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최초 백과사전 <대동운부군옥> 8년만에 완역

500여 년 전 나온 책... 경상대 윤호진 교수팀 번역, 20권 20책으로 묶어

등록 2008.01.24 20:07수정 2008.01.26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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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상대 이우기


우리나라 최초의 '백과사전'이라 할 수 있는 <대동운부군옥(大東韻府群玉)>이 한글로 번역되었다. 한국학술진흥재단과 경상대는 조선 중기 한학자 초간(草澗) 권문해(權文海, 1534~1591)가 편저한 백과서를 완역해 책으로 펴냈다고 24일 밝혔다.

<대동운부군옥>은 20권 20책으로 되어 있는데, 편찬 직후 선조에게 바쳐 나라에서 간행하려고 하였으나 임진왜란으로 중단되었다가 1798년(정조 22년)에 저자의 7대손이 초판을 펴냈다.


단군 이래 선조까지의 사실(史實)과 인물·문학·예술·지리·국명·성씨, 산·나무·꽃·동물 이름 등이 총망라되어 있다. 삼국사기와 계원필경 등 한국 서적 176종과 사기·한서 등 중국 서적 15종을 참고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완역사업은 한국학술진흥재단이 지원한 동서양고전명저 번역 총서에 포함되어 시작되었다. 2003년 절반 정도인 10권 10책이 나왔고, 이후 추가 지원을 받지 못했다가 이번에 전 20권 20책으로 완성한 것이다.

완역 작업은 경상대 남명학연구소 경상한문학연구회(담당 윤호진 교수)가 맡았는데, 그 기간은 무려 8년이나 걸렸다. 1차분 출판은 ‘소명출판’이 맡았다가 이번에 도서출판 ‘민속원’이 승계해 전집을 냈다.

이 책의 내용과 분량이 방대하다. 내용은 2만여 항목이고, 분량은 200자 원고지 3만장 정도다. 독자들이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색인작업을 하기로 했다. 색인작업은 2권으로 진행된다.

색인 1책은 2만 항목을 가나다순으로 검색할 수 있도록 하는 것과 <대동운부군옥>의 특성상 표제자의 끝 글자를 중심으로 색인을 하는 역순색인이 들어간다. 나머지 1책은 <대동운부군옥> 20책 전체에 대한 내용색인이다.


기록에 의하면, <대동운부군옥>은 일찍부터 그 가치를 인정받아 왔다. 권문해와 비슷한 시기에 살았던 김성일(金誠一, 학봉)은 이미 이 책의 진가를 알아보고 국가적인 사업으로 간행을 하려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다가 임진왜란으로 무산되었다는 것.

전문가들은 오늘날 이 책에 대한 평가는 500년 전 학봉이 했던 것 이상일 것으로 보고 있다. 임진왜란 이전까지 전해지던 책들의 편린이 많이 남아 있다는 게 하나의 사례다.

일부 축약된 내용이기는 하지만 <신라수이전(新羅殊異傳)>의 면모를 살필 수 있는 작품들이 이 책 속에 들어 있다. 저자가 이 책을 만들 때 참고하였다는 참고서목에는 지금 전하지 않는 책들이 대략 40여 종 이상이나 소개됐다.

이 책은 방대하여 권문해가 혼자의 힘으로 만들기 어려웠을 것이지만, 이것을 간행하는 일도 쉽지 않았다. 그래서 편찬이 된 지 350여 년이 지난 뒤에 후손들에 의해 판각이 이루어졌고, 그 판각은 지금 예천의 백승각(百承閣)에 남아 전한다.

윤호진 교수는 “이제까지 이러한 가치를 몰랐던 것이 아니지만, 극히 일부 전문 지식인들만이 이 책을 활용하였다”면서 “이 책이 일반 독자들이나 학생들에게까지 쉽게 읽히지 못한 까닭은 물론 이 책 한문으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덧붙여 "지금 이 책을 번역해 낸 것은 이 책의 이러한 소중한 가치를 일반인들이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한다는 데에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대동운부군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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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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