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설 연휴의 풍경은 잔잔하게 흐른다

[포토에세이] 설 연휴에 본 풍경, 불꽃같은 '해바라기'하나

등록 2008.02.06 17:09수정 2008.02.06 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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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의 대이동이 시작되는 설날 연휴, 귀성을 준비하는 사람들로 분주하다. 늘 왁작지껄했던 우리 동네도 귀성을 떠난 사람들로 인해 많이 조용해졌다. 그동안 빼곡히 들어찼던 주차장들도 한결 날씬해졌다.

 

하지만 분주한 이웃들의 설풍경과는 다르게 우리집은 설 연휴에 특별히 어디를 가거나 하지 않는다. 우선은 친척이 많지 않기 때문이고, 또 친가 친척인 고모네 식구들이 같은 지역에 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설 연휴임에도 귀성이다 뭐다 해서 그렇게 부산스럽지 않다. 그렇기에 내게, 매년 찾아오는 설 연휴는 물처럼 잔잔한 느낌으로 흘러가곤 했다.

 

a   설 연휴에 본 '한옥마을'의 아름다운 풍경

설 연휴에 본 '한옥마을'의 아름다운 풍경 ⓒ 곽진성

설 연휴에 본 '한옥마을'의 아름다운 풍경 ⓒ 곽진성

 

하지만 고향을 향해 본능처럼 떠나는 사람들의 행렬을 보면 문득 나도 어디라도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든다. 하지만 오늘은 가족들과 함께 보내는 명절이기에 그런 용기 있는 일을 실행하지는 못한다. 그나마 기껏 할 수 있는 일이라야 잠시 동안의 산책일 뿐이다.

 

그래도 나는 굳이 기껏 할 수 있는 일을, 기꺼이 실행해 나간다. 이유는 단 하나, 그저 설연휴에 어디라도 다녀왔다는 흔적, 잠시간의 여유를 즐기기 위해서이다. 내 발길은 집에서 5분 거리에 있는 한 한옥마을로 향한다. 사실 그 한옥 마을은 집에서 가까운 데 있었지만 그동안 잘 찾지 않는 곳이었다. 도시 한복판에 있는 한옥마을에 대한 일종의 낯설음 때문이었다.

 

a   설 연휴에 본 '한옥마을'의 아름다운 풍경

설 연휴에 본 '한옥마을'의 아름다운 풍경 ⓒ 곽진성

설 연휴에 본 '한옥마을'의 아름다운 풍경 ⓒ 곽진성
a   설 연휴에 본 '한옥마을'의 아름다운 풍경

설 연휴에 본 '한옥마을'의 아름다운 풍경 ⓒ 곽진성

설 연휴에 본 '한옥마을'의 아름다운 풍경 ⓒ 곽진성

 

하지만 설 연휴에 찾은 한옥마을에서 그런 낯설음은 느낄 수 없었다. 고향에 온 것처럼 잔잔한 느낌이다. 그리고 현재가 아닌 과거에 온 느낌이다. 고풍스런 한옥을 보고 콘크리트가 아닌 흙길을 걷는 느낌은 뭐라고 할까, 정말이지 기분이 좋아지는 일이다. 한옥마을 한쪽에서는 겨울에도 피어 있는 대나무가 인상적으로 눈에 들어온다.

 

도시 주택가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이곳 한옥마을, 이곳의 명칭은 쌍청회관이라고 한다. 이곳을 만든 이유는 좀 특별했다. 한 집안에서 조상들을 기리기 위해 이곳을 세웠다고 한다. 아름답다. 조상들에 대한 애정이 듬뿍 넘치는 그 마음이, 설날이라 그런지 그 아름다움은 더욱 빛나보인다.

 

a  설 연휴에 본 '한옥마을'의 아름다운 풍경

설 연휴에 본 '한옥마을'의 아름다운 풍경 ⓒ 곽진성

설 연휴에 본 '한옥마을'의 아름다운 풍경 ⓒ 곽진성

 

a  설 연휴에 본 '한옥마을'의 아름다운 풍경

설 연휴에 본 '한옥마을'의 아름다운 풍경 ⓒ 곽진성

설 연휴에 본 '한옥마을'의 아름다운 풍경 ⓒ 곽진성

 

발걸음을 옮기면서 보이는 것은 한옥 마을에서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이다. 꼬마아이들은 들뜬 표정으로 옹기종기 모여 장난을 친다. 어른들은 설날 음식을 만들고 있는데 행복한 표정이다. 나는 그들의 설날 모습을 촬영하려다 이내 생각을 접는다. 그들의 행복한 설날 분위기를 인위적으로 깨고 싶지가 않았기 때문이다.

 

한옥 지붕에서는 난로 연기가 뭉게뭉게 피어오른다. 그 따뜻한 온기는 기름, 전기 보일러 일색인 요즘의 광경과는 많이 달랐다. 쌓인 연탄들 역시 내게 호기심을 던져준다. 과거에는 너무도 당연히 일상의 도구였던 것들이 미래에는 호기심의 대상이 된다는 사실이 날 미소짓게 했다. 과거의 모습, 한옥마을은 설 연휴, 아침에 너무 잘 어울리는 풍경을 담고 있었다.

 

그리고 그 풍경 속, 나의 걸음을 멈추게 하는 하나의 장면이 보였다. 그것은 생명은 이미 끝이 났지만 꼿꼿한 자태로 살아남아 있는 해바라기의 모습이었다. 뜨거운 여름을 강한 생명력으로 버티며 태양을 향해 나아가던 그 '정열'처럼, 겨울에도 해바라기는 사그라지지 않는 그 생명력으로 견뎌내고 있었던 것이다.

 

a  설 연휴 한옥마을에서 본 해바라기 하나, 여름 태양을 향한 그 꿋꿋한 열정 그대로 남아있었다.

설 연휴 한옥마을에서 본 해바라기 하나, 여름 태양을 향한 그 꿋꿋한 열정 그대로 남아있었다. ⓒ 곽진성

설 연휴 한옥마을에서 본 해바라기 하나, 여름 태양을 향한 그 꿋꿋한 열정 그대로 남아있었다. ⓒ 곽진성

 

설날 연휴에 본 아름다운 '광경' 하나가 오래도록 내 마음에 남을 것 같다. 설연휴의 풍경은 물처럼 잔잔하게 흘렀지만 불꽃같은 '해바라기' 하나가 내 마음에 작은 파란을 던져준다. 문득 이런 해바라기처럼 살고 싶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렇게 설 연휴는 지나가고 있었다. 내 마음 속에 작은 '불꽃'하나를 남기면서.

 

2008.02.06 17:09ⓒ 2008 OhmyNews
#설 연휴 #해바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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