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화풍을 한국화에 접목시킨 양용범 화백

외국순회전시 준비하며 화순 두강마을에서 15년째 창작활동

등록 2008.01.28 21:01수정 2008.01.29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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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용범 화백 화순 남면 두강마을 화실에서 창작활동을 하는 양용범 화백. ⓒ 최연종


주암호 상류에 있는 전남 화순군 남면 사수리 두강마을을 찾을 때는 진눈깨비가 내리고 있었다.

화실 입구에 있는 우물이며 대문도, 울타리도 없는 아담한 한옥은 정겨운 여느 시골집 모습이다.


제주읍이 고향이지만 청정고을 화순에 반해 1992년부터 만 15년을 이곳에서 생활하고 있다는 동산(東山) 양용범(梁容範) 화백.

“화순의 자연환경은 전국 어디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답습니다. 마을 앞을 흐르는 강과 마을 양쪽으로 뻗어 있는 산, 새벽에 닭 우는 소리는 얼마나 서정적인지 모릅니다.”

그 때문일까. 양 화백의 작품에는 서정성이 짙게 배어 있다. 당산나무를 비롯해 초가집, 초승달, 기러기 등의 소재가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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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 당산나무 위로 기러기가 날아가는 모습이 이채롭다. ⓒ 양용범


최근에는 당산나무가 주 테마다. 수백 년 묵은 당산나무에는 한국인의 토속신앙이 깊게 배어 있어 한국인의 정서를 잘 대변한 데다 마을사람들과 함께 한 당산나무는 정겨운 고향의 풍경일 것이다.

화실 앞에 있는 600년 묵은 당산나무는 양 화백의 단골 소재다. 특히 내년에 예정된 외국 순회전시를 대비해 200호 이상 대작에는 어김없이 당산나무가 등장한다.


양 화백은 운보 김기창 화백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고 한다. 이후 독학을 거쳐 서양화풍을 한국화에 접목하는 등 독특한 화풍을 개척했다.

추상을 기초로 구상에 충실하면서도 극추상적인 독특한 화면구성도 눈에 띈다. 구상과 비구상, 때론 추상까지도 넘나들면서 그림의 주제를 다양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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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과' 모과가 실제와 흡사할 정도로 사실적이다. ⓒ 양용범


한국화가에게 다소 어려운 분야인 정물화에 대한 남다른 애정도 갖고 있는데 나비, 모과 등의 소재는 실제와 흡사할 정도로 사실적이다.

양 화백은 1960년대 중반 이후 국전에 등용하는데 국전 심사과정의 문제점을 피부로 느끼면서 국전과 담을 쌓은 뒤 오직 창작활동에만 전념한다.

그는 광주 금남로에서 터전을 잡고 제자 20여명에게 무료로 후학을 가르쳤다. 1970년대에는 광주교도소 교화위원으로서 사상범과 사형수 등을 상대로 일주일에 2번 수년간 그림을 지도했는데 이 때 교도소 내에 처음으로 미술반이 개설된 일화는 지금도 회자되고 있다.

고정관념에 사로잡힌 사상범을 그림으로 교화하는 과정이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어 미술인으로서 보람이 크다고 말한다.

그는 자신의 그림을 심사받는 것도 싫어했지만 남의 작품을 심사하는 것도 자존심 상하는 일로 생각할 정도로 철저히 야인의 길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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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용법 화백 화실. 화순군 남면 사수리 두강마을에 있는 양용범 화백의 화실. ⓒ 최연종


“작가는 작품으로 자기를 대변해야 합니다. 따라서 제도권 작가보다 3~4배 노력해야 합니다. 때문에 엄청난 고독과 외로움, 탄압을 수없이 겪기도 했지요.”

최근에는 굵직한 미술대전에 수차례 심사위원으로 일했지만 이제는 심사도 거절하는 것을 보면 그의 강직한 성품을 엿볼 수 있다.

반 고흐와 세잔느를 좋아한다는 그는 획일적인 틀 안에서만 그림공부를 했다면 지금의 반 고흐와 세잔느가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며 작가는 창의성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양 화백의 작품은 2000년 이후 과거의 정적인 구도에서 동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21세기는 다문화, 다채널로 통하는 문화혁명의 시대인 만큼 그림도 시대를 반영해야 하는데 과거에만 얽매이다 보면 현실적인 감각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믿음 때문이다.

그는 내년에 서울을 비롯해 대만, 중국을 순회하는 대형 전시를 기획 중이다. 현재 전시를 위해 8년째 작품 활동에만 매진하고 있는데 순회전시는 그의 그림 인생 50년을 되돌아보는 뜻 깊은 전시회가 될 것이다.
#운보 김기창 #양용범 #화순 #남면 #주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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