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서 가혹행위가 안 사라지는 5가지 '이유'

[분석] 완전히 근절시키려면 보복심리, 음성조직 등이 사라져야

등록 2008.01.23 10:44수정 2008.01.23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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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내무반은 이런 분위기여야 하는데... 군대내에서의 구타가혹행위는 보복심리와 음성조직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 한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사진은 기사내용과 관련이 없음)

내무반은 이런 분위기여야 하는데... 군대내에서의 구타가혹행위는 보복심리와 음성조직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 한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사진은 기사내용과 관련이 없음) ⓒ 육군훈련소


대한민국 건장한 사내라면 누구나 이행해야 할 의무가 있다. 바로 국방의 의무. 즉 군대에 가서 정해진 기간 동안 병역을 이행해야 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국방의 의무가 대한민국의 국민으로 태어나서 국민으로서 반드시 이행해야 하는 국민의 4대 의무 중에 하나인데도 불구하고 왜 우리 부모님들은 자식이 군대에 가면 근심하고 걱정을 하는 것일까?

이에 대한 답은 아마도 두 가지로 볼 수 있을 것이다.

하나는 자식이 세상에 태어나서 그동안 ‘품안의 자식’으로만 있다가 처음으로 부모 곁을 떠나 혈혈단신으로 생활해야 하는 데 따른 걱정일 것이고, 둘째는 잠잠하다 싶으면 들리는 사회를 떠들썩하게 할 정도의 자살, 폭행, 사고 소식 때문에 ‘내 아들은 괜찮을까?’하는 우려와 걱정 때문일 것이다. 그 중에서도 두 번째 이유가 자식을 군에 보낸 부모들 걱정의 대부분일 것이다.

그럼, 왜 군대 내에서 구타 및 가혹행위가 완전히 근절되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군생활을 하면서 보고 느낀 경험을 바탕으로 나름대로 분석해봤다.

[이유①] 보복 심리


‘내 대(代)에서 끝내라구? 그럴 순 없지. 내가 그동안 고참들한테 얼마나 당했는데 내 차례에서 그만 둘 수는 없지. 나두 당한만큼 되돌려줘야 성이 풀리지.’

대부분 병사들의 잠재된 의식 속에는 아마도 이러한 보복심리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나 또한 그랬으니 말이다. 이와 관련된 사례가 많이 있지만 최근 사건을 예로 들어보자.


얼마 전 뉴스에서 보도된 경기도 한 경찰서에서 일어난 공포의 진급식이 그것. 영상으로 공개된 의무경찰의 진급식 모습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병사들은 그것이 악습이건 아니건 간에 위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전통이라며 계속 이어가려한다.

그 당시 ‘진급을 축하한다’며 무자비한 폭행을 가하는 병사들의 얼굴은 미안한 기색없이 단지 재미로, ‘전통이니까’라는 생각으로 그 순간을 즐기고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아무 탈이 없었기에 다행이었지 만약 그런 악질적인 전통으로 인해 의경에게 무슨 일이라도 일어났더라면 또다시 언론에서는 마치 사고가 발생할 줄 알았다는 냥으로 몰아갔을 것이고 정부나 국방부에서는 후속대책 마련에 골머리를 썩었을 것이다.

아무튼 이 부대가 운(?) 없게도 전통 진급식하는 장면이 매스컴에 공개되어서 그렇지 만약에 공개되지 않았다면 그러한 전통 진급식은 아마도 암암리에 끊임 없이 계속됐을 것이다. 왜? ‘나도 당했으니 너희들도 당해봐라’는 식의 보복심리 때문에…. 결국 이러한 ‘보복심리’가 사라지지 않는 한 군대 내의 구타 및 가혹행위가 완전히 근절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유②] 내무반내의 음성적 조직

지금은 많이 사라졌을 것으로 보이지만 예전 내무반 병사들 사이에는 소대에서 맡은 직책과는 전혀 상관없는 음성적 조직이 존재했다. 일명 군기담당, 식사담당, 전투화담당, 관물대담당 등이 그것이다. 이들은 모두가 고참병들을 위해 존재하는 음성조직이다.

군기담당은 보통 상병이 맡는데, 고참병이 소대장으로부터 내무반의 군기 어쩌구하면서 질책을 받게 되면 그 고참병으로부터 지시(?)를 받아 몇 몇 후임병들을 따로 불러 교육(대개의 경우는 말할 것도 없이 구타를 말한다)을 시키는 역할을 맡는다. 또한, 내무반의 족보(계급과 이름이 적힌 내무반의 가계도)를 후임병에게 강제로 암기시키는 등 내무반의 군기반장 역할을 담당한다.

식사담당은 보통 일병이나 이등병 말호봉이 맡게 되는데 식사시간만 되면 먼저 식당으로 이동해 고참병의 식사를 식판에 받아 고참병이 식당에 도착하면 줄을 서지 않고 바로 식사를 할 수 있도록 준비한다.

전투화담당도 마찬가지로 내무반의 후임병들이 역할을 담당하는데 저녁에 정비시간에 자신의 전투화는 물론 고참병의 전투화까지 닦고 반짝반짝 광(光)까지 낸다. 고참병의 전투화까지 닦게 되면 정비시간은 물론 자유시간까지 침해당해게 되기 일쑤인 경우가 많다.

관물대담당도 점호시간 전까지 고참병의 관물대를 가지런히 정리정돈하는 역할을 맡는다.

이러한 음성조직은 존재하는 그 자체로서 병사들에게는 가혹행위가 된다. 또 이것이 구타를 유발하는 동기가 되고 있다는 점에서 군대 내에서는 반드시 사라져야 할 폐단인 것이다. 지금은 이러한 음성적 조직이 많아 사라졌다고 믿고 싶지만 이것도 전통이라고 믿고 암암리에 전해져 내려오는 부대도 있을 것이므로 부대의 장이나 담당자들은 발견하기 어려운 음성조직을 완전히 근절시키기 위해서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유③] 형식적인 구타가혹행위 근절 결의대회

“장교님! 여기 서약서에 서명하셔야 됩니다. 오늘 오전까지 제출하라고 해서요.”
“뭔데? 중요한 거야?”
“구타가혹행위 근절 서약서입니다.”
“바쁘니까 니가 대충 알아서 제출해.”


군대에서 매월 실시하는 ‘구타가혹행위 근절 결의대회’는 이렇게 형식적으로 진행된다. 병사들은 그나마 서약서 제출도 하고 서약문을 낭독하며 결의대회도 한다. 하지만 이 또한 형식적이다. 무엇인가 병사들에게 자극을 주는 내용이 없다. 이런 형식적인 행사를 매달하면 무엇하랴! 시간만 허비하는 꼴이 아닌가! 한 번을 하더라도 병사들이 무언가 느낄 수 있는 감성을 자극하는 행사로 진행 해야 한다.

예를 들면 폭력을 행사해 헌병대에 구속 수감되어 있는 병사를 찾아가 그 병사가 얼마나 고통을 받고 있는지 보여주던가, 아니면 서약서에 서명한 병사가 폭행사고를 일으켰을 경우에는 가중처벌을 내리던가 하는 방안 등을 모색해서 적용해보면 어떨까? 이렇게 하면 그나마 서명을 하더라도 한 번 더 생각하고 하지 않을까? 아무튼 형식적인 서약서 작성이라든가 결의대회는 아무런 효과가 없음을 인식하고 좀 더 다양한 방법을 통해 병사들에게 자극을 줄 수 있는 프로그램 개발이 절실히 요구된다.

[이유④] 구타자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

요즈음은 ‘소원수리’나 ‘고충처리함’ 등을 통해 그리 어렵지 않게 구타자를 색출해 낼 수 있지만 예전만 해도 구타자를 색출해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심지어 헌병대에서 조사가 나와도 후임병들은 사실을 감추려는 고참병들의 압력으로 인해 사실을 쓰지 못하고 은폐될 수밖에 없었다.

설사 구타 사실이 드러났다고 해도 부대 자체로 운영하는 군기교육대에 입소시켜 반성문이나 쓰게 하고 폐타이어를 끈에 연결해 연병장을 돌게 하는 등 솜방망이 처벌로 그치기 일쑤였다. 이렇다보니 군기교육대를 마치고 돌아온 고참병은 반성하고 후회하기는 커녕 오히려 자신을 고발한 병사를 찾아가 보복하려 한다. 결국 솜방이 처벌이 폭행에 폭행을 낳는 결과가 되는 셈이다.

사회도 마찬가지로 범죄행위를 저질렀을 때 처벌을 약하게 하면 범죄자들이 이를 악용해 더욱 판치게 되는 꼴이 되지 않는가. 이렇게 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처음부터 싹을 잘라버려야 한다. 즉, 구타를 했다면 초범이라고 봐주지 말고 초범 때부터 철저하게 사회처럼 폭행죄를 적용해 영창을 보내고, 전역을 하고 사회에 나와도 평생 기록에 남도록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 그래야만 법의 무서움을 알고 다시는 폭력을 휘두르는 일이 없어질 것이다.

[이유⑤] 후임병의 구타유발 행위

"어떠한 경우에서건 폭력은 절대 용납될 수 없다. 하지만…."

아무리 후임병이 제대로 업무를 처리하지 못하고 내무반 분위기에 잘 적응하지 못한다고 하더라고 절대로 폭력을 행사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인간인 이상 그러한 것들을 보고 넘기는 데는 한계가 있다. 더군다나 군대라는 조직에서는 더욱 말이다.

군대에서는 이렇게 잘 적응하지 못하고 부대원들간의 단합을 저해하는 행동을 하는 병사를 일컬어 일명 ‘고문관’이라고 한다. 이러한 병사들이 바로 구타유발자들이다. 이들은 인간의 한계를 시험하는 자들로 고참병들의 분노(?)를 사 결국에는 폭력으로까지 이어지게 만든다. 아무리 착하고 순진한 사람도 이런 고문관 후임병을 만나게 되면 결국에는 폭발하고 만다.

만약에 부대 내에서 이러한 병사들이 있다면 다른 무엇보다 먼저 색출해내서 특별관리를 해야 할 것이다. 구타는 때린 사람도 잘못이지만 때리도록 만든 사람에게도 분명 잘못이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군대에서 구타가혹행위가 사라지지 않는 다섯 가지 이유에 대해서 나름대로의 생각을 정리해봤다. 집안에서 귀하게 크다가 건강하게 군에 입대해서 잘 지내고 있는 줄만 알았던 아들이 선임병의 구타와 가혹행위를 이겨내지 못하고 싸늘한 주검으로 부모 앞에 나타난다면 이처럼 허망한 일이 또 어디 있을까?

영하 20도를 오르내리는 혹한의 날씨 속에서도 수많은 대한민국의 사내들이 군에서 묵묵히 임무완수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군대 내에서 여러 가지 이유에 의해 암암리에 자행되는 구타 및 가혹행위가 완전히 근절되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수많은 인고의 세월이 필요하겠지만 많은 사람들의 노력으로 하루빨리 군대 내에서의 구타와 악습이 사라져 멀쩡한 사나이들이 헛되이 희생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군대폭력 #구타가혹행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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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의 지역신문인 태안신문 기자입니다. 소외된 이웃들을 위한 밝은 빛이 되고자 펜을 들었습니다. 행동하는 양심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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