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여야가 같은 생각을 가져야"
손학규 "협조적이되 단호하게 할 것"

대선 이후 첫 회동...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 '조직개편' 신경전

등록 2008.01.17 18:49수정 2008.01.17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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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17일 오후 국회를 방문하여 손학규 대통합민주신당 대표를 만나 반갑게 악수를 나누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17일 오후 국회를 방문하여 손학규 대통합민주신당 대표를 만나 반갑게 악수를 나누고 있다. ⓒ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17일 오후 국회를 방문하여 손학규 대통합민주신당 대표를 만나 반갑게 악수를 나누고 있다. ⓒ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은 17일 국회를 방문, 손학규 대통합민주신당(이하 통합신당) 대표를 만나 새 정부의 조직개편안 처리를 위한 협조를 요청했다. 두 사람이 만난 것은 지난 해 대통령 선거 이후 처음이다. 대선 이전에도 손학규 대표가 한나라당을 탈당한 지난  3월 이후 두 사람은 좀처럼 자리를 함께 할 기회가 드물었다.

 

1년 전만 해도 같은 당 내에서 대통령 후보 자리를 놓고 격돌했던 두 사람이, 한 명은 대통령 당선인 자격으로, 다른 한 명은 제1 야당 대표 자격으로 대면하게 된 셈이다.

 

이날 오후 국회 통합신당 대표실에서 만난 두 사람은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반갑게 인사를 나누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손 대표는 대화 도중에 간간히 이 당선인의 손을 움켜잡으며 웃어보였고, 이 당선인도 손 대표에 대해 각별한 친분을 과시했다.

 

그러나 대화가 중반을 넘어서면서 전날(16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정부조직 개편안이 화두로 떠올랐고, 두 사람 간에 서로 공박을 주고받는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1년 전 경선 라이벌, 이제는 당선인-야당 대표로

 

이명박 당선인이 먼저 손학규 대표의 민생 행보에 대해 "보기 좋더라"며 관심을 보였다. 손 대표가 "체질"이라며 "잘 사는 나라 건설하고 경제 발전하고, 궁긍적으로는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행복하게 만들고 싶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그러자 이 당선인은 "일자리도 만들어야 한다"며 "그 점에서 나는 여야가 다르다는 게 이상하다, (여야가) 같은 생각을 갖는 게 이 시대에 맞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손 대표도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맞장구를 친 뒤, "제가 대표에 취임하면서 '경제 건설과 일자리에 관해서는 여야가 없다,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도 손 대표는 "양당정치 중심에서 정부가 아무리 열심히 해도 빈 구멍이 있고, 잘못된 것이나 국민 의사에 반하는 것도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국민을 무시하거나 누르는 것도 있다"며 "정치에서 가장 협조적인 야당, 동시에 단호한 야당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손 대표는 또 "그러니까 저하고 너무 심하게 대립하지 않도록…"이라며 이 당선인의 손을 잡았다.

 

이 당선인도 "그런 지적은 오히려 도움이 되기 때문에 받아야 하고 그렇게 하는 것이 맞다"며 "여야 없이 협력하는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웃으며 화답했다.

 

이 당선인은 이어 "손학규 대표가 하는 길을 아니까…, 나도 뭐 다르게 하는 것이 있겠느냐"며 "오늘 (대표 취임을) 축하도 드릴 겸 앞으로 잘 하겠다는 말씀도 드리려고 왔다. (손 대표에 대한) 기대가 크다"고 추켜세웠다.

 

손 대표는 "국민은 희망의 정치를 바라고 있고, 되도록이면 싸우지 말고 잘 지내길 바란다"며 동의를 표하면서도 "그러나 야당은 야당다워야 한다"고 뼈있는 말을 던졌다. 그러자 이 당선인도 "옛날 식이 아닌 새로운 식으로…"라며 반박했다.

 

'선진·평화'라는 구호를 두고도 두 사람 간에 보이지 않는 신경전이 오갔다. 손 대표는 이 당선인의 손을 붙잡으며 "제가 (한나라당을) 탈당해서 내건 게 선진·평화"라며 "당선인이 제가 썼던 것을 다 빼앗아갔다"고 꼬집었다.
 
이 당선인이 "아, 그래요? 좋은 건 다 썼네"라며 웃어넘겼지만, 손 대표는 "'산업화·민주화를 넘어 선진화로 간다'고 했는데, 대통령 된 분이 워딩까지 그대로 뺏아갔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 당선인은 "좋은 것은 여야를 떠나서 해야지"라며 정면 대응을 피했다.

 

이명박 "손 대표만은 이해할 것"- 손학규 "대통령 일이 너무 많다"

a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17일 오후 손학규 대통합민주신당 대표를 만나 대표취임을 축하하고 정부부처개편안을 설명하고 협조를 구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17일 오후 손학규 대통합민주신당 대표를 만나 대표취임을 축하하고 정부부처개편안을 설명하고 협조를 구하고 있다. ⓒ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17일 오후 손학규 대통합민주신당 대표를 만나 대표취임을 축하하고 정부부처개편안을 설명하고 협조를 구하고 있다. ⓒ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손 대표는 이날 당 내에 정부조직 개편과 관련한 특위를 구성했다고 소개하면서 "(인수위의 개편안에 대해) 생각나는 대로 한두 마디 코멘트하는 게 아니라, 면밀하게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손 대표는 "얼핏 보기에 대통령이 지금 어느 대통령보다 막강한 대통령이 되는 것 같다"며 청와대의 권한 강화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에 이 당선인은 "그렇지 않다, 청와대 장관급 수석들을 전부 차관급으로 낮추고, 경호실도 처장으로 낮췄다"며 "청와대는 내각과 대통령의 중간에서 '조정'이라는 어휘가 적합하지 않을 정도로 효과적인 일을 하게 될 것"이라고 해명했다.

 

손 대표는 다시 "국무총리의 위상이 상당히 격하됐다", "국가인권위원회 등 독립기관이었던 것이 대통령 직속기구가 됐다"며 정부조직 개편안의 문제점을 지적해 들어갔다.

 

"위원회의 활동은 독자적이다", "소속이 돼 있지 않은 위원회는 헌법에 위배된다" 등 계속 해명을 하던 이 당선인은 끝내 "그런 세부적인 것은 나중에 설명을 하겠다"며 논쟁을 피했다. 특히 이 당선인은 "내가 볼 때 다른 사람은 몰라도 손 대표는 이해할 것"이라며 손 대표에게 동의를 구하고 나섰다.

 

그러나 손 대표는 "대통령이 너무 일이 많다"며 개편안에 대한 지적을 이어갔다. 인수위의 통일부 폐지 방침에 대해서도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해서…, 그것도 앞으로 구체적으로 면밀하게 검토하겠다"며 은근히 철회를 압박했다.

 

손 대표는 또 "부처를 통폐합하고, 부처 수를 줄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미래지향적 정부를 만들면서 여성부, 과기정통부, 해수부를 다 (통폐합)하는 것은…"이라며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다.

 

이 당선인은 "(통폐합이 아니라) 융합이고 강화"라고 반박하면서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손 대표는 비공개로 한 대담에서도 "당선인에 대한 기대가 크고, 잘하시겠지만, 일부에선 소외층에 대한 배려를 잘 하겠나, 남북관계가 흔들리지 않을까, 걱정이 있다"고 말했으며 이 당선인은 "한 나라의 국정이 그렇게 크게 왔다갔다 하겠느냐"며 "크게 걱정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고 통합신당의 우상호 대변인이 전했다.

2008.01.17 18:49ⓒ 2008 OhmyNews
#이명박 당선인 #손학규 대표 #정부조직 개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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