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건설사가 운하에 뛰어드나 했더니

[백병규의 미디어워치] 민자사업 집중 조명한 <경향>

등록 2008.01.21 13:12수정 2008.01.21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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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당선인이 한나라당 예비후보 시절인 지난해 6월 17일 오전 서울 대방동 서울여성프라자에서 열린 '한반도대운하 설명회`에서 대형 홍보용 그림을 살펴보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순간 헷갈렸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경부운하를 '100% 민자'로 추진한다고 했을 때 누가 돈을 댈까 궁금했다.

이명박 당선인이 지난 14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경부대운하는 100% 민자사업이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사업을 검토해서 제안이 들어오면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곧바로 현대건설 등 5대 건설업체들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이를 검토한다는 소식도 있었다.

그렇다면 이들 건설업체들이 경부운하 사업비를 다 댄다는 이야기일까? 순간 헷갈렸던 이유다.

이명박 당선인은 빠르면 임기 중에 경부운하 공사를 마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렇다면 아무리 빨라도 경부운하 공사에 4년은 걸린다는 이야기다. 혹자는 10년 가까이 걸릴 것이라고도 한다. 그렇다면 총공사비 15조원 정도나 되는 경부운하 건설비용을 이들 건설업체들이 다 대겠다는 이야기인가 싶었다.

당연히 걱정부터 앞선다. 이들 건설업체들은 그러면 그동안 무엇을 먹고 사나?

1월 21일 <경향신문> '집중진단-민자사업 허와 실(강진구-박재현 기자)'은 그 궁금증을 속 시원하게 풀어준다. 이명박 당선인이 경부운하의 '민자사업'을 자신하고, 내로라하는 건설업체들이 얼씨구나 하고 맞장구를 치고 있는 이유를 알 만 하다.

<경향>, '경부대운하 민자사업' 궁금증, 풀어주다


<경향신문>은 "이당선인이 민자 방식에 집착하는 이유는 바로 수익이 확실하지 않은 사업에 막대한 재정을 투입하는 데 따른 '비난여론'을 돌파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이와 관련 민자사업에 대한 두 가지 '오해'에 대해 주목했다.

첫번째 오해는 "민자사업이므로 국가 재정이 들어가지 않으며 따라서 국민의 부담도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거짓말이다. <경향신문>은 거짓말인 이유로 두 가지를 들었다. 하나는 민자사업이라고 해도 사실은 정부가 그 투자의 상당 부분을 사실상 책임지고 있다는 것이다.

어떻게? 여기에는 이른바 프로젝트 파이낸싱이라는 고전적인 금융 기법이 동원된다. 대운하 사업 등에 금융권이 선투자하고, 나중에 그 원리금투자대금)을 상환받는 방식이다. 문제는 이 프로젝트 파이낸싱에 대해 정부가 보증을 서준다는 데 있다.

<경향>은 "대형 국책 프로젝트의 경우 전체 공사비의 10~20%를 건설사가, 50~60%는 은행과 보험사 등 기관투자자들이 프로젝트 파이낸싱 방식으로 투자하고 정부가 보증을 서는 방식"이어서 민자사업이라고 해도 결코 재정 부담이 없다고 장담할 수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민자사업이라는 것이 따지고 보면 '무늬만 민자사업'인 경우가 많다.

두 번째는 투자 수익도 보장해주는 경우가 많다는 것.

1995년 개정된 '사회간접자본시설에 대한 민간투자법'에는 '최소운영수입 보장제'라는 것이 있었다. 당초 예상 수익보다 실제 운영 수익이 적으면 그 손실의 80~90%를 보전해주도록 돼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 볼 때 한 마디로 땅 짚고 헤엄치기씩 투자가 바로 '민자사업'인 셈이다.

세금으로 수익 보전하고는 민자사업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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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181개 단체로 구성된 경부운하저지국민행동 회원들이 10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한반도운하 TF팀 사무실 있는 서울 삼청동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앞에서 운하TF 해체와 국민검증기구 구성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유성호

<경향>은 그 대표적이 사례로 2006년에 개통한 인천공항철도를 들었다. 현대건설·대림산업 등 민자 사업자들이 출자한 '공항철도'와 맺은 계약에 따라 정부는 2006년 개통 첫해부터 무려 955억 원을 재정 지원해주어야 했다.

당초 인천공항철도 이용객을 하루 16만1300명으로 잡고 이용객이 예상보다 모자랄 경우 부족분의 90%를 재정으로 보전해주기로 했기 때문이다. 개통 후 하루 평균 이용객은 1만2700명으로 당초 예상치의 7%에 불과했다.

정부는 2006년 1월 민간제안사업의 최소운영 수입 보장제를 철폐하고, 정부 고시사업의 보상 수준도 크게 줄였다. 이명박 당선인이 "기업들의 제안이 들어오면 추진하겠다"고 말하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민간에서 제안한 사업은 정부의 법적인 책임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향>은 그렇게는 되지 않을 것이라고 보았다. 두 가지 때문이다. 첫째는 전체 공사비의 50~60%가 결국 정부가 보증하는 프로젝트 파이낸싱으로 조달 될 것이라는 점이다. 둘째로는 정부가 결국 코가 꿰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경향>이 한 건설사 관계자의 다음과 같은 말을 인용했다.

"건설사가 일단 수익성이 있다고 판단해 대운하 사업을 위해 하천을 파내다가 수익성이 안 맞아 공사를 못하겠다고 나오면 정부가 공사를 그만두라고 할 수 있겠느냐?"

<경향>이 지적하지 않았지만, 사실은 이에 앞서 먼저 짚어야 할 대목이 하나 있다. 경부대운하는 이명박 당선인이 공약으로 제시했던 사업이다. 그런데 모양은 민간 기업에서 제안하는 방식으로 하겠다는 것이다. 앞뒤가 바뀌었다. 그 첫 출발부터 '작위적'이다.

경부대운하 공약, 첫 출발부터 '작위적'?

또 '프로젝트 파이낸싱'이라는 고전적인 금융기법만 활용될까? 인수위원회는 며칠 전 '지분형 주택 분양제도'라는 반값 아파트 방안을 내놓았다. 영국 등지에서 도입한 제도이긴 하지만, 발상이 참신하다. 한마디로 새로운 파생 금융투자 상품 하나를 내놓은 것이다.

매매 가격 안정을 최우선해야 할 주택 분야에서 까지도 '투자수익'을 전제로 한 주택투자 파생상품을 만들어내는 이명박 당선인 관계자들이 '운하'라는 대규모 소재를 두고 가만있을 리 만무하다.

아마도 앞으로 은행과 증권회사에서 '경부대운하' 상품을 비롯해 '충청운하' '호남운하'라는 금융 투자 상품을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 갖가지 '운하펀드'가 선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요즘 세계 금융 시장의 흐름이 좋지 않은 게 문제다.

<중앙일보>도 21일 운하 관련 기사를 실었다. 경제 섹션면 커버스토리로 다뤘다. 운하를 100% 민자로 하겠다는 이명박 당선인과 인수위의 잇달 발언의 속뜻 가운데 하나는 "건설사들이 사업타당성이 없다고 하면 자연스럽게 발을 뺄 수도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 마디로 이명박 당선인이 '명예로운 퇴로'를 찾고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과연 그럴 가능성이 단 1%라도 있을까?
#경부대운하 #민자 #프로젝트 파이낸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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