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당 144시간' 간병노동자 1년이면 '환자 신세'

대구지역 간병노동 실태 '최저임금 절반, 인권 사각지대'

등록 2008.01.16 15:59수정 2008.01.16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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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들로 구성된 간병인 노동기본권확보 공동대책위원회가 조사해 15일 발표한 '실태조사'결과 대부분의 간병노동자들이 인간의 기본권에 미치지 못하는 열악한 처우에 시달리는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 정창오


'의료공공성확보와 간병노동자 노동기본권을 확보하기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에서 15일 오후 7시 발표한 ‘대구지역 중·소·대형병원 간병노동현황 실태조사’ 결과 간병노동자들이 터무니없는 임금 속에 갖은 착취와 열악한 근무조건에 신음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현재 약 25만 명으로 추정되는 간병노동자들은 노동부로부터 ‘가사사용인’으로 분류돼 노동자로서의 지위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최저임금 적용은커녕 4대 보험 적용에서도 철저하게 배제되고 있는 실정이다.

공동대책위원회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간병노동자들의 주 근무형태인 24시간 6일 상주근무인 경우 일요일 오후 2시에 병원에 들어와 토요일 오후 2시까지 매일 24시간씩 주당 144시간의 살인적인 노동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의 간병인들은 휴식시간이 따로 없으며 병원으로 부터의 식사제공이나 교통편의 등 최소한의 지원도 없다.

더군다나 야간에 수면시간 제공에 대한 명시적인 규정이 없어 병실 구석에 쪼그려 잠을 자거나 의자에 기대 자는 '깜박잠(간병노동자들은 이렇게 부른다)'에 의존하고 있으며 그나마 중증환자나 내과, 신경과에서는 아예 잠을 잘 수 없는 실정이다.

하지만 이런 고강도 노동을 통해서 간병노동자들이 손에 쥐는 임금은 통상 100만원 정도로 이를 시간당 임금으로 환산하면 최저임금의 50.8%에 불과한 것이 현실이다.

노동자 신분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으므로 최저임금의 혜택을 전혀 받지 못하는 있는 것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간병노동자 대부분이 혹사로 인한 정신적·육체적 고통이 심각하다는 데 있다.


공동대책위원회의 조사에 따르면 대부분 간병노동자들이 장기적인 야간근무로 인해 불면성 수면장애와 업무의 특성상(과체중 또는 무의식 환자의 체위조정 등) 디스크 등 근골격계 질병을 앓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뿐만 아니라 피로누적으로 인한 면역기능의 저하로 병원성 질환에 감염될 우려가 크며 실제로도 상당한 감염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하지만 간병노동자들이 질병, 감염 등 직업병이 분명한 경우에도 산재처리 등 법적보호를 받는 경우는 거의 없으며 오히려 해고의 사유가 되기 때문에 아프다는 것을 숨기고 일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간병인 생활 1년이면 간병을 받아야 할 정도로 몸이 망가진다”는 한 간병인의 말이 차라리 절규에 가깝게 들리는 현실이다.

병원 측은 간병노동자를 직접 고용할 경우 근로조건에 대한 시비에 말려들 것을 우려해 간병인 공급업체(유료 직업소개소)와 공급계약을 맺고 있어 업체 간의 과당경쟁으로 인해 오히려 간병비가 낮아지는(최저임금대비 07년 55%, 08년 50.8%)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또한 간병업체는 직업안정법 제19조에 따라 매월 3만원 이내의 회비만을 징수해야 하지만 공동대책위원회의 조사 결과 전체 업체의 60% 이상이 이 규정을 위반 3만원 이상의 매월 회비를 간병노동자들에게 부담시키는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교육비, 피복비 등의 명목으로 10~20만원의 비용을 부담시키는 일부 악덕업체도 많은 것으로 조사돼 간병노동자들이 착취의 대상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대구노동지방청의 관계자는 “간병인들은 노동부의 행정해석상 노동자 지위가 없는 상태”라면서 “간병인들에 대한 노동자 신분보장 등은 법령이 마련되지 않는 한 현재로선 대책이 없는 상태”라며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상태다.

공동대책위원회는 우선 특수고용노동자로서의 노동자신분 보장과 간병인에 대한 병원 측의 직접고용, 국·공립병원 등의 간병인 무료소개소의 운영의무화를 간병인 처우개선을 위한 방안으로 내놓고 있다.

최근 경북대병원의 간병인 파업사태에서 보듯이 간병노동자들의 비인권적 처우에 대한 당사자들의 반발과 시민단체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는 것과 관련 지금이라도 정부가 이 문제를 인권에 대한 중요사안으로 인식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간병노동자 #간병인 글로조건 공동대책위원회 #최저임금 #노동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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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신문인 달신문에서 약 4년, 전국아파트신문에서 약 2년의 기자생활을 마쳤으며 2007면 10월부터 대구시 달서구 이곡동에 소재하는 외국인근로자쉼터에서 재직중에 있슴. 인도네시아 근로자를 비롯해 우즈베키스탄 외국인 근로자들의 인권보호와 사고수습 등의 업무를 하고 있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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