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낯뜨거운 '김삼웅 독립기념관장 죽이기'

[주장] 윤전기 철거에 대한 유치한 보복인가

등록 2008.03.22 19:01수정 2008.03.22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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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의 '김삼웅 독립기념관장 죽이기'가 도를 넘었다. 21일 지면을 통해 저주를 퍼 부어대더니 오늘은 사설을 통해 작심을 하고 '김삼웅 죽이기'의 결정판을 만들었다. 나는 같은 언론인의 한 사람으로서 자괴감을 넘어 참담함을 금치 못한다.

 

<조선일보>가 분노한 것 중 하나는 김 관장이 현직에 있으면서 사표도 내지 않고 민주당에 비례대표를 신청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사실과 다르다.

 

김삼웅 독립기념관장은 이명박정부가 들어서자마자 사퇴할 결심을 굳혔고 자리에 어떠한 미련도 두지 않았다고 밝혔다. 사실 독립기념관장 자리는 명예일 뿐이지 세속적으로 따지면 부끄러울 정도의 예우를 받는다.

 

우리 대한민국은 대한민국의 가장 자랑스러운 기관장 중에 한 명을 그렇게 대우해 왔던 것이다. 그런 자리를 무슨 대단한 기득권인 양 정권을 잡자마자 살생부 운운하는 모습 보니 기가 막힐 따름이다.

 

'조선일보 윤전기' 철거... 김삼웅과 <조선>의 악연

 

<조선일보>는 사표도 안 냈으면서 비례대표에 신청했다고 힐난했다. 사직을 아직 미룬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김 관장은 오는 25일자로 사직할 것을 밝혔다.

 

그런 그가 왜 진작에 사표를 내지 않았던 것일까? 비례대표에 냈다가 안 되면 계속 독립기념관장 자리을 유지하고 싶어 그랬던 것일까? <조선일보>를 비롯한 <문화일보> 등 수구 언론들은 당연히 예단을 깔고 기사를 쓴다. 우리 한국 언론의 가장 못된 버르장머리 중 하나다.

 

김 관장은 지금 미국에 머물고 있다. 올해가 바로 일제의 앞잡이었던 스티븐스를 주살하였던 전명운, 장인환 의사의 의거 100주년이다. 그  기념행사가 미국에서 펼쳐지고 있는데 그것을 기념하기 위해 미국으로 날아 간 것이다. 25일까지 기념행사를 위한 공무를 다 하고자 한 의지를 밝힌 것이다.

  

비례대표를 달기 위한 세속적 물욕이 앞섰다면 당연히 국내에 남아 정치행위에 몰입하지 않았을까? 그럼에도 김 관장은 민족사에 빛나는 두 의사를 기리기 위해 그 흔한 정치행위도 접고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던 것이다. 이를 두고 현직에 있으면서 낙천에 대비, 사표를 내지 않았다는 것은 역시 '조선스러운' 표현이다.

 

<조선일보>는 김삼웅 독립기념관장에게 지울 수 없는 원한이 있을 터다. 김 독립기념관장은 단호했고 예외가 없었고 타협을 몰랐다. 가장 먼저 독립기념관에 남아 있는 일제 잔재부터 털어 내고자 했다. 그 첫번째 문제가 독립기념관에 전시되어 있는 조선일보 윤전기였다.

 

<조선일보>는 한국 사회에서 권력이다. 대통령을 비롯해서 어느 누구도 맞서지 못하는 무소불위의 막강한 권력이다. 그럼에도 김 관장은 '조선일보 윤전기'를 철거해 버렸다. 반민족, 친일의 유산을 독립기념관에 둘 수 없다는 민족주의자의 소신이었기 때문이다.

 

<조선일보>는 졸지에 '관인 친일파'가 되어 버린 꼴이었다. 한마디로 충격, 그 자체였을 것이다. 그 뒤로 복수는 진행되었다. '김삼웅 독립기념관장 죽이기'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사사건건 독립기념관에 대한 비판기사가 쏟아졌다.

 

작위적인 <조선> 프레임에 놀아난 언론들

 

노무현 정권 때 임명되었다고 '노빠'로 규정하여 몰매를 가한 것도 코미디다. '좌파 사관'으로 찍혔다. 더 놀라운 코미디는 <조선일보>가 김삼웅 관장을 공격하자 <문화일보> 등 수구 언론이 한 자도 틀리지 않고 합창한다는 점이다. 작위적인 <조선일보>의 프레임에 아무 개념없는 언론들이 놀아난 것이다. <조선일보>가 '좌파'라고 악을 써 대니 한 자도 틀리지 않고 '좌파'라고 똑같이 매도한다. 한심한 작태다.

 

진보적인 사관을 가진 사람이 민주당의 비례대표가 되겠다고 한다고 길길이 날 뛰는 형국이다. 이런 사태를 두고 나는 해방 이후에 벌어졌던 어처구니 없던 시대를 떠올린다. 조국의 독립을 위해 목숨을 바쳤던 지사들이 좌파로 낙인찍혀 불운의 운명을 맞아야만 했던 야만의 시대 말이다.

 

현직에 연연하면서 비례대표를 신청했다면 도덕적인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하지만 불가피한 공무와 관련하여 순국열사와 의사의 기념식을 위해 25일까지 독립기념관장으로서 임무를 수행하는 것을 과연 비난할 수 있는 것일까. <조선일보>는 그런 조국애까지 비난할 수 있는 전지전능한 기능을 갖고 있는가?

 

<조선일보>는 솔직해져야 한다. '좌파'운운 하기 전에 자신이 반민족 언론이 아니었는지를 먼저 성찰하는 것이 순서다. 오죽하면 독립기념관장이 조선일보 윤전기를 철거했을까, 가슴에 손을 얹고 자성해야 마땅하다.

2008.03.22 19:01ⓒ 2008 OhmyNews
#김삼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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