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이태경씨의 분양가 상한제 반대론 유감

"분양가 상한제로 분양시장 폭발은 근거없는 주장"

등록 2008.03.22 12:01수정 2008.03.22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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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원가 공개는…분양가 상한제의 또다른 변형입니다. 가격을 통제하는 것이기 때문에 주변시세보다 싼 분양아파트의 매력도만 더욱 크게 높히는 문제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분양시장이 폭발해 버릴 위험이 있다고 봅니다.”

 

누가 한 말일까. 토지정의시민연대 사무총장 이태경씨가 <데일리서프라이즈> 3월 19일자 인터뷰 기사에서 한 말이다.

 

진보를 표방하는 시민단체 실무자로서는 매우 이례적으로 이태경씨가 용감하게 “분양가 상한제 반대”의 기치를 높이 들었는데 유감스럽게도 그의 주장들은 전혀 근거없는 것들이다.

 

특히 내가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분양가 상한제를 실시하면 분양시장이 폭발해 버릴 위험이 있다”고 언급한 부분이다. 이게 무슨 뜻일까. 분양가 상한제를 실시하면 분양되는 신규주택 가격이 폭등하기라도 한단 말인가. 과연 80년대와 90년대 때 그랬던가.

 

분양가 상한제를 성공적으로 시행했던 90년대 초중반 상황을 살펴보기 위하여 당시의 주택가격 변동률과 주택거래량을 소개하기로 한다. <표-1>은 91년 이후 서울시 아파트 가격변동률과 전국 토지거래량에 대한 자료이다. 

 

[표-1]1991~2005년 전국토지거래량과 서울아파트가격변동률.

(연도)(전국토지거래량)(서울아파트가격변동률)

1991---108만 8249필지---(-4.5)%

1992----89만 1756필지---(-4.3)%

1993----85만 8247필지---(-2.8)%

1994----96만 5603필지-----1.2%

1995---108만 4114필지-----0.0%<--11월,지방에서부터 분양가 상한제 폐지 확대.

1996---137만 6053필지-----4.2%

1997---177만 5434필지-----5.2%

1998---161만 3305필지--(-14.6)%

1999---185만 7370필지----12.5%

2000---176만 1579필지-----4.2%

2001---213만 4724필지----19.3%

2002---285만 6945필지----30.8%

2003---296만 1179필지----10.2%

2004---261만 7030필지---(-1.0)%

2005---297만 8993필지-----9.1%

(주) 서울아파트가격변동률 : 전년말 대비

(자료 출처) : 건설교통부, 국민은행 통계(통계청 공인).

 

위 자료를 보면 이태경씨 주장이 전혀 근거없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도대체 분양가 상한제가 실시되고 있었던 1991년과 1995년 사이 무엇이 폭발했다는 말인가. 가격이 폭발했다는 말인가. 거래량이 폭발했다는 말인가. 분양가상한제로 분양시장이 폭발해서 시장이 혼란스러지는 게 사실이라면 1990년대 초중반 주택가격과 주택거래량 둘 중 하나는 폭발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러나 <표-1>에서 보다시피 이태경씨에게는 매우 유감스럽게도 그의 주장과는 정반대로 부동산 가격과 부동산 거래량이 폭발한 것은 1995년 11월 이후 ‘분양가상한제가 폐지된 이후’였다. 즉 분양가 자율화가 되자마자 주택가격과 주택거래량이 폭발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이태경씨는 또 같은  기사에서 이렇게 말한다.

 

“분양원가 공개한다고 하더라도 부동산 가격이 내려가지는 않습니다. 부동산이 올랐기 때문에 분양가가 오른 것이지, 분양가가 올랐기 때문에 부동산이 오른 것이 아닙니다.”

 

이 주장에 대해서 동의하는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 2005년 판교의 고분양가 때문에 분당과 용인의 주택가격이 상승했는가. 아니면 당시 분당과 용인의 주택가격이 먼저 상승하니까 판교의 분양가가 높게 형성된 것인가. 분당과 용인의 주택가격이 먼저 상승하니까 판교의 분양가가 높게 형성될 수밖에 없었다고 믿는 사람이 대한민국에 과연 몇 명이나 될까.

 

2005년에 분당과 용인의 주택가격이 폭등한 주요 원인이 판교의 높은 분양가에 있었다는 것은 진보진영 학자들과 언론들, 그리고 보수진영 학자들과 언론들. 모두 다 인정하는 것이다.

 

또 이태경씨는 위의 기사에서 이렇게 말한다.

 

 “분양가 원가공개는… 부동산 시장과는 관련이 없는 이야기입니다. 수도권의 분양물량은 약 30만호 정도로 집계됩니다. 그런데, 전국의 주택은 총 1300만호 정도입니다. 30만호의 분양주택이 전체 1300만 부동산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제한적일 수 밖에 없습니다. 물론 심리적인 영향은 있습니다.”

 

이런 주장 또한 전혀 근거없는 것이다. 분양가 원가공개나 분양가 상한제는 부동산 시장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분양가상한제가 시행되면 1990년대처럼 무주택자들이 분양가상한제에 대해 기대를 갖고 수년간 청약통장에 불입하며 기존주택 구입을 미루게 된다. 그리고 그 결과는 기존 주택시장의 거래량 감소와 주택가격하락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즉 분양가 상한제는 무주택자들의 기존주택 구입을 상당기간 유예시켜 부동산 투기열기를 냉각시키고 매수세를 감소시켜 기존주택시장의 주택가격 안정에 크게 기여하는 것이다.

 

또한 정부가 분양가 상한제 적용 신규주택에 대하여 상당히 오랜기간 ‘주택전매제한’이라는 적절한 규제를 가하기 때문에 분양가 상한제 때문에 주택가격과 주택거래량이 폭발할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이다.

 

이태경씨는 또 이렇게 말한다.

 

“분양원가 공개로 분양가가 정말 낮아졌다고 봅시다. 그래서 주변시세가 평당 1500만원인데, 분양가가 1000만원이 되었다고 봅시다. 그럼 분양만 받으면 로또가 되는 것 아닙니까? 누구라도 달러빚을 내서라도 아파트 분양에 계약금을 밀어 넣을 것입니다.”

 

이태경씨의 이런 주장은 매우 위험하기까지 한 주장이다. 이태경씨 논리대로라면 청약열기를 잠재우려면 건설사들로 하여금 더욱더 높은 분양가를 설정하도록 해야 한다는 말인가. 이태경씨가 가장 우려하는 것이 분양시장 폭발인 것 같은데 그것을 냉각시키려면 미분양이 일어날 만큼 높은 분양가를 설정하는 것이 유일한 해법일 터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정부가 이태경씨처럼 그렇게 경험 일천한 정부가 아니다. 우리나라 정부는 1980년대와 1990년대 ‘분양가 상한제’와 ‘주택전매제한제도’병행을 통해 상당한 노하우를 축적하고 있다. 문제는 이들이 1990년대 이후 우리나라 학계와 관계에 과도하게 팽배한 ‘신자유주의적 시장맹신주의’에 경도되어 그런 좋은 제도들을 의식적으로 기피했을 뿐이다.

 

즉 우리나라 정부는 1990년대의 경험을 통해 5년~10년 이상의 주택전매제한제도를 일관되게 시행하면 분양가 상한제의 적용을 받는 주택을 구입한 사람들이 바로바로 차익실현을 할 수 없기 때문에 그 자체가 주택가격 폭등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더 잘 알고 있는 것이다.

 

아울러 이들은 무주택자들이 분양가 상한제의 적용을 받는 주택을 구입하기 위하여 5~10년 정도 기다리며 기존주택 매수를 극도로 꺼리면 기존주택시장 자체의 거래량이 크게 감소하고 가격 또한 안정될 것이라는 사실도 그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다.

 

인간에게 경험만큼 위대한 스승도 없다. 그리고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체득한 지식은 관념적인 몽상과는 비교가 안 되게 튼튼한 지적기반이 된다.

 

우리에게는 1990년대에 “분양가상한제”와 “주택전매제한제도”를 원활하게 병행하여 성공한 선례가 있다. 다만 그 소중한 경험들이 “시장친화”운운하며 “과도하게 시장주의에 경도된” 무리들에 의하여 2006년 말까지 다시 부활하지 못한 것은 우리 모두의 불행이 아닐 수 없다. 나는 이태경씨가 이런 무리들과의 차별성을 분명히 해 줄 때에라야 보다 더 실사구시적인 진보의 면모를 갖출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데일리서프라이즈,대자보에도 송고하였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08.03.22 12:01 ⓒ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데일리서프라이즈,대자보에도 송고하였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분양가상한제 #분양원가공개 #주택전매제한 #이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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