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복무의 희망 '블루랜드센터'

육군 31사단, '블루랜드' 운동으로 군 복무 부적응 병사들에게 희망 심어 줘

등록 2008.04.14 17:07수정 2008.04.14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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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말, 광주시 모 극장에 일단의 군인들이 몰려들었다. 그들은 광주·전남 지역의 향토방위를 담당하고 있는 육군 31사단의 블루랜드센터(Blue Land Center) 소속 군인들이었다. 모처럼 극장에 나들이 나온 병사들이 "행복한 꿈을 갖자! 아자!" "전우님 사랑합니다"를 큰 목소리로 외치며 서로를 포옹했다.

 

군에서 새로운 희망을 찾은 병사들. 그들이 그려오던 '꿈에 그린 병영'이 지금 육군 31사단 '블루랜드센터'에서 꽃을 피우고 있다.

 

정과 사랑으로 시작된 희망의 발걸음

 

지난 2006년 12월부터 운영된 육군 31사단 '블루랜드센터'는 성격·이성·건강·가정문제 등으로 군 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해 다른 병사들보다 지도와 관심이 필요한 병사들을 위한 곳이다.

 

서길원 31사 사단장(육사 34기)은 한 병사가 성격 결함으로 인한 우울증 증세와 군복무 부적응으로 삶을 비관하다 휴가 중 자살하는 사고가 발생하자, 자살 우려자를 조기에 식별하고 조치할 수 있는 체계적인 관리와 그에 따른 유형별 맞춤식 치료, 관리 등 인명사고 예방을 위한 특단의 조치와 대책을 강구했다.

 

그 결과 연대급 이하 지휘관의 병력관리에 대한 지휘부담을 경감하여 실질적인 전투준비·교육훈련에 전념할 수 있는 여건을 보장하고, 지휘부담 병사에 대한 사단 차원의 관리로 '아래를 보며 근무하자'는 취지로 블루랜드센터를 설치한다.

 

 제31보병사단장 서길원 소장이 군복무 부적응으로 특별관리중인 블루랜드 용사들을 대상으로 발을 씻어주면서 사랑을 표현하고 있다.
제31보병사단장 서길원 소장이 군복무 부적응으로 특별관리중인 블루랜드 용사들을 대상으로 발을 씻어주면서 사랑을 표현하고 있다.31사단
제31보병사단장 서길원 소장이 군복무 부적응으로 특별관리중인 블루랜드 용사들을 대상으로 발을 씻어주면서 사랑을 표현하고 있다. ⓒ 31사단

 

참고로 블루랜드(Blue Land)란 Blue Ocean(미개척지) + Land(육군)의 합성어로 '푸른 땅' '미개척지'란 의미로 이제까지 아무도 밟지 않은 창조적 세계이자 무한한 가치와 잠재력이 공존하는 시·공간적 개념이다.

 

31사단에서 2005년부터 시작된 '블루랜드' 운동은 모든 장병이 ▲ 나부터 잘하자! ▲ 끝까지 책임지자! ▲ 웃고 대화하자!는 3가지의 구호와 43개의 실천과제를 추진하고 있다. 간부들에게는 ▲ 서로 칭찬하자! ▲ 아래를 보고 근무하자! ▲ 야근을 없애자!는 슬로건 3개가 추가되어 실천되고 있다.

 

블루랜드센터는 입소자 개개인을 위한 맞춤식 교육과 퇴소 후에도 지속적으로 진행되는 추적관리 등으로 2007년에는 퇴소한 병사의 94%가 군 복무에 잘 적응하는 성과를 이뤄내기도 했다.

 

맞춤식 교육, 다양한 체험 활동으로 복무 부적응 해결

 

 광주시 북구 정신보건 센터 관계자에 의해 인성검사와 상담이 이루어지고 있다.
광주시 북구 정신보건 센터 관계자에 의해 인성검사와 상담이 이루어지고 있다.31사단
광주시 북구 정신보건 센터 관계자에 의해 인성검사와 상담이 이루어지고 있다. ⓒ 31사단

블루랜드센터에 입소하는 병사들은 먼저 개개인의 고충에 대해 설문 분석과 MMPI, 인성검사 등을 거쳐 유형별 맞춤식 상담을 받게 된다. 입소 후에는 더욱 전문적인 심리치료를 받게 되는데, 사단에서 실시하는 인성교육 프로그램을 비롯해 민간 전문가를 초빙해 의사소통 기술, 음악을 통한 창의력 향상, 신체를 이용한 리듬 만들기 등 과학적인 치료도 병행된다. 

 

또 부모님과 전화 상담ㆍ면회, 모범 분대장을 통한 밀착관리, 1:1 멘토제도, 웃음 7계명과 허깅(hugging) 생활화, 봉사활동, 세족식 등 사단에서 추진하는 다양한 프로그램 등을 실시한다.  

 

블루랜드센터의 입체적·과학적인 관리법은 복무적응에 큰 어려움을 보이던 병사에게 좋은 효과를 보이고 있다. 

 

2년간 짝사랑하던 여자에게 고백 후 거절당하자 심한 우울증과 자살시도로 블루랜드센터에 입소한 이모 상병은 상담 도중에도 뛰쳐나가 과격한 행동을 보이는 복무 부적응 병사였다. 그러나 24시간 밀착관리와 부모님과의 꾸준한 전화상담·면회, 각종 인성교육, 음악치료, 웃음 치료, 봉사활동 참여로 심리적 안정을 찾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이상병이 축구에 소질이 있다는 것을 알고 축구와 노래로 스트레소를 해소하도록 유도하면서 허깅을 통해 대인기피 증세를 완화시킬 수 있는 방법들을 병행했다. 결국 이상병은 현역 복무 부적합 심의를 취소해 달라며 건의했고, 원소속 부대로 복귀했다. 블루랜드센터는 입소한 장병들을 위해 손수 세족식을 진행하고 간담회를 가지기도 한다. 

 

서길원 31사단장은 "31사단의 블루랜드센터는 전군에서 31사단이 가장 모범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분야로써 사랑과 도움이 필요한 병사들의 애환을 해결해 주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며 "조직관리에 있어서도 항상 예하부대 지휘관의 지휘부담을 덜어주며, 오직 해안과 전투준비만을 생각하는 해안부대장이 되도록 아래를 보며 지휘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31사 병사들은 독거노인, 장애우 등을 대상으로 주1회 봉사활동을 실시하고 있다.
31사 병사들은 독거노인, 장애우 등을 대상으로 주1회 봉사활동을 실시하고 있다.31사단
31사 병사들은 독거노인, 장애우 등을 대상으로 주1회 봉사활동을 실시하고 있다. ⓒ 31사단
#블루랜드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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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와 국민을 위한 봉사자인 공무원으로서, 또 문학을 사랑하는 시인과 불우한 이웃을 위해 봉사하는 것을 또 다른 삶의 즐거움으로 알고 사는 청소년선도위원으로서 지역발전과 이웃을 위한 사랑나눔과 아름다운 일들을 찾아 알리고 싶어 기자회원으로 가입했습니다. 우리 지역사회에서 일어나는 아기자기한 일, 시정소식, 미담사례, 자원봉사 활동, 체험사례 등 밝고 가치있는 기사들을 취재하여 올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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