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큐베이터' 사라진 드라마, 미래 있을까

경영진 인식전환·기금 지원 등 중장기 육성 대책 필요

등록 2008.03.20 14:52수정 2008.03.20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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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KBS <드라마시티> '왜 꼭 이래야만 하는가'

KBS <드라마시티> '왜 꼭 이래야만 하는가' ⓒ KBS

KBS <드라마시티> '왜 꼭 이래야만 하는가' ⓒ KBS

'모든 드라마의 시작, 반짝반짝 빛나는 70분의 TV영화, 작은 거인 단막극의 가치.'

 

지난 1984년 KBS <드라마게임>으로 시작해 장수를 유지하며 정통 TV단막극의 명맥을 이어온 <드라마시티>가 오는 31일 단행하는 봄 개편에서 결국 폐지된다.

 

시청률 저하와 광고시장 악화라는 이유로 MBC <베스트극장>(1991년 8월~2007년 3월)과 SBS <오픈드라마-남과여(2001년 1월~2004년 2월)>도 이미 폐지가 된 상태라 시청자들이 단막극을 볼 수 있는 통로가 없어진 셈이다.

 

그동안 방송 3사 단막극은 편성시간대에서 천덕꾸러기 신세를 면치 못하며 화요일 밤, 일요일 오전, 토요일 밤 등 시청자들의 접근도가 낮은 시간대로 밀려났다. 한때 MBC 베스트극장이 마니아층을 형성하며 금요일 오후 10시대 편성된 적이 있지만 2002년 이후부터 급격히 떨어진 광고 탓에 자리를 유지할 수 없었다.

 

마지막 남은 KBS 2TV <드라마시티(토 오후 11시35분)> 역시 편성 문제로 드라마팀의 반발의 사기도 했다.

 

2TV에서 1TV로 이동하고 토요일 밤 시간대에서 일요일 밤으로 이동하는 등 부침이 심했다. 잦은 개편과 소재의 빈곤 때문일까. <드라마시티>의 시청률은 최근 몇년 간 평균 10%를 넘기지 못했다. 물가인상으로 치솟은 제작비(편당 약 9200만원/미술비 포함)에 비해 회당 15초짜리 광고 3편밖에 붙지 않아 광고수익이 한 회당 약 2000만원을 밑도는 수준을 나타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최근 2~3년 동안 개편 때마다 <드라마시티>는 폐지 대상에 올랐다가 드라마PD들의 반발로 시간대를 옮기는 수준으로 타협해 단막극의 명맥을 유지해왔다.

 

a  MBC <베스트극장>.

MBC <베스트극장>. ⓒ MBC

MBC <베스트극장>. ⓒ MBC

이처럼 단막극이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데 대해 드라마 PD들은 방송사 경영진이 경제적 논리로 단막극의 잣대를 풀려는 데 문제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이강현 KBS 기획1팀 선임PD는 "경영악화라는 단편적 잣대로 단막극을 폐지시킬 경우 시장에서 약속된 틀에만 안주하는 드라마만 양산돼 결국 영산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창섭 MBC 드라마국 PD는 "공영이라는 잣대가 시사·보도에는 해당이 되지만 드라마에는 이미 투자대비 효율이 얼마나 되느냐는 상업적 논리로 굳어졌다"며 "사회적 기여 측면에서 보면 단막극은 호흡이 긴 드라마와는 달리 정서적 충만함을 채워주는 역할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단막극 폐지 논란이 있을 때마다 방송사들은 한시적으로 폐지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실행되지 않고 있는 것도 문제다.  MBC <베스트극장>이 폐지될 당시 KBS처럼 MBC도 내부 진통을 겪다 2005년 3월에 잠깐 살아났지만 시청률 부진 등을 이유로 결국 2년 만에 폐지됐기 때문이다. 대신 시즌 드라마 <옥션하우스> <비포 & 애프터 성형외과>가 12부작으로 그 자리를 메우고 있으나 단막극의 연장선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콘텐츠 육성이라는 지상파방송사의 책무는 물론이고 중장기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드라마국 PD들과 전문가들은 제안한다.

 

조민준 대중문화평론가는 "단막극을 폐지한다는 것은 미래를 위한 투자를 거부하는 것으로 방송사 스스로 기본 명제를 부정하는 것"이라며 "공채 PD들을 뽑지 않고 외주사에 의뢰한 드라마만 틀면 모르겠지만 교육과정의 역할을 하는 단막극을 없애고 신입 PD들을 어떻게 키우겠다는 건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이강현 KBS 선임PD는 "단막극이 모든 드라마의 기초가 된다는 공익적 기능에도 불구하고 드라마는 오락적이라는 인식 때문에 방송발전기금이나 문예진흥기금 같은 진흥대책을 전혀 받지 못했다"며 "콘텐츠진흥원이나 방송영상산업진흥원 등 단막극에 대한 방송유관기관들의 진흥정책이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고 말했다.

 

# 화제의 TV 단막극

 

시청률 경쟁을 피할 수 없는 미니시리즈나 주말극에서는 다양한 소재를 개발하고 실험할 수 없기 때문에 단막극은 그동안 드라마 산파의 역할을 해왔다.

 

단막극은 신인 PD, 작가, 연기자에게는 등용문의 역할을 해왔으며, 참신한 소재와 실험정신을 통해 시청자들에 또 다른 감동과 재미를 선사해 왔다. 작품성도 대내외적으로 인정받아 수상의 영예를 안기도 했다. 이에 MBC <베스트극장>과 KBS <드라마시티>를 통해 방송됐던 단막극 가운데 소재나 형식면에서 신선한 시도로 주목받은 세 작품을 소개한다.

 

KBS <드라마시티> 'S대 법학과 미달사건' (2003. 3. 16 방송)

    

a  KBS <드라마시티> 'S대 법학과 미달사건'.

KBS <드라마시티> 'S대 법학과 미달사건'. ⓒ KBS

KBS <드라마시티> 'S대 법학과 미달사건'. ⓒ KBS

<S대 법학과 미달사건>은 학벌 중심의 사회 통념에 문제를 제기하는 코믹·풍자 드라마다.

 

대학 가기를 포기한 주인공이 어차피 떨어질 대학, 폼 나게 떨어진다며 한국 최고의 대학 S대 법학과를 배짱 지원했다가 정원미달에 운 좋게 합격한다. 하지만 S대가 수업능력을 이유로 합격을 취소하자 불합격 무효 소송을 벌이며 일어나는 일들을 다룬다.

 

이 드라마는 2005년 KBS 월화 미니시리즈 <오! 필승 봉순영>을 연출한 지영수 PD의 작품으로 당시 KBS 드라마 약진을 이끌었던 '젊은 피 PD'들의 실험과 도전 정신을 무장해 기존 드라마의 틀에서 벗어났다는 평을 받았다.

 

MBC <베스트극장> '늪' (2003. 11. 21 방송)

    

a  MBC <베스트극장> '늪' 2004년 몬테카를로 페스티벌에서 수상할 당시 모습.

MBC <베스트극장> '늪' 2004년 몬테카를로 페스티벌에서 수상할 당시 모습. ⓒ MBC

MBC <베스트극장> '늪' 2004년 몬테카를로 페스티벌에서 수상할 당시 모습. ⓒ MBC

<늪>을 연출한 김윤철 PD가 단막극으로는 이례적으로 2004년 몬테카를로 TV 페스티벌에서 최고작품상을 받는 영예를 안은 작품이다.

 

남편의 외도를 알고 아내가 남편과 정부에게 복수하는 이야기로, 인간의 미묘한 심리를 섬세하게 그려나간 이야기 구조가 유럽인의 정서에 맞고 제작 초기부터 국제적 기술 수준으로 제작한 것이 주효한 요인이라고 평가받았다.

 

김 PD는 91년 MBC 드라마 PD로 입사해 96년 일요 아침 드라마 <짝>으로 첫 연출을 맡아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2001년부터 2003년 9월까지 미국에서 영화 연출 공부를 한 후 돌아오자마자 곧바로 실험성 높은 <늪>을 제작했다. 이어 김 PD는 2005년 여름 <내 이름은 김삼순>을 히트시키며 일약 스타PD의 반열에 오르며 단막극의 힘을 증명했다.

 

MBC <베스트극장> '태릉선수촌' (2005. 10. 29, 4부작 방송)

    

a  MBC <베스트극장> '태릉선수촌'.

MBC <베스트극장> '태릉선수촌'. ⓒ MBC

MBC <베스트극장> '태릉선수촌'. ⓒ MBC

<태릉선수촌>은 아직까지도 인터넷에서 회자되는 작품 중의 하나다. 올림픽의 산실 태릉선수촌 선수들의 모습을 현실적으로 담아낸 4부작 드라마로 6개월간 없어졌던 <베스트극장>의 첫 부활작이기도 했다. 당시로서는 신선한 인물이었던 이선균·최정윤·이민기·김별 등이 출연했다. 금메달을 향해 땀 흘리는 태릉인들의 땀과 그들의 사랑을 태릉선수촌이라는 공간에서 아름다운 영상미로 그려냈다는 평을 받았다.

 

이 작품을 연출한 이윤정 PD는 MBC드라마 여성PD 1호로 지난해 <커피프린스 1호점>을 통해 세련된 영상미로 트렌디 드라마를 선보였다. 싱그러운 청춘들의 사랑을 선보였던 <커피프린스 1호점>은 <태릉선수촌>의 연출미를 그대로 가져왔다는 평도 뒤따랐다.

 

TV 단막극이 배출한 스타들

<하얀거탑> 김명민, <내 이름은 김삼순> 김선아, <프라하의 연인> 전도연. 이들의 공통점은?

바로 단막극을 통해 연기의 기본을 쌓아나간 연기자들이다. 김명민은 1996년 SBS 공채6기 탤런트로 데뷔해 <남자대탐험>으로 데뷔를 했고, 김선아는 1998년 MBC <베스트극장> '그녀의 화분 NO.1'에서 김윤철 PD와 인연을 맺어 <내 이름은 김삼순>에 출연했다.

전도연도 시작은 1993년 MBC <우리들의 천국> 단역으로 시작해 1997년 MBC <별은 내 가슴에>에서 밤무대 가수 역으로 캐스팅됐다. 이듬해 <베스트극장> '간직한 것은 잊혀지지 않는다'에 출연했다. 배우 소지섭의 앳된 모습도 이 때 확인할 수 있다. 다음은 스타들의 단막극 데뷔작들이다.

△이나영 : 1999년 <굿바이 오드리 헵번> △김현주 조재현 임호 : 1998년 <전등사> △채시라 조재현 : 1994년 <완벽한 남자를 만나는 일에 관해> △이미연 : 1993년 <결혼특강> △감우성 도지원 : 1993년 <지난 겨울 우리는> △심혜진 : 1992년 <거북이의 꿈> △한석규 : 1994년 <그들만의 방> △심은하 이종원 : 1994년 <작은도둑> △차인표 감우성 : 1994년 <하얀여로> △김혜수 최민수 하희라 : 1991년 <한여름 밤의 꿈>(출처 : MBC 홈페이지)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PD저널'(http://www.pdjournal.com)에서 제공하는 기사입니다.

2008.03.20 14:52ⓒ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PD저널'(http://www.pdjournal.com)에서 제공하는 기사입니다.
#드라마시티 #베스트극장 #단막극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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