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여, 돈다발에 가려진 이명박 장로 눈뜨게 하소서"

[축복의 설경 속 기도회] 대운하로 사라질 강변의 아름다운 것 지키기 위해 간절히 기도했다

등록 2008.03.05 17:16수정 2008.03.05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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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기도회 생명의 강을 모시는 종교인 순례단들이 ‘생명의 강을 살리는 기도회’에 참석해서 성가를 부르고 있다.

기도회 생명의 강을 모시는 종교인 순례단들이 ‘생명의 강을 살리는 기도회’에 참석해서 성가를 부르고 있다. ⓒ 최종수

▲ 기도회 생명의 강을 모시는 종교인 순례단들이 ‘생명의 강을 살리는 기도회’에 참석해서 성가를 부르고 있다. ⓒ 최종수

경칩을 하루 앞둔 4일 오전 9시, 소복소복 함박눈이 내리는 강과 마을을 따라 걸었다. 영동지역에 내린 폭설이 문경새재의 조령산을 향하는 순례의 길에도 내렸다. 강과 산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눈길을 걸어가는 축복을 누렸다.

 

오후 2시, 전국의 개신교 목사들이 경부운하 조령 제3관문 예정지인 이화여대 고사리 수양관 앞 주차장에 모여 '생명의 강을 살리는 기도회'를 열었다.

 

 4개 종단에서 생명의 강을 모시는 종교인 순례단 15명의 성직자들과 목사 150여 명, 신도 150여 명이 참여했다. 기도회는 스테인드글라스의 웅장한 교회도 아닌, 네온 십자가와 제단도 없는, 함초롬히 눈송이를 안고 있는 나무들과 병풍처럼 둘러싼 조령산의 아름다운 자연이 성전이 되어 주었다.

 

네온 십자가 없지만 생명이 있는 성전

 

a 기도 김기석 목사가 생명의 강을 파괴하는 대운하 철회를 간절히 기도하고 있다.

기도 김기석 목사가 생명의 강을 파괴하는 대운하 철회를 간절히 기도하고 있다. ⓒ 최종수

▲ 기도 김기석 목사가 생명의 강을 파괴하는 대운하 철회를 간절히 기도하고 있다. ⓒ 최종수

'하늘과 땅과 생명'을 상징하는 세 번의 징소리로 기도회의 막을 울렸다. 그 종소리의 여운을 따라 김기석(기감, 서울연회 환경위원장) 목사의 첫 번째 기도가 강을 살리려는 영혼들 속으로 내려앉았다. 이는 생태계에 가한 인간의 폭력에 대해 참회의 고백이었다.

 

"인간의 탐욕으로 자연은 이리 찢기고 저리 찢긴 채 신음하고 있습니다. 위에서 아래로 흐르면서 만물을 살리는 물길이 가로막히고, 깊은 계곡을 만들며 뭇 생명들을 품어주던 산은 흉하게 잘려나갔습니다. 바다가 메워지고 갯벌은 뭇 생명들의 무덤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이 강토에 '잘 살아보세'라는 사이렌의 노랫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한 이후 사람들은 모두 풍요와 환상에 사로잡힌 채 살아가고 있습니다. 하나님이 만드신 세상에 잠시 머물다 가는 우리들이 이 세상을 거덜내고 말았습니다."

 

다음은 자연을 정복의 대상으로만 여기는 일부 개발주의자들을 향한 자연 신경을 모든 참석자들의 합송으로 세상을 향해 절규했다.

 

"우리는 풍요와 편리를 따르는 것이 자연을 파괴할 뿐만 아니라 하나님의 뜻을 거역하고 자연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음을 믿나이다. 우리는 자연의 붕괴가 인류의 삶을 위협할 뿐만 아니라 지구의 종말을 가져올 수도 있다는 경고를 엄숙히 받아들이나이다. 우리는 자연을 착취하고 사지로 내몰았던 행태를 참회하고 자연을 통해 주시는 하나님의 녹색은총으로 평화로운 세상을 열고 생명을 살리는 환경선교에 매진하겠나이다."

 

'주 하나님 지으신 모든 세계' 찬송에 이어 '창조세계를 돌보는 것은 기독교인의 사명'이라는 강서구 목사(한국기독교 청년협의회)의 기도가 이어졌다. '주님의 뜻을 이루소서' 찬송가에 이어 조헌정 목사(향린교회)의 '생명의 강을 살리기 위한' 기도가 바쳐졌다.

 

개신교 목사들, 이명박 장로 회개를 촉구하다

 

a 기도 생명의 강을 살리는 기도회에 참석한 신자들의 피켓도 간절히 기도한다.

기도 생명의 강을 살리는 기도회에 참석한 신자들의 피켓도 간절히 기도한다. ⓒ 최종수

▲ 기도 생명의 강을 살리는 기도회에 참석한 신자들의 피켓도 간절히 기도한다. ⓒ 최종수

"강물은 인간을 비롯한 모든 생명체의 젖줄이자 자궁입니다. 그런데 지금 이 나라의 대통령을 비롯한 소수의 위정자들이 국민을 현혹하며 개발이라는 미명하에 이 자연강산을 파헤치려 하고 있다. 어느 누가 자신의 어머니를 더럽혀서 행복할 수 있으며, 자신의 아버지를 짓밟아 성공할 수 있겠습니까? 당신의 영광과 솜씨를 해하려 하는 무리들을 물리쳐 주십시오.

 

자연을 지배하고 착취하려는 것은 곧 자신의 생명의 젖줄인 어머니의 자궁을 유린하는 것임을 깨닫게 하시옵소서. 돈다발로 눈이 덮여버린 이 나라의 대통령 이명박 장로님의 눈을 뜨게 하여 주시옵소서."

 

생명평화의 세상을 열기 위한 문선경 권사(NCCK 생명윤리위원)의 기도에 이어 전병호 목사는 설교가 이어졌다. 21세기의 기독교인은 '그린 크리스찬'이 되어야 한다며 다음과 같이 운하에 대한 비판적 설교를 마쳤다.

 

"이제 우리는 참으로 황당하고 거의 기가 막혀 말을 할 수 없는 그런 소식을 새 대통령과 장관으로부터 듣고 있다. 산을 파고, 강을 허물고, 문화재들을 파괴하고, 옹벽을 높이 치고, 어마어마한 돈을 들여 서울에서 부산까지 많은 시간을 들여, 화물선이 지나가는 운하를 만들겠다고 한다. 그것이 21세기 국운을 융성하게 하고 관광객을 끄려 들여 돈을 벌게 하겠다고 하는 것인가?"

 

"하나님의 창조질서 파괴하는 운하사업"

 

1부 예배의 절정이라고 할 수 있는 '우리의 입장'을 생명의 강지키기 기독교 행동(준)' 이름으로 조정연 목사(기사련 상임대표)와 손은정 목사(성문밖 교회)가 발표했다.

 

"한국 교회는 전 국토를 초토화시킬 운하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이명박 정부에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운하는 우리나라 지형과 기후, 산업에 맞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고, 경제성도 미흡하며, 상수원을 오염시킬 수 있어 안전성에도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한국 교회는 시대정신에도 역행할 뿐만 아니라 성서와도 정면으로 충돌하고 하나님의 창조질서를 파괴하는 운하사업을 이명박 정부가 철회할 것을 천명한다."

 

a 염원  함박눈이 내리는 속에서 조헌정 목사(좌)가 기도하고 전병호 목사(우)가 설교하고 있다.

염원 함박눈이 내리는 속에서 조헌정 목사(좌)가 기도하고 전병호 목사(우)가 설교하고 있다. ⓒ 최종수

▲ 염원 함박눈이 내리는 속에서 조헌정 목사(좌)가 기도하고 전병호 목사(우)가 설교하고 있다. ⓒ 최종수
a 축도와 시  최완택 목사(좌)가 축도를 올리고 박남준 시인(우)이 시를 낭송하고 있다.

축도와 시 최완택 목사(좌)가 축도를 올리고 박남준 시인(우)이 시를 낭송하고 있다. ⓒ 최종수

▲ 축도와 시 최완택 목사(좌)가 축도를 올리고 박남준 시인(우)이 시를 낭송하고 있다. ⓒ 최종수

축도에서 최완택 목사는 대운하를 결코 이루어질 수 없다는 확신을 보여주었다.

 

"걷는 자체는 평화입니다. 이로 인해 우리가 상상도 하지 못할 변화가 생길 것이라고 봅니다. 운하는 창조질서를 거역, 도전하는 일이며 현재 세계 추세는 오히려 환경보전에 애를 쓰고 있는데 선진국가를 지향하는 우리나라가 미개한 짓을 자행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자연에 은혜를 입고 살았습니다. 그리고 후손에게 고스란히 은혜를 남겨주어야 합니다. 잠시 빌려 쓰는 자연환경을 세상을 떠날 때는 그대로 놓고 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결국 수천 명이 동참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절대로 운하 건설은 이루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윤인중 목사(생명평화인천기독연대 공동대표)의 사회로 진행된 2부 첫 순서는 지리산 시인인 박남준 시인(생명의 강을 모시는 사람들 순례단)의 '강물을 따라 흐르네'라는 시가 낭송 되었다.

 

"마른 대지를 적시며 흐를 당신 어, 어머니, / 푸른 젖줄의 강물을 생각하네 / 강물이 강물로 살아 흐르는 생명의 강을 생각하네 / 뚜벅뚜벅 나 내딛는 한 걸음의 발자욱이 / 죽음으로 가는 운하를 남김없이 지우며 거두어 내는 일이라면 / 그 몹쓸 삽날을 막는 일이라면…(중략)…봄바람에 기지개를 켜며 깨어나서 고운 솜털 보송거리는 / 강가의 버들강아지야 널 지켜주겠다고 / 새끼손가락을 꼴 걸었기 때문이다."

 

"한 교회당 100m씩만 강을 지키면 된다"

 

a 기도  이필완 목사(상좌), 권오성 목사(상우), 허병섭 목사(하좌) 박희영 목사(하우)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기도 이필완 목사(상좌), 권오성 목사(상우), 허병섭 목사(하좌) 박희영 목사(하우)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최종수

▲ 기도 이필완 목사(상좌), 권오성 목사(상우), 허병섭 목사(하좌) 박희영 목사(하우)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최종수

이필완 목사(생명의 강을 모시는 종교인 순례단 단장)의 인사말에 이어 연단에 오른 권오성 목사(NCCK총무)는 기독교가 앞장서서 운하를 막아내자며 결연한 참여를 호소했다.

 

"운하 길이가 553㎞라 한다. 한국 교회 553개가 생명의 강을 살리는 일에 나선다면 1㎞씩만 운하를 저지하면 된다. 5530개의 교회가 참여하면 어떻게 되는가. 한 교회당 100m씩만 강을 지키면 된다. 생명의 강을 살리는 길에 한국교회가 앞장서서 나가자."

 

허병섭 목사(녹색대학 총장), 박희영 목사(수원지역 운하대책위 공동대표)의 인사말에 이어 이기영 교수(호서대)의 노래가 이어졌다. '지구를 위하여'에 이어 다 함께 부른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는 대운하로 사라질 강변의 모든 아름다운 것들을 지키기 위한 간절한 염원의 기도가 되었다. 

 

3부는 고사리 수양관 주차장에서 조령터널 제3관문 예정지까지 순례단과 기도회 참석자가 함께 참여하는 순례길이었다. 한 걸음 한 걸음 기도를 모으며 눈길을 걸어 올랐다. 관문이 들어설 자리에서 손에 손을 맞잡고 커다란 원을 만들었다. 우리가 모두 하나가 되어 세상의 모든 생명이 온전히 지켜지기를 간절히 또 간절히 기도했다.

 

a 염원 생명의 강을 살리는 기도회에 참석자들이 조령 3관문 예정지에 대운하 철회를 요구하며 간절히 기도하고 있다.

염원 생명의 강을 살리는 기도회에 참석자들이 조령 3관문 예정지에 대운하 철회를 요구하며 간절히 기도하고 있다. ⓒ 순례단

▲ 염원 생명의 강을 살리는 기도회에 참석자들이 조령 3관문 예정지에 대운하 철회를 요구하며 간절히 기도하고 있다. ⓒ 순례단

덧붙이는 글 | 대안언론 참소리에도 보냅니다. 

2008.03.05 17:16ⓒ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대안언론 참소리에도 보냅니다. 
#대운하 #기도회 #조령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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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 기자는 정의구현 전국사제단의 일꾼으로, 불평등한 소파개정 국민행동 공동집행위원장으로 2000년 6월 20일 폭격중인 매향리 농섬에 태극기를 휘날린 투사 신부, 현재 전주 팔복동성당 주임신부로 사목하고 있습니다. '첫눈 같은 당신'(빛두레) 시사 수필집을 출간했고, 최근 첫 시집 '지독한 갈증'(문학과경계사)을 출간했습니다. 홈피 http://www.sarang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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