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목사도 내는 세금, 부자목사는 왜 못내?

[주장] 목회자 세금논란과 관련하여... 신 앞에 솔직해지자

등록 2008.02.17 19:35수정 2008.02.19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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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종교비판자유실현시민연대가 지난 2006년 안국동 느티나무 카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종교인에게 세금을 징수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종교비판자유실현시민연대가 지난 2006년 안국동 느티나무 카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종교인에게 세금을 징수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 이철우


우리 사회에서 종교인들의 세금문제와 관련한 쟁점들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 중에서도 개신교 목회자와 관련해서 세금납부에 대한 찬반론이 팽팽하며, 그런 찬반논쟁이 일어날 때마다 개신교 목회자의 한 사람으로서 착잡한 심정일 수밖에 없다.

이런 논쟁의 와중에서 가장 피해를 보는 것은 교회다. 그 이유는 세금을 납부하지 않는 이유가 너무 옹색하거나 일반인들의 상식과 다르기 때문에 이해시킬 수 있는 사안도 아니다보니 결국은 목회자의 세금 문제가 곧 교회의 부정적인 것들과 연관이 되어 교회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증폭시키기 때문이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세금을 감면받거나 면제받으려면 다수가 합의할 수 있는 분명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목회자들 역시도 치외법권 지역에 사는 것이 아닌 한 예외가 될 수 없을 것이다.

내 주변에 세금내는 목사들이 많은데?

교단마다 차이가 있긴 하지만 내가 속해 있는 한국기독교장로회(이하 '기장') 목사들 중에는 세금을 내는 목회자들이 많다. 나도 그 중 한 사람이다. 교단헌법에서도 세금문제에 대한 조항이 없기 때문에 세금납부와 관련해서는 목회자 개인의 의지에 따라서 납부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아마도 목회자들이 세금문제에 대해서 민감한 부분은 대략 이런 이유인 것 같다.

매월 받는 사례비 중에서 십일조(사례비의 10분의 1을 헌금하는 것) 헌금을 하고, 그 외의 감사헌금과 교단과 관련된 각종 헌금을 내고 나면 세금 이상의 지출이 불가피하며, 거기에 세금까지 납부하면 생활고에 시달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생각해 볼 것은 일반 교인들 역시도 교단에 관련된 헌금은 내지 않지만 십일조와 감사헌금을 하며 세금도 납부한다는 사실이다. 규모가 작은 교회의 경우에는 목회자 사택이나 자녀들 교육비나 양육비를 주지 못하는 경우도 있으나 대부분의 경우 목회자는 사택을 제공받으며 각종 전기세 등도 제공을 받으니 한 달에 같은 사례비를 받는다면 일반 신도들에 비해 더 어렵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니까 최저생계비에도 못미치는 사례비를 받거나 아예 사례비를 받지 못하는 관계로 세금을 내지 못하는 경우가 아니라 의도적으로 종교인이라는 이유로 세금을 납부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국민의 의무를 기피하는 것에 다름이 아니다.


쑥스럽지만 내 세금 내역을 공개합니다.

지난 1월 급여명세서에서 경조비와 식비를 제외한 공제내역은 이렇다. 쑥스러움을 넘어 쪽(?)팔리니까 계산하지는 마시길 바란다.  

갑근세 1만5130원, 주민세 1510원, 의료보험 6만8710원, 국민연금 8만8650원, 총회연금 7만4000원, 생활보장제헌금 8만3000원(여기에 실수령액에 대한 십일조가 더해지면 된다.)

참고로 5인가족(아내·고등학생·중학생·초등학생)이며, 소형자동차 한 대 소유, 무주택자이며 '경조비'와 '식사비'라는 이상한 항목을 보시고 눈치 채신 분이 있으신지는 모르겠지만 일반목회가 아니라 기관에서 목사로 일하고 있다. 기관목사인 관계로 여타의 사택비용 같은 것들은 전혀 없으며 일반 샐러리맨들과 다르지 않다.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할 '총회연금'은 속해있는 교단에서 사례비에 따라 납부하는 연금이며, '생활보장제헌금'은 최저생계비에 못미치는 사례비를 받고 목회하는 목회자들을 위해 납부하는 것이다.

이렇게 헌금과 세금을 제하고 난 것으로 생활하자면 풍족하지는 않다. 기왕 세금 내역을 공개했으니 대략적인 한 달 생활비도 공개를 하면 150여만원, 아이들 학원비와 출퇴근 기름값과 각종 공과금을 제하고 나면 마이너스 통장이 손을 벌리고 있으니 상여금 나오는 달에 마이너스통장을 메꾸며 살고 있다. 물론 모아둘 것도 없다. 참고로 1988년부터 이 길을 걸어왔다.

빈부의 격차가 너무 심한 목회자의 세계

a  교인들도 세금을 내 국민의 의무를 다한다. 왜 목회자는 예외가 되어야 하나(자료사진).

교인들도 세금을 내 국민의 의무를 다한다. 왜 목회자는 예외가 되어야 하나(자료사진). ⓒ 오마이뉴스 권우성


그래도 나는 목회자 전체적으로 보면 상위층에 속한다고 말한다면, 거짓말이라고 할 분들이 있을지 모르겠다. 시골에서 목회를 할 때에는(불과 2년 전까지) 교단관련 헌금과 십일조, 의료보험 등을 납부하고  대략 80여만원으로 5인 가족이 살았다. 물론 그 때는 제공된 사택이 있었기에 서울생활보다는 훨씬 풍족했다.

최저생계비에도 못미치는 사례비를 받고 생활하고 있는 목회자들도 있지만 반면 수억의 연봉을 받는 목회자들도 있다. 교회의 양적인 크기에 따라 교인수에 따라 달라진다. 기독교의 본래 정신에사도 한참 벗어났다. '그리스도 안에서 한 몸, 한 지체'라고 고백하면서도 오늘의 한국 교회는 지극히 개(個)교회주의적이며, 개인구원 중심과 양적인 성장과 기복신앙에 기초해 있다.

목사가 하나님 앞에서 얼마나 신실한가는 문제되지 않는다. 학위와 언변과 처세술이 오늘 날 대형교회들에 넘치고 있고, 교인들의 자발적 요구와 목사들의 개인적인 욕심(그들은 '사명감'이라고 무장을 한다)으로 인해 찢어지게 가난한 교회의 목사들은 안중에도 없다. 가끔 동냥주듯 적선을 하고는 선교했다고 자랑하는 현실이다.

세금이야기를 하다가 잠깐 옆으로 간 것 같지만 내 생각으로는 가난한 교회 목사들도 세금을 내는데(세금을 내나 안 내나 얼마나 차이가 나겠는가?), 부자 목사들은 당연히 세금을 내야하지 않겠는가?

이유? 이 나라 국민이니까. 뭐가 그렇게 복잡한가? 복잡할 이유 하나도 없다.

세금을 내면 노동자라구? 노동자가 어때서?

지난 금요일 문화방송 <100분 토론>에서 세금문제로 논쟁을 하던 중, 세금납부 반대를 하는 어느 목사가 세금을 내면 목회자도 노동자가 될 수 있다는 발언을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냥 악성 루머면 좋겠다.

예수도 노동자였다는 사실을 그들은 모르는가? 목수 예수, 노동자 예수. 노동이 얼마나 신성한 것인데 노동을 능멸하는 말을 하고, 노동자들을 욕되게 하는 망발을 한다는 말인가?

결국 목회자들의 세금납부에 대해 불을 켜고 반대하는 이들은 누구일까? 최저생계비에도 못미치는 사례비를 받는 목사들이 아니라 대부분 일반인들이 상상할 수 없는, 보통 목사들이 상상할 수 없는 사례비를 받는 목사들이 아니겠는가?

나는 목회자들이 세금을 낸다고 노동자가 된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세금을 냄으로써 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의 의무를 다하는 것이 나쁠 것 없다고 본다. 십일조나 헌금을 더 한다고 해서 그것을 삭감해 달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그것은 하나님의 몫을 하나님께 돌려드리는 일이니까.

그런데 생각해 보라. 당신들이 늘 그렇게 주장하듯 '하나님의 것 아닌 것이 어디 있는가?' 혹시라도 일반인들이 당신들의 사례비에 깜짝 놀랄까봐 그러는 것은 아닌지, 공개하기에는 너무 액수가 커서 아무리 생각해도 기독교정신과 한참 멀어진 당신들의 모습이 드러날까봐 그러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그러나 걱정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오늘 날 목회자들에게 물질적인 가난을 요구하는 이들은 없으니까. 목회자들의 세금문제는 물질적인 부의 문제를 탓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깊이 들어가보면 결국 영적인 빈곤에 대한 질타가 아니겠는가?

그리스도인의 경제정의

신약성서 마가복음 12장에는 가난한 과부의 헌금 이야기가 있는데 그 내용은 이렇다.

'예수께서 눈을 들어 부자들이 헌금함에 헌금 넣는 것을 보시고  또 어떤 가난한 과부가 두 렙돈 넣는 것을 보시고  이르시되 내가 참으로 너희에게 말하노니 이 가난한 과부가 다른 모든 사람보다 많이 넣었도다. 저들은 그 풍족한 중에서 헌금을 넣었거니와 이 과부는 그 가난한 중에서 자기가 가지고 있는 생활비 전부를 넣었느니라 하시니라.'(누가복음 21:1-4)

이 말씀을 나는 이렇게 고백하고 이렇게 해석한다. 인간의 관점에서 자랑할만한 만큼의 물질을 바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정성된 마음으로 바치라는 말씀이다. 헌금에 대한 설교를 할 때 자주 등장하는 본문 중 하나다.

그런데 목회자들은 헌금을 바치되 과부처럼 전 재산을 다(?) 바치라는 이야기로 교묘하게 전했고, 듣는 이들은 그들대로 두 렙돈에 초점을 맞추어 자기 편한대로 받아들였다. 물론 맹신자들 중에는 전 재산을 다 바치고 패가망신한 이들도 많다. 그러나 이 말씀은 엄밀하게 오늘날의 용어로 바꿔말하면 그리스도인의 경제정의에 관한 말씀이다.

'교회에 바쳐진 모든 예물들은 이렇게 과부의 두 렙돈과도 같은 것이다. 생명과도 같은 것이다. 그러니 그 물질이 사용됨에 있어서 정의롭게 사용되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정의롭게 사용된다는 것은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일, 원하시는 일에 사용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지 않다면 하나님의 것을, 과부의 생명과도 같은 두 렙돈을 갈취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말씀인 것이다. 오늘날 많은 교회들이 자기자신의 비대한 몸을 유지하는데 그 귀한 예물들을 탕진하고 있다. 그리고 몇몇 목사들은 억대 이상의 연봉을 받으면서 큰 교회(양적으로) 목사니 당연한 대접이라고 한다. 그것을 축복이라고 하고 능력이라 한다.

다 부정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렇게 예배당(건물)과 사례비와 교회행사를 위해서 과부의 두 렙돈이 사용되는 동안, 저 시골의 작은 교회 목사들이나 개척교회 목사들은 최저생계비에도 못미치는 작은 사례비조차도 받지 못하고 사역하고 있으며 교인들 중에도 하루 세끼 건사하지 못해 범죄자가 되는 현실, 일하고 싶어도 일할 곳이 없어 길거리를 떠돌아야 하는 이 시대의 가장들, 종일 폐휴지를 모아도 팔아도 만 원도 안되는 돈을 벌어 헌금하는 이들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러니 하나님의 일을 하면서 교인들의 헌금으로 먹고 사는 이들은 모두 검소하게 살 일이며, 사치하지 말아야 한다. 자발적인 가난, 청빈의 삶을 살아가는 것, 그것이 그리스도의 경제정의가 아닐까?

a  MBC <뉴스 후>는 대형교회의 면세 혜택과 호화생활을 다룬 '세금 안 내도 되는(?) 사람들'을 3부작에 걸쳐 방송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2일 방송된 2편의 한 장면.

MBC <뉴스 후>는 대형교회의 면세 혜택과 호화생활을 다룬 '세금 안 내도 되는(?) 사람들'을 3부작에 걸쳐 방송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2일 방송된 2편의 한 장면. ⓒ MBC



나는 내지만 세금내라고 못하겠다?

모 방송국에서 대형교회 목회자들의 세금문제에 대해 방송이 나간 뒤 일부 교계신문 등을 통해서 몇몇 대형교회 목사들은 세금을 이미 납부하고 있었지만 이것이 알려지면 다른 목사나 교회들에게 피해를 줄까봐 알리지 않았다는 미담(?) 같은 내용이 전해졌다.

사실 여부를 떠나서 얼핏 들으면 '오른 손이 하는 일을 왼 손이 모르게 하라'는 말씀의 실천인 듯하지만 내가 볼 때에는 비겁해 보인다. 위에서 말한대로 세금액수를 통해서 가늠할 수 있는 사례비가 너무 많거나 혹은 담임목사와 부교역자 사이의 임금격차가 너무 심하기 때문에 공개할 수 없었던 것은 아닌가? 좀 더 솔직해지자.

대부분의 교회에서 담임목사와 부교역자의 사례비 차이는 상상을 초월한다. 내가 직접 경험한 사례로도 담임목사와의 사례비 차이가 10배일 때가 있었다.

교회가 먼저 세상의 빛이고 소금이 되길 바란다

'너희는 세상의 빛, 소금이다'는 말씀을 실천해야 한다. 지금 표면상으로 보이는 한국교회와 목회자들의 행태, 교인들의 맹목적인 신앙은 전혀 성서적이지 못하고, 기독교적이지도 못하다. 오히려 철저히 반기독교적이며, 비성서적이다.

가뭄에 콩 나듯 '빛과 소금' 같은 교회와 목사들과 교인들을 만난다. 한국에 기독교가 들어온지 100년, 그 100년의 세월동안 양적으로는 엄청나게 발전했지만 기형적인 기독교가 된 것은 아닌지 자문해 봐야 할 것이다. 이 문제는 어느 한 쪽의 작품이 아니라 종교지도자들과 교인들의 합작품이다. 그래서 풀어나가기가 더 어려운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목회자들이 결단하면 할 수 있는 여지가 더 많지 않은가?

목회자들이 용기를 가지고 소신있게 성서적으로 살아가면 복음의 본질이 살아나지 않겠는가? 하나님 나라를 바라보며 살아가는 사람들이지만 지금 발 딛고 살아가는 곳은 이 세상이다. 이 세상에 살면서 천상의 삶인듯 착각하고 살 일은 아니다. 그 곳은 세금만 없는 것이 아니다.

끊임없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신의 이름을 팔아먹는 장사치가 되지 말고, 신 앞에 솔직히 자기를 내려놓으면 종교인 혹은 종교단체의 세금문제 앞에서 어떤 결단을 내려야 할지 분명하지 않을까?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카페<달팽이 목사님의 들꽃교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다음카페<달팽이 목사님의 들꽃교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목회자세금 #뉴스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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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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