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연기군 '쌍류 원더걸스' 나가신다!

농촌 주민들 TV 생방송 '따따부따'에 출연하다

등록 2008.02.15 17:49수정 2008.02.17 14:53
0
원고료로 응원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a

쌍류 원더걸스 주민들로 구성된 텔미댄스팀, 몸은 따라주는데 음악이 안 따라 주네. ⓒ 이인옥

▲ 쌍류 원더걸스 주민들로 구성된 텔미댄스팀, 몸은 따라주는데 음악이 안 따라 주네. ⓒ 이인옥

오늘(15일)은 며칠 전 생방송에 출연한 우리 주민들 이야기를 세상에 공개하려고 한다.

 

생방송에는 쌍류보건진료소(충남 연기군 서면 쌍류리) 자체특수사업인 '건강생활실천운동노래교실'에 KBS 1TV 대전방송의 출연 섭외가 들어와서 출연하게 되었다. 방송에는 쌍류보건진료소장(이인옥)과 강사(이정숙)를 포함한 15명이 출연하게 되었다.

 

프로그램은 남녀 주민들의 인사 멘트를 시작으로 주민 두 분이 각각 노래를 부르기로 했다. 그리고 주민 6명으로 구성된 '쌍류 원더걸스팀'이 텔미 댄스를 추고, 마을 자랑과 지역 특산품을 소개하는 내용으로 준비하였다.

 

2월 13일, 오후 5시 40분에 시작하여 20분간 진행된 생방송 '따따부따' 방송국을 가게 된 배경과 출연 에피소드를 공개한다.

 

생방송 이틀 전에 KBS 1TV 대전방송국 작가라는 분이 전화를 걸어왔다. 작가는 쌍류보건진료소에서 실시하고 있는 '건강생활실천운동 노래교실'과 관련하여 '따따부따' 생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달라는 제의를 했다. 그래서 일단 주민들에게 의견을 물어서 대답하겠노라고 답했고 전화를 끊기가 무섭게 여기저기 전화를 걸었다.

 

먼저 각 마을에서 마을건강원으로 활동하며 보건진료소 업무에 열심히 동참하는 분들에게 방송 출연이야기를 하며 의견을 물었다. 모두가 기뻐하며 방송에 출연하겠다고 했다. 평소에 적극적인 생활을 하는 주민들답게 명쾌한 대답을 해주어서 기분이 좋았다.

 

그렇게 방송출연제의에 대해 수락을 한 후 본격적으로 준비에 들어갔다. 내가 무슨 PD라도 된 양 마음이 바빠지기 시작했다. 기왕이면 한 분이라도 더 모시고 가려는 욕심에 15명을 꽉 채워 명단을 작성하고 확인작업에 들어갔다. 평소에 건강생활실천운동노래교실에 열심히 참여한 사람들을 선정해, 나와 강사를 포함한 15명의 명단을 작성하여 방송국으로 보냈다.

 

나를 포함한 여자 12명, 남자 3명으로 구성했다. 그 중에서 진효웅 쌍류교회 목사님을 명단에 올린 이유는, 장소가 없어 고민하던 차에 기꺼이 주민들을 위해 넓은 교회를 건강운동노래교실 장소로 제공했고, 각종 수고를 아끼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틀 동안 정말 열심히 춤과 노래를 연습하였다. 무슨 작가라도 된 양 방송 멘트를 작성하여 주민들에게 역할을 분담시켰다. 처음 시작 인사 멘트를 하게 된 남자 한 분과 여자 한 분에게는 다음과 같은 내용의 유인물을 나눠드리고 연습하라 하였다. 비록 방송 작가는 아니지만, 우리 주민들이 생방송에 출연한다는데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는 없는 일 아닌가.

 

(남녀 함께) "안녕하세요? 김경자, 김동학입니다."

 

(남) "저희들은 충남 연기군 쌍류보건진료소에서 온 지역 주민들입니다. 우리 마을 자랑과 복숭아, 포도, 배 등의 지역 특산품을 알리고 특히 건강운동노래교실을 자랑하러 나왔습니다."

 

(여) "네, 농한기에 우리지역에서는 건강운동노래교실이 열리는데 (웨이브 몸동작을 하며) 이런 댄스도 배우고, 노래도 배우고, 배꼽이 빠질 정도로 웃을 수 있어 아주 재미있어요. 노래교실에서 배운 노래 실력 한번 들어보실래요?"

 

a

명 가수처럼 김동학씨가 노래 연습을 하는 모습 ⓒ 이인옥

▲ 명 가수처럼 김동학씨가 노래 연습을 하는 모습 ⓒ 이인옥

 

두 번째로는 노래할 사람을 구했다. 음치였던 주민이 "노래교실에 열심히 참여하면서 가수 뺨치도록 노래를 잘 부르게 됐다"며  본인이 직접 자신을 소개하고 '멋진 인생'을 부르는 내용이다. 

 

"안녕하세요? 쌍류리에 사는 ○○○입니다. 저는요, 원래는 굉장한 음치였는데 우리 마을 건강운동노래교실에 다니면서 노래를 아주 잘 부르게 됐어요? 음치 노래 한번 들어보실래요? '멋진 인생' 한번 불러보겠습니다."

 

멘트를 써주고 연습해 보라고 하자 즉석에서 구수한 입담으로 재미있게 자기소개를 하는데 더 이상 연습할 필요가 없을 만큼 잘하였다. 

 

a

노래자랑 음치를 강조하며 멋진 노래솜씨를 뽑내는 주민 모습 ⓒ 이인옥

▲ 노래자랑 음치를 강조하며 멋진 노래솜씨를 뽑내는 주민 모습 ⓒ 이인옥

다음엔 6명의 주민들이 댄스 팀을 구성하였다. 이틀 동안 보건진료소의 좁은 공간에서 몇 시간씩 연습하였다. 원더걸스의 '텔 미'에 맞춰 열심히 연습했다. 

 

이제 남은 것은 마지막 마을 자랑과 지역 특산품을 소개하는 일이다. 첫 인사를 하는 남자 분에게 마을 자랑과 지역 특산품에 대한 소개를 하라고 주문하였고, 본인이 직접 원고를 작성하여 메일로 보내왔다. 그 원고를 바탕으로 정리하여 메일로 보내는 것으로 내 할 일은 다 했다 싶었다.

 

지역 특산품 소개는 전국적으로 유명한 조치원 복숭아와 서면 머루포도, 또 쌍류리 용암리, 청라리에서 생산되는 '배'와 연기군에서 운영하는 우수농산물쇼핑몰 '와이팜'을 포함하여 소개하는 것으로 구성을 했다. 그리고 혹시 배가 남아있으면 가져가서 직접 보여주며 홍보하면 좋겠다고 했다. 다행히 배와 포도즙이 있다며 가져가겠다고 했다. 이제 완벽하게 준비가 되었지 않나 싶었다.

 

그런데 거기에서 끝이 아니라 15명이 대전방송국까지 갈 차량이 문제였다. 할 수 없이 출연하는 남자 두 분께 운전을 부탁했고 그들은 흔쾌히 승낙하여 거의 모든 준비가 완벽하게 끝이 났다.

 

드디어 기다리던 방송 출연날짜가 다가왔다. 2월13일 오후 2시에 쌍류보건진료소에 모여 든 주민들은 한 번 더 연습하고 떠나자며 그 틈에도 연습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이 정도의 열정과 노력이면 잘 되겠지?' 생각하며 두 대의 봉고차에 몸을 싣고 KBS 대전방송국으로 출발했다.

 

정문에서 지키던 경비아저씨가 어떻게 오셨느냐고 묻자 운전하던 목사님이 "따따부따 출연팀"이라고 하자 바로 통과되었다. 무사통과되자 차에 타고 있던 사람들이 방송이 대단하긴 대단하네 하면서 좋아하신다.

 

아직 약속시간은 멀었고 또 준비해간 음악을 틀어놓고 텔미 댄스 연습을 하여 거의 완벽한 수준에 이르렀다. 이틀 동안 '텔 미 댄스' 연습한 시간이 얼마던가. 누가 시켜서는 이렇게 열심히 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주민들 스스로가 출연결정을 했고 연습시간 또한 그들이 정하여 진행했다.

 

드디어 기다리던 방송시간이 다가오고 간단한 리허설이 시작되었다. 근데 갑자기 텔미댄스가 너무 길다는 PD의 이야기에 간주부터 시작하기로 하고 생방송 '따따부따' 방송 시작 사인이 났다. 환한 조명을 받으며 무대에 선 김경자씨와 김동학씨, 그 뒤에는 '쌍류 원더걸스'를 자칭하는 6명의 아줌마 댄스 팀이 서 있다. 모두의 얼굴에 긴장감이 맴돈다. 생방송 '따따부따'가 시작된 것이다.

 

무사히 인사 멘트가 끝나고 댄스 음악이 흘러나온다.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표정들, 그러나 막상 음악이 나오자 당황하고 말았다. 중간에서부터 나오는 음악에 한번도 맞춰보지 않은 탓에 당황한 나머지 음악을 놓치고 말았던 것. 계속 처음 자세로 약간의 리듬을 탈 뿐 한참을 머뭇거린 후에야 한 바퀴 돌고 한 동작을 겨우 맞출 수 있었다. 이 황당함이란… 그동안 이 순간을 위해서 얼마나 연습을 많이 했는데… 모두의 얼굴에 구름이 잔뜩 꼈다.

 

다행히 아나운서의 재치 있는 진행으로 상황은 수습되었고, 다음은 놀랄 정도로 매끈하게 진행됐다.

 

충청도 특유의 구수한 입담으로 공개홀 분위기는 무르익었고 "춤이 잘 안돼서 서운하냐"는 아나운서의 질문에 "너무 속상해요, 몸은 되는데 음악이 안 따라 주네요"라며 서운해했다다. 춤을 추지 않은 나도 이렇게 속상한데 당사자들이야 오죽했으랴.

 

a

생방송 출연 생방송 kbs1텔레비젼 대전방송 "따따부따" 에 출연한 주민들이 시청자들에게 인사를 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 모습 ⓒ 이인옥

▲ 생방송 출연 생방송 kbs1텔레비젼 대전방송 "따따부따" 에 출연한 주민들이 시청자들에게 인사를 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 모습 ⓒ 이인옥

방송이 끝나자 서로 잘했다며 격려하는 모습이 참 아름다웠다. 여지껏 생각도 못해본 KBS방송 출연을 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너무 부풀었다며 일흔이 다 되었다는 아주머니의 환한 미소를 띠었다. 주민들 모두 얼굴이 붉게 상기되고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 생전 처음 생방송에 출연하고 출연료를 받아든 우리 주민들, 아직도 '텔 미 댄스'의 아쉬움이 남아있는 듯 "다시 하면 잘 할 수 있을 텐데…"를 반복한다.

 

방송 출연한 다음날(14일)이 마침 노래교실이 열리는 날이었다. 노래교실이 끝나고 강사가 돌아가자 건강운동노래교실에 모여든 주민들이 아쉬운 듯 텔 미 음악을 틀어달라고 요청했고, 난 미리 준비해간 텔 미 댄스 음악을 틀어주었다.

 

그 음악에 맞춰 신나게 동작을 하는 주민들, 이렇게 잘 하는데 너무 아쉽다며 다음에는 전국 방송을 타자고 하자 여기저기서 박수가 쏟아졌다. 되돌릴 수 없는 생방송에 첫 출연한 주민들, 인터뷰에서 한 이야기처럼 몸은 되는데 음악이 안 따라준 덕에 아쉬움이 컸다. 

 

방송출연을 한 주민들의 설렘과 아쉬운 마음을 지켜보며, 그동안 건강운동노래교실을 운영하면서 힘들었던 일들이 얼음처럼 녹아내리고 큰 보람을 느끼게 되었다. 끝나는 날까지 더 많은 주민들이 참여하여 건강과 웃음과 행복을 함께 나누기를 바라며, 또 다른 운동교실을 꿈꾼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세종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08.02.15 17:49 ⓒ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세종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쌍류보건진료소 #생방송 출연 #따따부따 #농촌주민들 #텔미댄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단독] '김 여사 성형' 왜 삭제? 카자흐 언론사로부터 답이 왔다
  2. 2 세계 정상 모인 평화회의, 그 시각 윤 대통령은 귀국길
  3. 3 세계에서 벌어지는 기현상들... 서울도 예외 아니다
  4. 4 돈 때문에 대치동 학원 강사 된 그녀, 뜻밖의 선택
  5. 5 [단독] 순방 성과라는 우즈벡 고속철, 이미 8개월 전 구매 결정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