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민의 정당한 요구에 귀를 닫지 말라

등록 2008.02.02 12:11수정 2008.02.02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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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 정약용>하면 여러 평이 나온다. 가장 많은 책을 쓴 사람, 실학자, 유배자 등등. 하지만 무엇보다 목민관, 행정관으로 보인 행태는 국가의 녹을 먹는 자가 어떻게 지역을 다스리고 인민을 보살펴야 하는지 깨닫게 한다.

 

조선 시대 지방 아전들 중에는 수령이나, 부사, 관찰사보다 더 악랄하게 인민의 피를 빨아 먹는 자들이 많았다. 2일자 <한겨레> '고금변증설'에 실린 글 한 토막이다.

 

황해도 곡산에서 있었던 이야기다. 이계심이란 자가 포수 보인들에게 징수하는 군포가 처음에는 200냥인데 900냥을 징수한 것은 억울하다고 호소했지만 오히려 아전들은 몽둥이로 이계심과 백성들을 마구 쳤다.

 

다산 정약용이 황해도 곡산 부사로 선임되어 곡산에 이르자 이계심이 자신들의 억울함을 담은 10가지 조서를 다산에게 드렸다. 이계심은 다산의 인물됨을 알고 있었던 것 같다. 부사 앞에서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는 광경을 보고 아전들은 눈앞이 캄캄했을 것이다. 아전들은 그를 잡아 가두어야 한다고 했지만 다산은 말했다.

 

“관청이 부패하는 것은 백성이 자기 이익을 위해 폐단을 따지면서 항의하지 않기 때문이다. 너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백성의 억울함을 드러내어 항의했으니, 너 같은 사람은 관청에서 천금을 들여서라도 사들여야 할 것이다.”(한겨레-고금변증설)

 

관청이 부패하는 것을 막는 길은 인민이 부패를 지적하고, 폐단을 고치도록 외치는 일을 할 때 가능하다. 하지만 우리 국가와 사회는 부패와 폐단, 억울함을 외치는 자들에게 냉혹하다.

 

집회를 하면 불법집회로 단죄하고, 국법질서 수호라는 이름으로 범법자로 매도한다. 다산이 놀라운 것은 "너 같은 사람은 관청에서 천금을 들여서라도 사들여야 할 것이다"라고 한 말이다.

 

놀랍지 않은가? 다산이 추앙 받는 이유다. 그는 관료이자, 부사다. 아랫사람의 잘못을 조금 눈감아 주는 것이 행정관, 목민관으로 백성을 다스리는데 도움이 될 것이지만 단호했다.

 

다산은 이계심이 올린 10가지 조서가 정당함을 알았던 것이다. 다산이 남긴 업적을 읽고, 존경하면 무엇 하나. 삶에서 실천을 해야 한다. 실천하지 않는 지식은 교만이며 비극이다.

 

이명박 당선자는 '영어공교육' 관한 많은 비판을 '역주행'이라 표현했다. 대통령직인수위가 내놓은 영어공교육프로젝트는 방향과 목적, 방법, 가능성 어느 하나도 아직 명확하지 않다. '영어만 잘하면' 무엇인든지 잘 할 수 있다는 영어만능주의 뿐이다.

 

언어는 문화를 담는 총체다. 문화를 담는 총체를 한 달도 안 되는 기간동안 결정하겠다는 것이 얼마나 어처구니 없고, 무모한 일인지 알아야 한다.

 

국가가 부패하고, 지도자 그룹이 자신의 철학과 사상을 교육, 사회, 문화 전반에 걸쳐 도입하려고 할 때 인민이 보기에 문제가 있어 보이면 비판하고 지적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특히 그 지적이 정당하고, 건전하다면 시행 주체는 점검하고, 방향과 방법이 잘못되었다면 중단해야 한다.

 

다산이 다산답게 일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이계심과 같은 인민이 자신들의 억울함과 아전의 교활함, 제도의 문제점을 정당하게 고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다산은 그 호소를 받아들였다. 지금은 다산이 살았던 시대보다 더 민주주의 사회다. 인민이 주체가 된 시대다. 제도와 정책 방향에 폐단이 있다고 말하는 인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도 않으면서 민주주의 국가라 할 수 있는가?

 

영어공교육, 한반도대운하, 정부조직개편에서 드러난 여러가지 문제점을 비판하는 것을 인수위와 이명박 당선자는 새겨 들어야 한다. 다산을 존경만 하지 말고 그가 한 말을 실천해야 하지 않겠는가? 다산은 정말 목민관이었다.

2008.02.02 12:11 ⓒ 2008 OhmyNews
#영어공교육 #다산 정약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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