국가브랜드위원회 문화멘토, ***한겨레<주주통신원>,국가인권위원회 노인인권지킴이,꼼꼼한 서울씨 어르신커뮤니티 초대 대표, 전자출판디지털문학 대표, 파워블로거<맨발로 뒷걸음질 쳐온 인생>,문화유산해설사, 서울시인재뱅크 등록강사등으로 활발한 사화 활동 중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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