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반찬봄동, 묵은지, 멸치젓갈, 콩나물 등 푸짐하게 차려져 나오는 밑반찬
이종찬
동네 아주머니들의 음식 사랑방 "뭘 먹을까?""글쎄요.""마포에 가서 설렁탕이나 한 그릇 먹을까?""설렁탕보다는 얼큰하고 시원한 조기매운탕이 낫지 않을까요. 그 집 조기매운탕 먹으며 땀 한바가지 쏟고 나야 춘곤증이 도망칠 것 같은데요."서울 마포구 도화동 우성아파트 비탈길 골목에 있는 10평 남짓한 호남식당. 이 집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여기저기 모여 앉아 음식을 나눠 먹으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수다를 떠는 동네 아주머니들이다. 하지만 이 집 주인은 싫은 기색이 없다. 밑반찬이 떨어지는가 싶으면 얼른 다시 낸다. 그야말로 동네 아주머니들의 음식 사랑방이다.
그렇다고 이 집에 동네 아주머니들만 오는 것은 아니다. 대학생인 듯한 젊은 연인들부터 동네 아저씨, 할아버지에 이르기까지 연령층도 다양하다. 차림표 또한 청국장, 우렁 된장찌개에서부터 갈치조림, 조기구이, 조기매운탕, 삼치구이 등 먹음직스런 음식들로 가득하다. 가격도 4천원부터 6천원까지, 그리 비싼 편이 아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마음이 편안한 것은 이 집 주인아주머니의 살가운 마음씨다. 전남 영암이 고향이라는 이 집 주인 박준임(47)씨는 두 명이 가서 음식 1인분을 시키며 밥 한 공기를 추가하면 오히려 2인 분량의 음식을 푸짐하게 차려낸다. 그야말로 '음식 끝에 맘 상한다'는 투다.
음식을 다 먹은 뒤 후식으로 막걸리 한 병 시켜놓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반나절 이상 앉아 있어도 절대 싫은 기색을 내비치지 않는다. 오히려 밑반찬을 챙겨주며 "더 필요한 게 없느냐"고 물을 정도다. 게다가 이 집을 드나드는 손님들도 알아서 주인에게 예의를 차린다. 식사 때가 되어 손님이 몰리면 슬며시 자리에서 일어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