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댐 백지화 했어야..." vs. "과감히 결단내렸어야"

한탄강댐 관련 재판부 조정안 권고에 고문리 주민 찬반 엇갈려

등록 2008.01.27 12:04수정 2008.01.27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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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 "저수용량 반으로 축소해라"

 

a  지난 07년 11월 15일 대전수자원공사앞에서 고문리 주민들이 항의 집회를 했다.

지난 07년 11월 15일 대전수자원공사앞에서 고문리 주민들이 항의 집회를 했다. ⓒ 철원포천연천공동대책위원회

지난 07년 11월 15일 대전수자원공사앞에서 고문리 주민들이 항의 집회를 했다. ⓒ 철원포천연천공동대책위원회

지난 25일은 철원·포천·연천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가 건설교통부를 상대로 낸 '한탄강댐 취소소송'에 대한 선고결과가 나오는 날이었다.

 

하지만 이날 재판부는 "판결이 어떻게 선고되더라도 갈등이 지속되고 국가적 손실이 추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총 저수용량을 기존의 2억7000㎥에서 1억3000㎥으로 축소시키는 대안을 검토하라"는 조정안을 권고했다.

 

조정안에 대해 양측이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면 조정안이 그대로 확정된다. 하지만 한쪽이라도 조정안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또다시 재판부의 선고를 기다려야 한다.  

 

이번 재판부의 조정권고안은 무엇보다도 해당 지역주민들의 생계과 직결되는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한탄강댐 건설예정지인 연천군 고문2리 주민들의 조정 권고안에 대한 반응은 어떨까?

 

현재 고문2리는 한탄강댐에 대하여 문제제기를 하는 한탄강댐 제1대책위원회와 고문2리 이장을 중심으로 한 댐 찬성 주민들로 나뉘어져 있다. 고문2리 거주 100여가구 중 대략 35%의 가구는 제1대책위원회를 지지하고 있으며 나머지 65% 정도의 가구는 마을 이장을 지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래서 기자는 26일, 연천군 고문2리에서 제1대책위의 최해선위원장과 고문2리 김준문 이장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댐백지화' 명쾌하지 못한 점 아쉬워...

주민 생계대책 시급, 반대 계속할 것

 

a  한탄강댐 제1대책위원회 위원장 최해선씨(49)

한탄강댐 제1대책위원회 위원장 최해선씨(49) ⓒ 이재덕

한탄강댐 제1대책위원회 위원장 최해선씨(49) ⓒ 이재덕

현재 자동차용품 판매업를 하고 있는 최해선(49)씨는 12년 동안 고문리에서 살아왔다. 최씨는 한탄강댐 제1대책위원회 위원장으로 철원·포천·연천 공대위와 함께 한탄강댐 반대를 외치고 있다.

 

이번 조정권고안에 대하여 그는 "(재판부가) 선고는 안 했지만 '저수 용량을 반으로 줄이라'고 하는 것은 결국 정부가 계획했던 홍수조절용댐이 효용성이 없음을 말하는 것이며  실질적으로 댐을 하지 말라는 선고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는 재판부 역시 공대위의 주장에 공감하고 있음이 분명하다며 "다만 재판부가 백지화에 대해 명쾌하게 말하지 못한점은 아쉽다"고 밝혔다.

 

"그래도 이번 판결은 대단한 것이었어요, 왜 그러냐하면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라 할 수 있거든요. 우리는 최춘근 변호사 한 명 선임했는데 건교부에서는 강금실 말고도 매머드급으로 5명이나 더 왔어요. 그쪽은 전문가들도 많이 와서 증언하고…."

 

그는 한탄강댐 건설로 인해 주민생계가 위협받고 있기 때문에 '댐반대'를 외친다고 한다.

 

"집단이주의 경우 현실적으로 주민들이 이주단지에 들어가기 어렵다는 거지요. 수자원공사에서 융자를 저리로 해준다고는 하는데 문제는 노인들이 융자를 받아도 갚을 수 없다는데 있어요."

 

"여기서는 근처 재인폭포에서 노인분들이 주차관리도 하고, 매표소에서 일하거나 청소도 하면서 3만원씩 일당이 생겨요. 그게 작은 게 아니잖아요. 그리고 사격장에서 포탄 주워 팔거나 여기 산이 많으니깐 약초같은 거 캐서 생계수단 삼으셨는데 앞으로는 노인분들이 쉽게 할 수 있는 이런 생계수단이 없어지잖아요."

 

조정권고안 대로 일이 진행된다면 철원의 경우, 안개의 피해에서 보다 자유로워질 수 있기때문에 공대위의 결속력이 약해질 수 있지 않겠냐는 질문에 그는 2월 1일 철원에서 향후 대응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는 말로 즉답을 피했다.

 

제1대책위의 입장에서 볼 때, '한탄강댐 반대시위'만을 고집하는 것보다 '생계지원을 요구하는 시위'을 벌이는 것이 더 필요하지 않겠냐는 물음에 그는 어느 정도 공감하면서도 "공대위 구성원 모두 이 사업이 잘못되었으며 되돌려 놔야한다는 의식은 확고하다. 반대를 계속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또한 그는 "생계지원을 요구하는 시위에 대해서는 조만간 입장정리를 할 것"이라고 했다.    

 

"사실 저희 대부분은 충분한 보상도 필요 없어요. 그냥 이 상태를 원하는 사람이 많아요. 살기위해서 보상에 집착하는 거지. 그냥 놔두기를 원한다는 것. 대다수의 분들이 노인분들이기 때문에 급격한 변화도 싫고. 여기서 남은 여생을 마무리 하고 싶다는 것이지요."

 

재판부 과감한 결단 했어야...

국가가 충분한 보상을 해 줄 것이 당연

 
a  고문2리 이장 김준문(54)씨

고문2리 이장 김준문(54)씨 ⓒ 이재덕

고문2리 이장 김준문(54)씨 ⓒ 이재덕
한편, 고문2리 이장인 김준문(54)씨는 법원의 권고안에 대하여 분통을 터뜨렸다.
 

"저수용량을 과거에 교수들과 전문가들이 다 조사해서 결정을 해 놓았고 그렇게 하기로 합의를 봤었어…. 처음에는 3억톤이었다가 바뀐 게 2.7억톤인데, 지금에 와서 법관이 (저수용량)을 또 절반으로 줄이라면, 뭐 고등법원 가면 또 반 줄이고 대법원가면 또 반 줄이고 그러고 나면 뭐 남는거 없겠네?"

 

"물론 소수 사람들의 '작은 소리'도 들어야 하지만 계속 들을 수만은 없잖아? 이쯤 되었으면 과감히 결단을 해야지." 

 

처음에는 댐건설에 대해 반대했었다는 그는 영월 동강댐 건설예정지 주민들의 이야기를 듣고 댐건설을 빨리 매듭짓는것이 낫다고 생각해 찬성하게 되었다고 했다.

 

그는 동강댐 취소 발표 이후 자살한 영월주민을 예로 들며 이번과 같은 법관의 우유부단한 태도가 마을주민의 생존을 위태롭게 할 수도 있다고 했다. 

 

그는 세입자나 소작인들이 관련법에 의해 적당한 보상을 받지 못하는 것에 대해 안타까워했지만 "법치국가에서 일단 법을 지키는 것은 당연하고 법이 잘못되었으면 국회에서 바로 고쳐야지 이미 정해진 법 이상의 것을 요구하는 것은 정부에서도 들어주기 어려운 것 아니냐"고 했다.

 

댐이 들어서면 김준문씨는 집단 이주를 갈 것이라고 했다. 집단이주하려는 주민들은 이주지역을 선택할 수 있으며, 현재 집단이주를 결심한 가구수는 일반주택으로 가게 될 27세대와 임대주택으로 가게 될 22세대를 합쳐 총 49세대라고 했다.

 

고문2리에 실제로 살고 있는 100여 가구 중 절반 정도가 집단이주를 계획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나 수자원공사에서 이주민들에게 별도로 약속한 지원대책들이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그런 건 아직 없지만 그들이 (이주민 지원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국가를 위해 이렇게 오랫동안 희생을 했고… 그러니 국가가 우리에게 (충분한 보상을)해 줄게 당연하지"라고 말했다.

 

그는 법원이 권고한 조정안은 건교부나 공대위나 모두 수용을 안 할 것임이 분명하다고 확신했다. "결과가 뻔한데 그게 조정안이야?"라고 그는 말했다. 한탄강댐 이야기로 흥분하던 그는 이렇게 덧붙인다.

 

"마을주민들이 기다렸던 (약) 10년이란 세월을 생각해봐. 댐때문에 아무 일도 못하고 살아오다가 갑자기 '줄인다','안 된다'고 하면, 당신들 같으면 가만 있을 수 있겠어?"  

 

한탄강댐 수몰민들의 이주대책 및 이주지원

<한국수자원공사 임진강건설단 자료(2007.12.11) 참조>

1.이주대책 대상자

□선정기준

한탄강홍수조절댐 건설기본계획고시일인 2006년 12.20 이전부터 연천군 고문리 지역에 생활의 근거지를 가지고 계속 거주한 건물(89.1.24이전 무허가 건물 포함)의 소유자

이주대책 내용

집단이주 또는 자유이주 중 하나만을 선택할 수 있음

집단이주: 이주택지(약 150평)를 조성원가로 공급+이사비+주거이전비만 지급

자유이주: 이사비+주거이전비+이주정착금+이주정착지원금+생활안정지원금

항목별 세부내용

이사비: 주택건평 기준 소정액

주거이전비: 가구원수에 따라 도시근로자 가계지출비기준 2~4월분

이주정착금: 주거용 건축물에 대한 평가액의 30%에 해당하는 금액(최저500만원~최고1000만원)

이주정착지원금: 세대당 1500만원

생활안정지원금: 세대구성원 1인당 250만원(세대당 1000만원 이내)

2.이주지원 대상자(집단이주는 하지 못하며 자유이주만 가능하다.)

고시일(2006.12.20) 3년전부터 계속 거주한 세입자 또는 무허가 건물 소유자 : 이사비,주거이전비, 이주정착지원금, 생활안정지원금 제공

고시일 당시 3개월 이상 거주한 세입자나 1년 이상 무허가 건물등에 입주한 세입자: 이사비, 주거이전비 제공

2008.01.27 12:04ⓒ 2008 OhmyNews
#고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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