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또한 운명처럼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닐까?

하얀 꽃 잔디

등록 2008.04.12 19:04수정 2008.04.12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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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 눈부시다.”

 

세상은 온통 꽃 세상이다. 시선이 닿는 곳마다 가지각색의 꽃들이 환하게 웃고 있다. 벚꽃들이 손짓하고 있는가 하면, 노란 수선화가 어서 오라고 유혹하고 있다. 어디 그 뿐인가? 연분홍 진달래도 웃고 있고 빨갛게 핀 동백들도 뱅글뱅글 돌아가고 있다. 이런 화엄 세상에 시선을 잡는 꽃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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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잔디 ⓒ 정기상

▲ 하얀 잔디 ⓒ 정기상

 

  화려하지도 않다. 그렇다고 고운 색깔도 아니다. 색의 삼원색이라고 하는 빨강도 아니고, 노랑도 아니다. 물론 파랑도 아니다. 저마다 독특한 색상으로 자신을 나타내는 색을 우리는 유채색이라고 하고, 자신의 특징을 드러내지 않는 색깔을 무채색이라고 한다. 이런 무채색에는 검정색이 있고 하얀 색이 있다. 그리고 그 중간인 회색이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유채색을 사랑한다. 우선 눈에 들어오는 색깔이니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열정이 넘치는 붉은 색을 바라보게 되면 자신도 모르게 힘을 얻을 수 있어 좋아할 수밖에 없다. 세상의 그 어떤 색보다 빼어난 색은 노란색이다. 이에 반해 차분하고 냉정하게 세상을 볼 수 있게 해주는 색은 파란 색이다.

 

  꽃을 보면서 좋아하게 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꽃들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특성이 바라보는 이의 가슴에 힘을 불어넣어준다. 꽃은 그런 힘을 가지고 있다. 빨간 꽃을 보면서 열정의 힘을 확인하게 되고 노란 꽃을 통해 아름다운 세상을 확인하게 된다. 그래서 꽃이라면 모두 다 좋아한다. 살아가는 힘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사랑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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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렘 꽃봉오리 ⓒ 정기상

▲ 설렘 꽃봉오리 ⓒ 정기상

 

  하얀 꽃 잔디.

  보통의 꽃 잔디는 붉은 색이다. 세상을 온통 빨간 색으로 덮어버린 꽃을 바라보면 몸이 둥실 뜨는 기분을 가지게 된다. 그래서 작지만 아름다운 꽃 잔디를 사랑하게 된다. 그런데 빨간 색이 아니라 하얀 색의 꽃 잔디라니, 생소하다. 그런데 빨간 색의 꽃과는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가슴에 환한 빛으로 눈이 부시다.

 

  하얀 꽃을 바라보면서 필연적 만남을 생각하게 된다. 필연이란 이루어질 수밖에 없음을 의미한다. 약속하지 않았어도 확신하는 것이 필연이다. 아무런 의도가 없었어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것을 말한다. 우연처럼 다가오는 것이 필연이다. 살아오면서 필연이 삶을 좌우한다는 것을 체험하게 된다.

 

  하얀 꽃 잔디에서 왜 그런 느낌을 받았을까? 색깔들이 모두 다 모아지면 검정색이 된다. 모든 색깔의 합은 검정이 된다는 것은 모둔 색깔은 검정에서 나온다는 말과 같다. 그러나  빛의 색깔은 그와 반대다. 모든 빛이 하나로 모아지게 되면 색깔은 하얀 색이 된다. 극과 극은 통한다고 하였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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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 정해져 있는 ⓒ 정기상

▲ 운명 정해져 있는 ⓒ 정기상

 

  검정색과 하얀 색은 동일한 속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신기하기만 하다. 이 두 색은 극과 극이다. 그런데 똑 같다니, 놀라운 일이다. 하얀 꽃 잔디가 우뚝한 모습으로 다가오는 것이 바로 이런 이유는 아닐까? 하얀 꽃 잔디를 바라보면서 필연을 생각하고 우리 삶 또한 운명처럼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닐까? 하얀 꽃 잔디에 푹 젖었다.

덧붙이는 글 | 사진은 송광사에서

2008.04.12 19:04 ⓒ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사진은 송광사에서
#하얀 #꽃잔디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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