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호 '김홍업·박지원' 지원 유세 논란

3박 4일 일정으로 선거 운동... "후광 정치" 비판 여론

등록 2008.03.30 19:03수정 2008.03.30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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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이희호 여사 이희호 여사가 30일 오후 목포역 앞 광장에서 아들 김홍업 의원, 박지원 전 실장에 대한 지원유세를 하고 있다.

이희호 여사 이희호 여사가 30일 오후 목포역 앞 광장에서 아들 김홍업 의원, 박지원 전 실장에 대한 지원유세를 하고 있다. ⓒ 박지원 후보측 제공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가 무소속으로 총선에 출마한 차남 김홍업(전남 무안신안) 의원과 박지원 전 비서실장 지원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 후보 뿐만 아니라 시민사회단체들도 김 전 대통령의 '후광'을 이용한 선거운동 방식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3박 4일 일정 방문... 박 전 실장과 김홍업 의원 지원사격

이 여사는 30일 오후 김홍업 의원과 함께 목포역 유세에 참석해 직접 마이크를 잡고 두 사람에 대한 지지유세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사회자는 이 여사를 '목포의 어머니'라고 소개했고, 이 여사는 "박지원 후보는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킨 제1등 공신으로 참으로 어려운 일을 해냈다"며 "수십년 동안 민주당을 지켜주고 키워주신 목포 시민들이 박 후보를 민주당으로 다시 돌려보내 큰 일을 할 수 있게 압도적인 표로 당선시켜 달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에 둘째 아들인 김홍업 후보도 박 후보와 마찬가지로 당이 약속을 지키지 않아 어쩔 수 없이 무소속으로 나왔는데, 박 후보와 김 후보가 당선돼 서로 손잡고 도와가며 목포와 무안·신안을 발전시킬 수 있도록 해 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박 전 실장도 이날 유세에서 김 전 대통령과의 각별한 관계를 강조하기도 했다.

"세계적인 지도자로 목포를 성장시키고 노벨평화상을 수상하신 김대중 대통령이 오늘날 어떤 위치에 있는가. 그 명예를 회복하겠다. (중략) 오늘 목포시민과 국민들 앞에 다시 선언한다. 어떤 일이 있더라도 김대중 대통령 내외분을 끝까지 모시는 것이 하나님이 저에게 준 소명이다."

이 여사는 앞서 29일에는 전남 무안과 신안을 찾아 김홍업 의원의 선거운동을 도왔다. 김 의원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는 "당 대표가 몇 번이나 공천을 약속했는데 느닷없이 공천이 안됐다. 무소속 출마는 당의 책임으로, 공천을 왜 못받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알려졌다. 김 의원의 무소속출마의 정당성을 강조한 셈이다. 이 여사는 휠체어를 타고 김 의원과 함께 시장 등을 방문해 주민들을 만나기도 했다.


28일 현지를 방문한 이 여사는 3박 4일 일정으로 두 지역을 누비고 있다.

"김 전 대통령 '후광정치'... 퇴행적"


a 이희호 여사 이희호 여사가 지난 29일 전남 무안에서 김홍업 의원을 지원하는 거리유세에 나섰다.

이희호 여사 이희호 여사가 지난 29일 전남 무안에서 김홍업 의원을 지원하는 거리유세에 나섰다. ⓒ 김홍업 후보측 제공


하지만 이 여사가 이 지역과 특수관계에 있는 김대중 전 대통령을 거듭 강조하면서 지원유세를 하고 있는 것에 대한 지역의 시선은 곱지 않다.

김종익 목포경실련 사무국장은 "대단히 부정적이고 퇴행적"이라고 비판했다. 김 사무국장은 "공천에서 배제된 뒤에 무소속으로 출마한 사람들을 비호하는 것 이상으로밖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김 전 대통령에게 누가 될 것"이라며 "그런데 편승해서 국회의원 되겠다는 후보자들 발상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지난 28일 참여자치21, 광주경실련, 목포YMCA 등 광주전남지역 70여개 시민사회단체는  '18대 광주·전남 총선에 대한 입장'이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내 "한화갑씨의 광주 무소속 출마는 민주당 공천에서 탈락한 무안·신안의 김홍업, 목포의 박지원씨와 흐름을 같이 한다는 사실이 자명해졌다"며 이는 "구 민주당 부활을 노리는 DJ와 동교계의 합작품"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광주·전남 시민사회단체들이 김 전 대통령을 직접 비판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모두 '김대중의 자식들'인 민주당 후보들도 불쾌한 표정들이다.

옛 민주당 사무부총장 출신인 무안신안의 황호순 후보는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한 마디로 유감"이라며 "자식에 대한 애정을 품고 하는 것이겠지만, 한때 '국모' 아니냐. 황태자 뽑는 것도 아닌데…"라고 말했다. 또 "60살이 다 된 아들이 부모 후광을 업고 정치하겠다면 정치인 자격이 없는 것 아니냐"고 덧붙였다.

목포의 정영식 후보도 "제가 가장 존경하는 김 전 대통령을 세속정치에 끌어들이는 행태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지금처럼 민감한 상황에는 두 어른도 나서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김대중 대통령 때 청와대 비서관과 행정자치부 차관을 지냈다.

한편 목포에서는 박 전 실장과 정영식 후보, 이상열 의원이 접전을 벌이고 있고, 무안신안에서는 김 의원이 황호순 후보를 추격하고 있다.
#이희호 #김대중 #김홍업 #박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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