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가 결단하면 우리 갈 길은 하나"

[인터뷰] 유승민 의원... "이방호 사무총장에게 뒤통수 맞았다"

등록 2008.01.31 11:19수정 2008.01.31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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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승민 한나라당 의원(자료사진)

유승민 한나라당 의원(자료사진) ⓒ 오마이뉴스 권우성

유승민 한나라당 의원(자료사진) ⓒ 오마이뉴스 권우성

한나라당이 다시 '분당' 위기에 내몰렸다. 당규 3조 2항을 엄격히 적용한다는 당 공천심사위원회의 결정 때문이다.

 

'친 박근혜' 진영은 공심위가 이 조항의 애매모호함은 놔둔 채 '표적적용'을 하려 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자파의 좌장인 김무성 최고위원을 겨냥한 결정이라는 얘기다. 상황을 주도한 장본인으로는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핵심측근인 이방호 사무총장을 지목하고 있다.

 

친박 의원 35명은 '루비콘 강' 앞에 섰다. 김 최고위원이 "당에 더 이상 있을 수 없다"며 탈당 의사까지 밝히자, 의원들도 '집단 행동'을 결의한 것이다. 31일이 '남느냐, 떠나느냐'의 분수령이다.

 

"박근혜, 결심하면 가는 길은 '외길' 뿐"

 

이들은 정말 루비콘 강을 건널 것인가.

 

박 전 대표의 비서실장 출신이자 핵심측근인 유승민 의원은 이날 오전 <오마이뉴스>와 전화인터뷰에서 "박 전 대표가 최악의 상황이라고 판단하면 우리가 가는 길은 '외길' 밖에 없다"고 말했다. '탈당 후 창당까지 고려하고 있는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서다. 이미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얘기이다.

 

유 의원은 "박 전 대표도 지금 상황을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아직까지는 이 당선인을 믿어보겠다는 생각이신 것 같다"면서도 "배신당하고 신뢰관계가 틀어지는 상황이 계속된다면 생각을 달리 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유 의원은 공을 공심위로 넘겼다.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자, 공심위는 이날 오후 3시 예정에 없던 회의를 소집한 상태이다.

 

유 의원은 "공심위가 이날 회의에서 수습책을 내놓길 기대한다"며 "그 내용이 우리가 존중할만한 기준이라고 판단되면 일단 (김 최고위원도) 공천 신청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제가 된 당규는 '뇌물과 불법 정치자금 수수 등 부정·부패와 관련한 법 위반으로 최종심에서 형이 확정된 경우 공직후보자 추천신청 자격을 불허한다'는 내용이다.

 

조항이 애매모호해 해석의 여지가 많다는 게 친박 쪽 주장이다. ▲선거법 포함 여부 ▲사면된 경우 공천신청 가능 여부 ▲공천신청 자격에 미달되는 형의 수준 등이 문제가 된다.

 

"공천신청 자격 불허, 국회의원 자격 상실 이상의 형만"

 

일단 공심위는 지난 29일 "예외없이 엄격하게 적용한다"는 결론을 내린 상태다. 다만 관련 법에서 선거법은 제외시켰다. "납득할만한 해석 기준을 만들라"는 게 친박의 주장이다.

 

유 의원은 사견임을 전제로 자신이 생각하는 대안을 밝혔다. "해당 당규의 관련 법에 선거법 위반도 포함시키고, 공천신청 자격 불허 대상은 국회의원 자격 상실에 해당하는 형을 받은 경우로 제한하자"는 의견이다.

 

"국회의원 자격 박탈에 해당하는 형이 최종심에서 확정된 인사는 공천신청을 아예 받지 말고 그 외의 경우는 일단 신청은 받되 공심위에서 개별 심사를 해 신청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그게 가장 합리적인 선이 아닌가 생각한다."

 

유 의원은 "오늘 공심위 회의에서 신뢰할만한 명확한 대안이 마련돼야 한다"며 "그렇지 않고 지금까지 이방호 사무총장, 정종복 간사가 밝힌대로 여지없이 '고(go)'하기로 한다면 그것은 정말 아니다"라고 말했다.

 

"강재섭·김무성, 이방호 사무총장에 뒤통수 맞아"

 

유 의원은 이 사무총장과 관련해서는 "뒤통수를 맞은 것이나 다름없다"며 격한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유 의원은 공심위 구성으로 갈등을 빚었을 때 강재섭 대표, 김무성 최고위원, 이방호 사무총장이 만나 협의한 '3자회동' 때 얘기를 꺼냈다. 당시 만남에서도 당규 3조 2항의 문제가 거론됐었다고 한다.

 

유 의원은 "김 최고위원이 막판에 '알았다. 우리가 양보하겠다. 그 대신에 공정하게 공천하라'면서 합의를 해 준 뒤, 당규와 관련해서도 '이 조항 때문에 내가 걸리면 구차하게 하지 않고 무소속으로 출마하겠다'고 까지 말하니 강 대표와 이 사무총장이 이구동성으로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라고 했다더라"고 전했다.

 

유 의원은 "거칠게 말하자면 강 대표와 김 최고위원 모두 (이 사무총장에게) 사기를 당한 것"이라며 "강 대표가 당무를 거부한 이유도 자신이 뒤통수 맞았다는 생각 때문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유 의원은 이 당선인과 박 전 대표 사이의 신뢰관계가 흔들리고 있다는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우리가 도대체 (이 당선인 쪽을) 몇 번이나 믿어야 되는지. 참 갑갑하다"고 토로했다.

 

이날 오후 1시 박 전 대표는 자파 의원 35명과 만나 향후 대책을 논의한다. 한나라당이 결국 '두나라'로 갈릴 지, 이날 오후에 달린 셈이다.

2008.01.31 11:19ⓒ 2008 OhmyNews
#18대총선 #한나라당공천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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