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가 멈춘다면, 내릴 수 있을까

[과학이야기 3] 중력은 우주탄생의 비밀을 풀어줄 열쇠

등록 2008.03.10 10:48수정 2008.04.01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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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계 행성들은 질량이 큰 태양이 굴곡 시켜 놓은 중력장의 궤도를 따라 태양을 공전한다. ⓒ NASA


중력을 논하지 않고는 우주를 논할 수 없을 정도로 우리는 중력이 지배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 빅뱅이후 계속 팽창하던 우주에 별과 행성을 탄생시키는데 주요 역할을 한 중력은 여전히 우주에 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지구에서 생명체가 살 수 있는 것도 적당한 지구의 중력이 대기권을 형성해주기 때문이다. 화성은 중력이 약해 대기권을 붙잡아 둘 수가 없어 삭막한 불모지가 되어버렸다.

세상에는 네 가지 힘이 있다. 강핵력, 약핵력, 전자기력, 중력이 그것이다. 이 네 가지 힘 중 중력은 가장 미미한 힘을 갖고 있지만 모든 물체에 영향력을 행사하며 우주의 질서를 유지시키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력은 여전히 베일에 가려져있다.


세계의 과학자들은 지난 100년 동안 우주의 신비를 풀어줄 중력파를 검출하려 최첨단 장비를 통해 노력했으나 아직까지 한번도 중력파를 검출하지 못했다. 중력파는 그 힘이 너무 미미하기 때문이다. 도대체 중력이 무엇이기에 세계 각국에서는 지금도 막대한 예산을 들여 중력현상을 규명하는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을까.

중력은 나무에서 사과를 떨어지게 하고, 지구가 태양을 돌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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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력은 나무에서 나뭇잎을 떨어지게 하고, 달이 지구에서 멀리 도망가지 못하도록 붙들어 두는 역할을 한다. ⓒ 노기홍



뉴턴은 지구가 물체를 끌어당기는 힘 때문에 나무에서 사과가 떨어지고, 질량이 작은 물체(지구)가 멀리 달아나지 못하고 큰 물체(태양)주위를 돈다고 생각했다. 사과를 나무에서 떨어지게 하는 힘과 질량이 작은 물체가 큰 물체 주위를 돌게 하는 힘이 모두 같은 원리인 중력 때문이라고 본 것이다. 그의 중력이론은 당시로서는 가히 혁명적인 것이었다.

행성(수성, 금성, 지구, 화성 등)은 태양(恒星:별)을 공전하고, 태양은 성단(星團)을 회전한다. 그리고 성단은 더 큰 천체인 은하를 돌고 있다. 지구의 공전속도는 초속 3만m에 이른다. 이러한 지구의 공전속도는 권총의 총알보다도 100배나 빠르고, 가장 빠른 놀이기구인 롤러코스트나 자이로드롭보다 1,000배나 빠르다.


우리는 우주로켓보다 빠른 속도로 진행하는 지구롤러코스트를 타고 이 우주를 여행하고 있으면서도 그런 사실을 실감하지 못한다. 그만큼 우리는 중력에 익숙한 삶을 살고 있다. 무한질주 하는 지구롤러코스트에서 우리 몸이 지구 밖으로 튕겨나가지 않게 하는 것 또한 지구의 중력이 우리를 붙들어주기 때문이다.

30여 년 전 가수 남진이 주연한 <지구여 멈춰라 내리고 싶다>란 영화를 본적이 있다. 영화제목처럼 지구가 한 순간이라도 공전을 멈춰버리면 어떻게 될까? 지구는 태양의 인력에 의해 순식간에 태양 속으로 빨려 들어가 녹아버릴 것이다.

반대로 지구가 지금의 속도보다 빠른 속도로 공전한다면 지구는 원심력에 의해 공전궤도가 더 커지게 되든지, 태양의 영향권을 벗어나 영원히 멀어지게 될 것이다. 아무튼 지구가 지금의 속도로 태양주위를 공전하는 동시에 자전하는 덕분에 우리는 4계절과 밤낮이 있는 세상에서 살 수 있는 것이다.

중력은 시간과 공간을 휘게 하고, 질량이 없는 빛마저도 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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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평한 공간을 나타내는 개념도. 뉴턴은 시간과 공간을 절대적인 것으로 보았다. ⓒ 엘러건트 유니버스



뉴턴은 1687년에 발간된 프린키피아(Principia)에서 우주의 물리적 현상을 수학적으로 증명하고, 질량을 가진 모든 물체는 다른 물질에 인력을 행사한다고 했다. 그러나 중력이 왜 생기는지에 대하여는 그 이유를 알지 못했다.

그로부터 230년 후인 1916년, 아인슈타인은 ‘질량이 큰 물체가 어떻게 작은 물체를 끌어당기는가’에 대한 이유를 밝히는 일반상대성이론을 발표하게 된다. 그는 질량이 큰 물체가 시간과 공간을 휘게 만들고, 그 휘어진 곡선을 따라 질량이 작은 물체가 큰 물체 쪽으로 떨어지는 현상을 중력이라고 했다. 중력이 생기는 이유를 명쾌히 설명한 이론이었다.

이를테면 얇은 고무판위에 무거운 쇠공을 올려놓으면 고무판이 아래로 쳐지면서 휘어지는 것처럼, 질량이 있는 물체가 우주를 고무판처럼 굴곡 시켜 시공간을 휘게 만들고, 그 굽어진 시공간 속으로 질량이 작은 물체가 굴러 떨어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또한 이 휘어진 공간을 지나는 물체가 휘어진 공간 안에 잡혀 멀리 도망갈 수 없을 정도의 속도를 지닐 때 원심력에 의해 안으로 굴러 떨어지지 않고 궤도를 따라 공전하게 된다.

뉴턴의 고전물리학에 의하면 태양이 갑자기 없어지면 지구는 바로 태양의 중력을 벗어나 밖으로 탈출을 하게 되지만,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에 의하면 태양의 중력파가 물결처럼 지구에 도달한 8분 후에야 지구가 태양의 인력을 벗어나 멀리 도망가게 된다.

중력이 높은 곳에서는 시간이 천천히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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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슈타인은 무거운 질량이 시간과 공간을 왜곡시킨다고 봤다. 시간과 공간은 분리될 수 없는 하나이며 상대적이다. 중력이 높은 곳에서는 빛과 시간이 천천히 진행한다. ⓒ 엘러건트 유니버스(브라이언 그린)



아인슈타인은 물체가 아래쪽으로 내려올수록 점점 더 빨리 낙하한다는 사실에 착안하여 중력과 가속운동이 같은 것이라고 했다(중력가속도 9.8m/s: 떨어지는 물체는 매초마다 9.8미터의 비율로 낙하속도가 가속된다. 따라서 1초 후의 순간속도는 9.8미터가 되고, 10초 후의 순간속도는 98미터가 된다).

일반상대성이론에 의할 때 물체를 광속으로 가속시키면 길이가 축소되는 효과가 나타나면서 시간이 정지되고 질량이 크게 증가하게 된다. 실제로 입자가속기에서 전자를 빛에 가까운 속도로 가속시켰을 때 전자가 늙지 않고 다른 전자에 비해 젊다는 사실이 측정결과 밝혀졌다. 또한 물체를 빛의 속도로 가속시키면 질량이 엄청나게 증가하게 된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있을 때 엘리베이터가 갑자기 위로 올라가는 순간 몸이 바닥으로 가라앉는 느낌을 받는 것은 엘리베이터의 바닥이 가속되면서 중력작용을 하여 몸무게가 무겁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엘리베이터를 계속하여 점점 더 빛의 속도에 가깝게 가속시키면 엘리베이터 안의 사람은 납작하게 될 것이다.

우주로켓이 중력을 벗어날 때 우주인의 근육이 뒤틀리며 몸이 견디기 힘들 정도의 심한 압력을 받게 되는 것도 가속할 때 생기는 중력작용 때문이다. 아인슈타인은 이러한 인공중력과 실제 중력 사이에는 차이가 없다고 했다.

중력이 공간을 왜곡시킨 결과, 중력이 높은 곳에 사는 생명체는 아마도 우주여행을 할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 우주로켓이 우주로 날아가기 위해선 필수적으로 중력을 탈출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만 하는데, 중력이 높은 중성자별에서는 초속19만km(지구둘레의 4.8바퀴 되는 거리)에 달하는 속도를 낼 수 있는 추진 장치를 만들어야만 중력을 탈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질량은 중력을 만들고, 강한 중력은 질량이 없는 빛과 시간마저도 천천히 진행하게 한다. 따라서 질량이 큰 물체근처에서 흐르는 시간은 질량에서 멀리 떨어진 우주공간에서 흐르는 시간보다 천천히 진행된다.

질량이 무한대인 블랙홀에서는 시간과 빛마저도 정지되므로 손을 뻗어 빛을 잡을 수도 있을 것이다. 만약 중력이 무한대인 블랙홀에 사는 생명체가 있다면 그곳에서는 시간이 정지되므로 제3자의 입장에서 보면 아마도 영원히 사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반면에 중력이 낮은 화성에 사는 생명체가 있다면 그곳에서는 시간이 빨리 진행되므로 지구에 사는 생명체보다 짧은 삶을 살게 될 것이다.

중력은 우주탄생의 수수께끼를 풀어줄 열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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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과 같이 질량이 큰 물체가 존재하는 공간은 평평한 성질을 잃고 휘어진다. 지구는 태양주위의 왜곡된 공간 속에서 '가장 저항력이 적은 경로'를 따라 돈다. ⓒ 엘러건트 유니버스(브라이언 그린)



아인슈타인은 당대의 가장 위대한 과학자였음에 틀림없다. 그가 상대성이론을 발표하자 200여 년 동안 절대 진리로 통하던 뉴턴의 시공간의 개념은 무너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런 아인슈타인도 “중력만 생각하면 내 머리가 돌 것만 같아!”라고 동료과학자에게 말했을 정도다.

그는 자신의 일반상대성이론(가속도와 중력이론)과 전자기학을 통합하여 우주만물의 상태를 설명하는 통일장이론을 완성하려고 30년 동안 매달렸으나 끝내 실패했다. 통일장(統一場)이론이란 우주가 탄생하기 이전(빅뱅이전)에 존재했던 하나의 힘(초강력)이 빅뱅으로 인하여 중력, 약핵력, 전자기력, 강핵력등 네 가지 힘으로 분리되어 우주로 퍼졌나갔을 것으로 보고, 이 네 가지 힘을 수학적으로 하나로 통합하여 우주탄생의 수수께끼를 풀려는 이론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중력은 은하, 우주와 같은 거시세계에서 통용되는 물리학의 영역이고, 양자역학은 강핵력, 전자기력, 약핵력이나 소립자 같은 미시세계를 다루는 물리학의 영역이다. 서로 적용되는 원리가 판이하다보니 이 두 가지를 아우를 수 있는 통일이론을 완성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원리가 다른 2개의 이론임에도 불구하고, 두 이론이 합치점을 찾지 못하면 통일장이론의 완성은 불가능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합치점을 찾기 위해서는 중력을 양자화(量子化)하는 과제를 해결해야만 한다. 중력을 양자화 하는 일에만 성공한다면 통일장이론은 거의 완성단계에 이르게 되지만 그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 두이론(상대성이론과 양자론)을 아우르며 등장한 이론이 초끈이론과 막이론(膜理論)’이다. 초끈이론은 물질의 최소단위인 소립자를 점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진동하는 에너지의 끈으로 보는 이론으로 고차원에서 중력과 양자론을 결합하려는 이론이다.

초끈이론으로 수식을 풀면 우리가 사는 우주는 4차원이 아닌 10차원의 우주가 된다. 우리는 우주의 10퍼센트도 보지 못한다. 가시광선으로 보는 우주가 다르고, 전자기파로 보는 우주가 다르듯이 중력파로 보는 우주의 모습은 지금의 모습과는 판이하게 다를 것이다. 만약 중력을 보는 생명체가 있다면 세상이 10차원으로 보일 것이다.

빅뱅이후 1초도 안된 순간에 초강력에서 가장 먼저 떨어져나간 중력이 지금 온 우주에 퍼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중력파를 단 한 번도 검출하지 못할 정도로 중력은 여전히 과학자들에게 신비로 남아있다. 중력은 우주교향곡의 진정한 연주자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베일에 쌓여있다. 빅뱅과 더불어 우주에 울려 퍼진 137억 년 전의 중력의 메아리를 찾는 연구는 아직도 진행 중이다.

우주의 한 점인 지구에 사는 인간이 광대한 우주를 상대로 연구하는 도전정신이 언젠가는 빛을 발하여 137억 년 전에 있었던 우주탄생 비밀의 빗장을 열어줄 날이 올 것을 기대해본다. 우주가 왜 탄생했느냐는 신의 영역이지만, 우주가 어떻게 탄생했느냐를 밝히는 것은 바로 인간의 영역이기에.

인공위성에서 시간조정이 필요한 이유
차량용 네비게이션은 인공위성에서 위치정보를 받아 우리한테 길안내를 해주는 장치이다. 그런데 이 위성항법장치(GPS : global positioning system)에도 상대성이론이 적용된다.

상대성이론에 의할 때 우주선이 빠르게 진행하면 시간이 천천히 진행된다. 실제로 인공위성의 빠른 공전(지구의 자전속도로 운항)때문에 인공위성의 시간은 지구의 시간보다 하루에 7ms(7밀리세컨드: 1천분의 7초) 천천히 진행된다.

또한 중력이 낮은 곳에서는 중력이 높은 곳에서보다 시간이 빠르게 진행된다. 인공위성은 지구상공 2만㎞ 위치에 떠있기 때문에 지구보다 중력이 낮고, 이 중력차이 때문에 지구의 시간보다 인공위성의 시간이 하루에 45밀리세컨드(1000분의 45초) 빠르게 진행된다.

이 시간차를 조정하기 위하여 인공위성에 있는 시계를 매일 38밀리세컨드(45ms-7ms=38ms) 천천히 작동시켜 지구의 시간과 일치시키고 있다. 만약 인공위성의 시간을 조정하지 않고  그대로 놔두면 네비게이션의 거리오차가 너무 커져 위치정보장치로서의 기능을 상실하게 될 것이다.

#중력 #시공간의 왜곡 #우주탄생의 비밀 #상대성이론 #통일장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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