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씨 왜곡된 여성관이 끔찍한 살해 불렀다"

경찰, 안양 초등생 살인사건 수사결과 발표...신병·수사기록 검찰 송치

등록 2008.03.25 12:14수정 2008.03.25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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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검찰로 송치되기 직전의  피의자 정씨

검찰로 송치되기 직전의 피의자 정씨 ⓒ 최병렬


안양 초등학생 유괴·살인사건 수사본부는 오늘(25일) 오전 10시 이혜진(11)·유예슬(9) 어린이 살해사건 피의자 정아무개(39)씨에 대한 최종수사결과 발표를 통해 사건 전말을 공개하고 10시 30분께 정씨의 신병과 관련 수사기록을 검찰에 송치하기 위해 안양경찰서를 나섰다.

수사본부장 박종환 안양경찰서장은 수사결과 발표 브리핑에서 "피의자 정아무개(39)씨가 부모 이혼으로 계모 슬하에서 성장하고 마음에 둔 여성들에게 실연을 당하면서 왜곡된 여성관과 남들에게 무시당한다는 자괴감이 끔찍한 범행으로 연결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경찰은 지금까지의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정씨가 지난해 12월 25일 술을 마시고 본드를 흡입한 환각상태로 골목길에서 만난 두 어린이가 모멸감을 주는 눈빛을 보이는 것으로 착각하고 강제로 끌고가 성추행한 후 살해했다며 정씨의 단독범행으로 잠정 결론 내렸다.

a  수사결과를 발표하는 박종환 안양경찰서장

수사결과를 발표하는 박종환 안양경찰서장 ⓒ 최병렬


a  수사결과를 발표하는 수사본부장인 박종환 안양경찰서장

수사결과를 발표하는 수사본부장인 박종환 안양경찰서장 ⓒ 최병렬


경찰은 기자들과의 일문일답에서 시신의 훼손과 유기 경위에 대해 수사 과정에서 제기된 의문점과 화장실의 혈흔이 벽면에 미량으로 남은 점 등을 명쾌하게 답변하지 못했다.

박 서장은 "피의자는 범죄에 관해 많은 연구를 했다. 혈흔이 남는다는 것을 알고 여러 차례 물로 씻어내는 등 용의주도하게 범행을 저질렀다. 렌터카 주행기록과 이동경로를 비교해본 결과 제3의 범행장소는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남성의 혈흔과 체액에 대한 질문에 "신원은 정확히 확인 안됐다. 혈흔과 체액 반응은 일상생활에서도 나올 수 있다. 주변인물을 상대로 공범 및 피해자가 더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씨가 살해했다고 자백한 2004년 군포 40대 여성 실종사건도 함께 검찰에 송치했는가에 대해선 "이번 사건 송치에서는 빠졌다"며 "피의자 정씨 본인이 범행을 시인한 만큼 정황증거 외에 범행을 입증할 뚜렷한 물증을 확보해 추가 송치하겠다"고 밝혔다.


끝으로 초동대처 미흡 등 부실수사 논란이 일고 있는 데 대해 지적하자 "아쉬운 부분이 많이 있다. 인력과 10일이라는 짧은 수사기간의 한계… 우리가 좀 더 꼼꼼하게 했다면… 그러나 실종사건은 사건현장도 없고 다양한 가능성을 두고 수사를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어려움이 많다. 최선을 다해 수사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피의자 정씨는 수사본부의 수사결과 브리핑후 10시 30분께 안양경찰서를 나섰으며 검찰 송치 차량에 타기 직전 취재진의 질문에 "기회가 주어진다면 가족에게 사죄하고 싶다"는 말을 남겼다.


a  검찰로 송치하기 위해 안양경찰서를 나서는 피의자 정모씨

검찰로 송치하기 위해 안양경찰서를 나서는 피의자 정모씨 ⓒ 최병렬


a  안양경찰서를 나서는 어린이 살해 피의자 정씨

안양경찰서를 나서는 어린이 살해 피의자 정씨 ⓒ 최병렬


다음은 안양경찰서 박종환 서장이 발표한 안양 초등생 살인사건 수사결과 전문이다.

안양 초등생 살인사건 수사결과 전문
"지금부터 안양 초등학생 살인사건 수사결과를 발표하겠습니다. 먼저, 이번 사건을 조기에 검거하지 못해 유족과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한 마음 감출 수 없습니다.

피의자 정모씨는 지난 2007년 12월 25일 오후 6시경 음주 및 본드를 흡입하고 주거지 뒤편 골목에서 피해자 2명을 자신의 집으로 강제로 끌고가, 피해자들을 위협, 성추행한 후 각각 입과 코를 막아 살해 하였으며, 피해자들의 시신을 화장실로 옮겨 톱을 이용, 훼손 후 렌트카를 빌려 1구는 수원시 호매실동 야산에 암매장하고 1구는 시흥시 군자천에 유기한 것으로 수사결과 확인되었습니다.

피의자 검거 과정으로는, 사건 발생 직후부터 피해자 주거지 주변 8,100여 세대를 가가호호 방문하여 탐문, 수색하고, 성범죄 전과자 등 대상으로 수사하던 중 2008년 3월11일, 수원 권선구 호매실동에서 시신이 훼손된 채로 발견되자 범행이 실내에서 이루어지고 독거남이며 차량을 이용하여 시신을 유기하였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 그 동안 축적한 자료를 활용하여 안양 6, 8동 거주 독거남 680명을 대상으로 수사하던 과정에서 피의자 정모씨가 사건당일 렌트카를 대여한 사실을 밝혀내고 차량을 정밀 감식하여 혈흔을 발견, 이 혈흔이 피해자들의 혈흔으로 확인됨에 따라 피의자 모친 주거지인 충남 보령에 형사들을 급파하여 피의자를 검거하였습니다.

피의자는 검거당시 범행을 완강히 부인하였으나, 물적 증거로 강하게 추궁 받자 교통사고로 피해자들을 사망케 하고 시신을 훼손하여 유기하였다고 1차 자백하였으며, 진술에 논리적 모순이 있음을 스스로 인지하면서도 계속 범행을 부인하다가, 추가 확보한 증거 및 수사관들의 강도 높은 추궁으로 자백범위를 순차적으로 확대하여, 결국 피해자들을 강제로 끌고 가 성추행하고 살해 하였다고 시인하게 되었습니다.

현재까지 수사한 결과 이 사건은 범인 정 모 씨의 단독 범행으로 보여지나, 공범이 있는지 여부도 계속 수사할 예정입니다.

피의자 성향 및 범행동기에 대하여, 피의자는 중학교 1학년 재학중 부모가 이혼하고, 계모 슬하에서 언제라도 버려질지 모른다는 불안감 속에서 성장하였으며, 지금까지 3명의 여성과 결혼을 염두에 두고 교제하였으나 마음을 준 여자들에게 일방적으로 실연을 당한 후 여자에 대한 경멸감과 멸시, 타인에 대한 증오가 생겼다고 진술했습니다.

사건 당일 크리스마스 범행당시에도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술을 마시고 본드를 흡입하였다고 진술하고, 환각상태에서 피해자들이 모멸감을 주는 눈빛을 보이는 것으로 착각하고 강제로 끌고가 성추행 후 살해하였다고 진술하였으며, 왜곡된 여성관과 남들에게 무시당한다는 자괴감이 잠재적으로 내재되어 있던 중 끔찍한 범행을 저지르는데 이르렀다고 보입니다.

어제 아침 7시 50분 경, 우예슬 양 사체유기 장소인 시흥시 소재 군자천 하류 시화호 갯벌에서 우예슬 양 머리 부분으로 추정되는 시신 일부분이 발견되어, 국립과학수사 연구소의 부검 결과 치아구조는 우예슬 양과 일치하고 있음을 통보받았으며, DNA일치 여부에 대해서 긴급감정의뢰 하였으며, 발견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도 시화호 갯벌을 중심으로 계속 수색해 나갈 예정입니다.

여죄에 대하여, 피의자는 2004년 군포 금정동 모텔에서 정 모 여인을 살해하고, 사체를 시흥시 월곶의 다리 위에서 바다로 던졌다고 진술하였는데, 진술의 진위여부를 조사중이고 관련 증거 확보에 힘쓰고 있으며, 또한, 경기 서남부 연쇄 부녀자 실종사건에 대해서는 사건당일 행적을 조사한 바 알리바이 입증되어 일단 혐의가 없는 것으로 보이나, 사건 관할 경찰서와 공조하여 계속 수사할 예정입니다.

오늘 오전 피의자의 신병과 수사기록, 증거물 일체를 수원지방검찰청에 송치할 예정이며, 수사본부에서는 최선을 다해 수사하여 관련 증거 및 피의자 자백을 확보하였으나 10일이라는 짧은 수사기간의 한계가 있었으며, 일부 미흡한 부분과 공범 및 여죄에 대해서는 송치후에도 계속 수사하겠습니다."

#안양 #안양살해 #초등생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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