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블로그’는 영어를 좋아해?

[우리 말에 마음쓰기 204] 누드 군밤, 네이버 블로그, G BUS, 비경제활동인구

등록 2008.01.28 12:11수정 2008.01.28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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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 누드 군밤

올겨울은 지난겨울보다 덜 춥습니다. 다가올 여름은 지난여름보다 더 덥겠다 싶네요. 그래도 이 겨울을 그냥 보내지 않으려는지, 갑자기 큰 눈이 펑펑 내립니다. 이렇게 펑펑 내리며 온누리가 하얘져, 차도 사람도 꼼짝하기 힘든 판이지만 길거리에서 군밤을 구워서 파는 분들 작은 손수레는 어김없이 당신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날도 춥고 장사도 쉽잖을 텐데. 건널목 한쪽에 서서 신호를 기다리며 군밤 굽는 분을 바라봅니다. 손수레 한쪽에는 군밤장수임을 알리는 푯말을 붙여놓습니다.


‘누드 군밤’. 지난해에도, 지지난해에도 저 군밤장수는 이 자리를 지키셨겠지요. 저 푯말을 처음 보았을 때 군밤장수마저 저런 말을 써야 하는가 싶었는데, 오늘은 ‘저 말을 얄궂다고 느낄 사람이 있을까’ 하는 생각과 함께, 퍽 자연스러운 우리 말로 받아들이겠네 하는 생각이 듭니다. 군밤을 사먹을 아이들도 어른들도.

ㄴ. 네이버 블로그

일하다가 지치거나 졸음이 오면, 네이버에 있는 이웃 블로그에 들어가 보곤 합니다. 처음에는 무엇을 어떻게 보아야 하는지 어지러웠지만, 이제는 조금 익숙해졌습니다. 찬찬히 살펴보니까, 블로그에서 쓰는 차림판(메뉴) 이름을 한글과 알파벳 두 가지로 쓸 수 있게 해 놓았더군요. 외국사람도 네이버를 많이 써서 이처럼 열린 마음으로 두 가지 글을 쓰도록 했는지 모르겠어요.

아무튼, 알파벳으로 되어 있는 차림판을 보면, “prologue, blog, photolog, reviewlog, memo, tags, guest, category, recent comment, visited blogger, neighbor, activity”라는 글씨가 깨알처럼 적혀 있습니다. 한글로 되어 있는 차림판을 보니, “프롤로그, 블로그, 포토로그, 리뷰로그, 메모, 태그, 안부게시판, 카테고리, 최근 덧글, 다녀간 블로거, 이웃 불로거, 활동정보”라는 글씨가 조금 크게 적혀 있습니다. 알파벳으로 되어 있든 한글로 되어 있든 “today, total”이라고 해서 ‘찾아온 사람 숫자’를 알려줍니다. 셈틀을 끄고 눈을 질끈 감습니다. 눈이 너무 아프네요. 눈알이 핑핑 돕니다.

ㄷ. G BUS


옆지기 부모님이 사는 일산으로 갑니다. 동인천에서 전철을 타고 종로3가에서 내려 갈아탄 뒤 주엽역까지 갑니다. 두 시간하고 십오 분쯤. 다음주에 아내 어머님 나신 날이라 빵집에 들러 큰빵 하나 삽니다. 전철역 옆에 있는 버스역에서 버스 하나 잡아탑니다. 어디를 거쳐 가나 싶어 길그림판을 봅니다. 한쪽에 ‘G BUS’라는 알파벳이 새겨져 있습니다. 뭘까 하고 고개를 갸우뚱해 보지만 알 길이 없습니다.

집으로 돌아와 인터넷을 켜고 뒤적여 봅니다. 지난 2006년부터 새로 만들어서 쓰는 ‘경기버스 브랜드’로, 18억원 가까운 돈을 들여서 버스마다 요 알파벳을 새겨넣는다고 나옵니다. 이 기사 밑에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외국사람들은 경기도를 G가 아닌 K로 읽으니, G BUS가 아닌 K BUS로 바꾸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기사가 보입니다. ‘경기버스’나 ‘ㄱ버스’가 될 수는 없군요.


ㄹ. 비경제활동인구

언젠가 ㄱ신문에 나이 서른다섯부터 서른아홉 사이에 ‘비경제활동인구’가 너무 많다는 이야기가 실렸습니다. 나라 살림이 어렵게 되는 까닭 가운데 하나가, 이 나이또래 사람들이 ‘일을 안 하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비경제활동인구’란, 한 마디로 말하면 ‘백수’나 ‘건달’을 가리킬까요?

문득, ㄱ신문 기자뿐 아니라 이 세상사람들이, ‘일을 안 한다’와 ‘돈을 안 번다’와 ‘알맞게 돈을 번다’와 ‘제 할 일을 한다’를 어떻게 살피느냐가 궁금해집니다. 예부터 집안일 하는 사람은 ‘비경제활동인구’에 넣었습니다. 달마다 30만원 벌어도 씀씀이가 적거나 알뜰한 사람들, 비록 돈벌이는 없으나 자기 꿈을 키워 가며 구슬땀을 흘리는 사람은 ‘비경제활동인구’에 들지 않을까요? 우리가 일을 해야 한다면 어떤 일을 해야 하고, 돈을 벌어야 한다면 얼마를 벌어야 할까요.

덧붙이는 글 | 인터넷방 <함께살기 http://hbooks.cyworld.com> 나들이를 하면 여러 가지 우리 말 이야기를 찾아보실 수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인터넷방 <함께살기 http://hbooks.cyworld.com> 나들이를 하면 여러 가지 우리 말 이야기를 찾아보실 수 있습니다.
#우리말 #우리 말 #영어 #G BUS #비경제활동인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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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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