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제공격이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주장] 새정부의 대북관에 대수술이 필요하다

등록 2008.03.31 14:46수정 2008.03.31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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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영 합참의장의 청문회 발언을 빌미로 북한이 대남 압박의 수위를 높여가고 있습니다. 김 합참의장은 지난 26일 국회청문회에서 북한의 핵공격 가능성에 대하여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질문을 받았습니다. 그는  핵기지 등을 공격하여 무력화하는 것이 가장 우선이라고 대답하였습니다. 이에 북한은 선제공격론이라고 발끈하고 나섭니다. 남북관계가 점점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습니다.

 

북한의 반응이 제법 격하게 나오고 있습니다. 남측에 '선제공격론'에 대한 공식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을  요구하였습니다. 서해상에서 미사일 시험발사를 실시하는가 하면 군사력을 전진 배치하고 전투기를 DMZ부근과 NLL에 출격시켰다고 합니다. 남북관계를 단절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습니다. 급속히 남북관계의 경색이 우려되고 있습니다.

 

북한의 태도를 해석하는 다양한 견해도 나오고 있습니다. 새정부에 대한 일종의 기선제압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코앞에 다가온 총선에 영향을 미칠 의도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어떤 의도에서 하는 행동이건 항상 북한의 태도는 필요 이상으로 과격합니다. 남측의 적절한 수위조절과 포용이 없다면 늘상 긴장이 고조될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남북 모두에게 도움이 안되는 행동입니다. 성숙한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나아가는 데에는 아직도 멀었다는 평가를 받기에 충분합니다.

 

대한민국의 새정부에 대하여 기싸움을 걸어올 것이 아니라 진지한 대화를 진행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그렇게 유치한 기싸움을 하는 것보다 당국자 간의 대화를 하루 속히 시작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일 뿐 아니라 서로 유익할 것입니다. 새정부가 북한의 위협에 의하여 대북정책의 기조를 바꾸거나 굴복할 가능성은 없을 것입니다. 그동안 진전시켰던 남북관계를 후퇴시키면 그만큼 양측 모두에게 손해가 될 뿐입니다.

 

총선에 영향을 미칠 의도라 하더라도 북한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은 없습니다. 항상 북한이 한반도 정세를 악화시키면 한나라당이 정치적 이익을 취하곤 했습니다. 서로 간의 내부정치에 대하여 간여하려고 시도하는 것은 불신만을 키울 뿐입니다. 총선에서의 한나라당 압승을 바란다면 북한의 의도는 성공을 거둘 것입니다. 한나라당의 압승은 남북관계의 경색을 심화시킬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다면 북한이 남북관계의 진전속도를 늦추고 싶어하는 의도로 해석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이명박 정권의 대북관도 문제가 많습니다. 이미 북한이 상식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국제사회와 대화하는 상대가 아님을 잊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우리의 눈높이로 상호주의를 엄격히 적용하려는 태도는 북한의 반발과 벼랑끝 전술을 유발할 뿐입니다. 그동안 우리 측이 인내를 가지고 꾸준히 설득하는 방법으로 진전시킨 것을 일거에 모두 뒤로 돌려서는 안될 일입니다.

 

한나라당과 수구세력의 입맛에 맞는 방법으로 압박하는 것은 한반도의 긴장을 높이고 북핵문제 등의 해법에 있어서 우리의 중재자로서의 지위를 상실하게 만들 것입니다. 미국과 북한의 극한 대립으로 한반도에서 불행한 사태가 초래된다면 그 것으로 가장 큰 타격을 입는 것은 대한민국입니다. 미국은 초강대국일 뿐 아니라 한반도에서 먼 거리에 있습니다. 한반도가 불바다가 되어도 미국은 상대적으로 크게 타격을 받지 않습니다. 북한은 사실 여러 가지 어려움에 직면한 지 오래되었고 별로 잃을 것이 많지 않습니다. 가장 많은 것을 우리가 잃게 될 것입니다.

 

또 약자의 대응은 항상 과장되고 격하게 마련입니다. 힘의 열위에 놓인 상태에서 동등한 위치를 고수하기는 어렵습니다. 따라서 극단적인 선택을 입에 올리며 상대방을 위협하는 일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우위에 있는 대한민국이 북한에게 극단적인 언행으로 대응할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다독이고 분위기를 완화하여 상대가 극단적인 행동을 하지 않도록 포용해야 하는 것입니다. 지난 10년의 화해협력 정책이 바로 그러한 의미를 담고 있는 것입니다.

 

일방적 퍼주기니 친북좌파 정권이니 하면서 비난했던 것은 한나라당이 야당일 때의 선거전략으로 유효했습니다. 그러나 이제 대한민국의 국정을 모두 책임지는 집권세력입니다. 선거만을 생각하고 국가와 국민의 안위는 뒤전에 둘 형편이 아닙니다. 북한이 먼저 도발적인 언행을 하더라도 오히려 자제력을 발휘하여 대화를 이끌어 가려 노력하는 것이 옳습니다. 국민이 원한다고 시원하게 막말을 퍼부어서 선거만 이기려고 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이명박 정권의 대북관은 확연히 문제입니다. 주는 것이 있으면 받는 것이 있어야 한다는 방식으로 강자와 약자가 협력을 지속하기는 불가능합니다. 약자는 항상 존립에 대한 불안을 느낄 수 있습니다. 안돈시키면서 서서히 개방과 개혁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먼저입니다. 상호주의를 말하고, 남측의 입장에서 실용을 기준으로 삼는다면 남북관계는 진전될 수가 없습니다. 오히려 과거로 돌아가서 긴장이 한반도를 휘감을 것입니다.

 

김하중 통일부 장관의 발언도 위험합니다. 북핵문제는 여러 가지 어려움 속에서도 실마리를 찾아가고 있습니다. 지금 당장은 핵프로그램 신고가 시한을 넘겨서 어려운 국면에 있지만 6자회담 당사국들이 노력하여 풀어가야할 일입니다. 그런데 북핵문제의 해결없이는 경협을 더 이상 확대할 수 없다고 압박한 것입니다. 이것을 북한은 새정부가 북한을 압박해서 일을 해결해 나가겠다는 의지로 해석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들이 스스로 약자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더욱 그렇습니다.

 

김태영 합참의장의 청문회 발언은 그보다 훨씬 위험한 발언입니다. 북한이 '서울 불바다' 발언을 했을 때 우리의 입장에서 흥분했던 일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실제로 공격을 받으면 우선적으로 상대방의 핵기지를 타격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 발언의 경우 북한의 핵공격에 대한 위험이 높아질 경우에 대한 답변이었습니다. 가능성에 대하여 선제공격을 의미하는 발언을 한 것입니다. 이러한 계획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공개적으로 발언해선 안 될 사안입니다.

 

북한이 그 발언을 문제삼자 우리 측의 해명은 더욱 구차합니다. '선제공격'이라고 말하지 않았다고 발뺌을 하고 있습니다. 꼭 그 단어를 사용해야 선제공격론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먼저 타격한다'를 한자어로 조합하면 선제공격이 되는 것입니다. 차라리 북한이 남한을 핵공격하기로 확실히 결정하면 그렇게 하겠다는 말이다. 따라서 '북한이 먼저 핵으로 공격하지 않으면 그러한 일은 일어나지도 않을 것이다'라고 설명을 했어야 합니다. 마치 '주어를 말하지 않았다'는 당대변인의 변명을 상기하게 만드는 말장난입니다.

 

남북간의 관계는 아직도 그리 확고한 신뢰에 바탕하고 있지 못합니다. 그나마 우리 측의 각고의 노력과 인내로 이만큼의 발전을 이룬 것입니다. 우여곡절이 많았습니다. 지금 원점으로 돌아가면 다시 이만큼의 진도를 나가기가 더욱 어렵습니다. 철저히 실용적인 관점에서 풀어가야 합니다. 남측의 입장에서만 실용이 아니라 한반도와 한민족 전체의 입장에서 실용적인 접근이 필요할 것입니다. 서로 상대가 있는데 한쪽의 입장만으로 해결이 되지는 않습니다.

 

점점 남북 간의 미약한 신뢰에 금이가는 소리가 들려오고 있습니다. 과거와 같은 극한 대립으로 한반도를 전쟁후보지로 만들어선 대한민국의 경제도 살릴 수가 없을 것입니다. 상호주의가 아닌 상생으로, 선제공격이 아닌 대화로 국면을 속히 전환해야 합니다. 핵문제는 6자회담의 틀속에서 적극 풀어나가고, 대한민국이 미국과 북한을 중재해야 합니다. 경제협력은 미국의 눈치만 살필 일이 아니라 우리가 주체적으로 북한을 리드해야 합니다.

 

이제 정권을 담당하고 있는 입장이라면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권도 퍼주기라는 공세를 접어야 합니다. 이제 정권을 탈환하려는 야당이 아닙니다. 대한민국의 운명을 죄고 있는 집권세력입니다. 곧 총선에서 의회도 장악할 것입니다. 이미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도 차지하고 있습니다. 중앙과 지방, 행정부와 의회까지 모두 책임져야 합니다. 야당시절의 선거전략에 의한 프로파간다는 이미 유통기한이 지났습니다. 대북정책에 있어서 태도전환이 절실해 보입니다.

덧붙이는 글 | 노사모에 함께 올립니다.

2008.03.31 14:46 ⓒ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노사모에 함께 올립니다.
#선제공격 #북핵문제 #한반도 긴장고조 #남북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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