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솔 전도사' 이경숙, 고종완과의 차이는?

[유창선 칼럼] 오얏나무 아래에서 갓끈 고쳐매는 인수위원장

등록 2008.02.04 08:48수정 2008.02.04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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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학식에 나타난 인수위원장 이경숙 인수위원장(왼쪽부터 4번째)은 31일 숙대 테솔 입학식에 참석해 환영사를 했다. ⓒ 윤근혁


요즘 '테솔'(TESOL) 시장이 뜨고 있다. 인수위원회가 영어교육 프로그램인 테솔 이수자에게도 영어전용교사 자격을 주기로 함에 따라 관련 시장이 들썩이고 있는 것이다.

테솔 과정을 운영중인 대학들에는 문의전화가 폭주하고 있고, 대학들은 수강인원을 대폭 늘릴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테솔 전문학원들에도 상담이 이어지고 있으며, 학원들은 수강료를 인상할 계획이라는 소식도 전해진다.

인수위 방침으로 물 만난 테솔 시장

영어전용교사 양성에 테솔을 연계시킨 인수위 방침에 따라 테솔 시장이 물을 만나게 된 상황이다.

그런데 이미 알려졌듯이, 이경숙 위원장이 총장으로 있는 숙명여대는 지난 1997년부터 국내 최초로 테솔 과정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인수위원회의 영어전용교사 양성 계획과 숙명여대의 테솔 프로그램이 연계되는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다.

<노컷뉴스> 보도에 따르면 이경숙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숙명여대 테솔 과정 봄학기 입학식에 총장 자격으로 참석해서 테솔 예찬론을 폈다. "숙대가 제공하는 테솔 프로그램은 효과적인 영어교육의 롤 모델이 될 것"이라며, "입학생들에게 최고의 프로그램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한다.

특히 이 위원장은 "새 정부는 앞으로 공교육에 2만 3천여 명의 영어전문 교사를 채용할 계획이고 영어수업시간도 점차 늘려나갈 것"이라면서 "테솔 프로그램의 중요성은 더욱 부각될 것"이라고 강조했다는 것이다. "(테솔 프로그램으로 인해) 더 많은 직업을 창출하는 것이 가능하다"며 "숙대는 여기에 참여할 준비가 돼 있다"고 언급까지 한 것으로 전해진다.


인수위에서 보여준 이 위원장의 각별한 영어사랑이 숙명여대의 테솔 예찬으로 이어지는 상황이 되고 있다.

숙명여대는 테솔 시장의 이해당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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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명여대 홈페이지에 올라있는 테솔 안내. ⓒ 숙명여대 홈페이지


인수위의 영어전용교사 양성 방침과 테솔 과정이 연계되다보니까 테솔시장이 주목받게 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인수위 계획대로 간다면 국내의 테솔 시장은 엄청나게 확장될 것이다. 현재 테솔 과정을 운영중인 대학들은 수익을 위해 테솔 과정의 규모를 크게 늘리게 될 것이 예상된다.

문제는 이 위원장이 총장으로 있는 숙명여대가 테솔 시장에 있어서 대표적인 이해당사자라는 점이다.

이경숙 위원장의 테솔 예찬은 영어공교육을 살리기 위한 교육적 충정에서 비롯된 것이지, 특정 대학의 이익 차원에서 따질 문제가 아니라고 할 지 모른다. 그러나 영어전용교사 양성에서 테솔의 효과에 대해서는 아직 논란이 많다.

단기과정에 불과한 테솔 과정을 이수한다고 해서 영어전용교사 자격이 갖추어질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몇 달의 영어교육으로 영어전용교사 자격을 부여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들이 제기되고 있다.

결국 실효성 없이 테솔시장만 키워주는 결과가 되지 않겠느냐는 반론이 나온다. 인수위가 기존 교사들에게도 테솔 교육을 시키겠다는 방침에 대해서도, 정부예산으로 테솔 과정을 운영하는 대학만 키워주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영어전용교사 양성 방안으로서 테솔의 효과에 대한 평가는 이렇게 엇갈리고 있다. 그런데 테솔 과정을 앞서 도입해서 운영하고 있는 대학의 총장인 이경숙 위원장은 공공연히 테솔예찬론을 펴고 다니고 있다.

이경숙과 고종완의 차이는 무엇일까

이래도 되는 것일까. 이경숙 위원장의 각별한 영어사랑이야 개인의 소신이라 하면 되겠지만, 인수위원장직을 맡고 있는 입장에서 자기 대학의 사업프로그램과 관련된 일에 이런 식의 태도를 취한다면 구설수가 따를 수밖에 없다.

얼마전 부동산투자 컨설팅을 했다고 인수위 자문위원직에서 해촉된 고종완 RE멤버스 대표의 경우가 생각난다.

고종완 대표라고 해서 특별히 파렴치한 일을 한 것은 아니었다. 고 대표에게 부동산 컨설팅은 원래부터 해오던 생업이었다. 특별히 인수위 자문위원이 되었다고 해서 벌인 일은 아니었다.

문제가 되었다는 강의·상담내용도 사실 대단한 것이 아니다. "새 정부가 규제완화를 할 것이니 주택가격이 더 이상 떨어지지는 않을 것 같다." 이런 정도의 내용은 인수위 자문위원이 아니어도 부동산 전문가라면 충분히 전망할 수 있는 내용이다. 좋게 해석하면, 부동산 전문가로서 자신의 전망과 소신을 말한 것이었다.

그런데도 인수위는 고종완 대표를 해촉하고 검찰에 수사의뢰까지 했다. 고 대표의 경우 인수위 자문위원이라는 직위를 이용해서 영리활동을 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게된 것이다. 고 대표로서는 평소의 생업이었다고 하겠지만, 인수위 활동기간에는 오해받을 소지가 있는 일은 삼가하는 주의가 필요했다.

지난달 31일 오전 삼청동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인수위원장실에서 이경숙 인수위원장과 비센테 곤살레스 로세르탈레스 국제박람회기구(BIE) 사무총장이 환담을 나누고 있다. ⓒ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그러면 이경숙 위원장은 고종완 대표의 경우와 어떤 차이가 있는 것일까. 물론 이 위원장의 테솔 예찬은 그의 교육적 소신일 것이다. 설마하니 이 위원장이 숙명여대의 영리활동 차원에서 테솔 이야기를 하고 다니겠는가.

그러나 인수위의 테솔 우대 계획과 숙명여대의 사업이 맞물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마당에 이경숙 위원장이 테솔 예찬을 하고 숙명여대의 역할까지 말하는 것은 적절해 보이지 않는다. 배나무 아래서는 갓끈을 고쳐매지 말라고 했다.

배나무 아래서 갓끈 고쳐매지 말라

그렇지 않아도 '어륀지'(orange)로 절정을 이룬 이경숙 위원장의 지나친 영어사랑에 대한 여론의 시선이 곱지않다. 영어 전도사, 테솔 전도사 하려고 인수위원장직을 맡은 것이 아니라면, 인수위원장으로 있는 동안에는 영어 이야기는 이제 그만 하는 것이 좋을 것같다.

국가적으로 시급한 다른 일들이 쌓이고 쌓여있다. 경제 살리라고 했지, 누가 '영어 올인' 하라고 했나.
#이경숙 #테솔 #인수위원회 #영어전용교사 #숙명여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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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종양 수술 이후 방송은 은퇴하고 글쓰고 동네 걷기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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