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불' 집 간고등어 정식, 특이하네!

[맛집 소개] 안동 중앙시장 골목식당에 있는 현진 한식

등록 2008.04.16 15:24수정 2008.04.16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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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 서후면 봉정사와 학봉종택, 간재종택을 돌아보고 안동 시내로 들어선다(아래 관련기사 참조).

 

일부러 시장을 찾은 것은 아니지만 사람들이 끓는 곳을 보니 중앙시장이다. 이미 주차장에는 시골 아낙네들이 나물들을 가지고 나와 보자기 위에 펼쳐 놓고 손님을 끌고 있다.

 

a  안동 중앙시장 건너편 주차장에는 장날이면 밭에서 캐 온 나물을 펼쳐 놓고 손님을 맞이하는  시골 아낙네들이 있어 장보는 맛을 더해준다.

안동 중앙시장 건너편 주차장에는 장날이면 밭에서 캐 온 나물을 펼쳐 놓고 손님을 맞이하는 시골 아낙네들이 있어 장보는 맛을 더해준다. ⓒ 이덕은

안동 중앙시장 건너편 주차장에는 장날이면 밭에서 캐 온 나물을 펼쳐 놓고 손님을 맞이하는 시골 아낙네들이 있어 장보는 맛을 더해준다. ⓒ 이덕은

 

한밤중에 목이 말라 냉장고를 열어보니

한 귀퉁이에 고등어가 소금에 절여져 있네

어머니 코고는 소리 조그맣게 들리네

어머니는 고등어를 구워주려 하셨나보다

소금에 절여놓고 편안하게 주무시는구나

나는 내일 아침에는 고등어구일 먹을 수 있네

어머니는 고등어를 절여놓고 주무시는구나

나는 내일 아침에는 고등어구일 먹을 수 있네

나는 참 바보다

엄마만 봐도 봐도 좋은걸

 

'어머니와 고등어'에서 김창완은 이미 냉장고 속의 고등어가 퍽퍽할 것이라 미리 짐작했나보다. 그러나 퍽퍽한들 어떠랴 그렇게 나를 사랑해주는 엄마가 있는데라며 슬쩍 눙쳐 버린다.

 

간고등어 구이는 안동댐 근처가 잘 한다고 하지만, 허기진 배는 그곳까지 찾아갈 엄두를 내지 못한다. 주차장 바로 곁 골목에 '현진한식. 안동 간고등어정식, 닭계장, 추어탕'이라 써있다. 고등어만 전문으로 하는 집이 아니라 망설여지기는 했지만 그게 뭐 대순가? 이런 음식도 먹고 저런 음식도 먹는 것이지.

 

a  낙원동 골목길을 연상케 하는 음식점 입구. 맞은 편에 화장실 알루미늄 새시문이 보인다.

낙원동 골목길을 연상케 하는 음식점 입구. 맞은 편에 화장실 알루미늄 새시문이 보인다. ⓒ 이덕은

낙원동 골목길을 연상케 하는 음식점 입구. 맞은 편에 화장실 알루미늄 새시문이 보인다. ⓒ 이덕은

 

골목으로 들어가니 정면에 보이는 막다른 벽에 알루미늄 새시로 만든 화장실 문이 보인다. 내심 '잘못 찾아 들어가는구나' 하지만, 마음과 다르게 빈 속은 발걸음을 재촉한다. 바로 곁 우측에 미닫이 유리문이 있는데 '문 열면 식당이시더. 어서 오이소'라고 써있다.

 

아마 식당인지 아닌지 긴가 민가 하는 사람이 나뿐만은 아닌가 보다. 드르륵 문을 열고 들어가니 초등학교 것 같은 신발장과 노란 비닐장판이 깔린 짧은 복도 그리고 다시 왼쪽으로 문. 지방에서는 가정집을 개조해서 만든 식당들이 많아 담벼락과 건물 사이 골목을 복도로 만든 이런 구조가 많긴 하지만, 문을 열고 들어가니 딸인 듯한 젊은 처녀가 배를 깎아 먹으며 누워서 티브이를 보고 있다가 손님을 맞는 데는 좀 질리지 않을 수 없었다.

 

a   유리문에 '문열면 식당이시더. 어서 오이소'라 써있다. 나처럼 긴가 민가 망설이는 사람이 많은가 보다.

유리문에 '문열면 식당이시더. 어서 오이소'라 써있다. 나처럼 긴가 민가 망설이는 사람이 많은가 보다. ⓒ 이덕은

유리문에 '문열면 식당이시더. 어서 오이소'라 써있다. 나처럼 긴가 민가 망설이는 사람이 많은가 보다. ⓒ 이덕은

 

이제는 빼도 박도 못할 상황이지만 여차하면 도망갈 요량으로 "저어, 혹시 여기 간고등어 정식도 되나요?"하고 물으니 된다며 저 안으로 들어가란다. 이제는 꼼짝없이 먹을 수밖에 없다. 그저 중간 정도나 되었으면 하고 속으로 빈다.

 

a   기대치도 않은 간고등어 정식. 떠-억 차려 나오는 밥상. 가짓수에 놀라고 맛에 놀라고, 가격(1인분 6천원)에 만족한다.

기대치도 않은 간고등어 정식. 떠-억 차려 나오는 밥상. 가짓수에 놀라고 맛에 놀라고, 가격(1인분 6천원)에 만족한다. ⓒ 이덕은

기대치도 않은 간고등어 정식. 떠-억 차려 나오는 밥상. 가짓수에 놀라고 맛에 놀라고, 가격(1인분 6천원)에 만족한다. ⓒ 이덕은

 

이윽고 나오는 반찬들. 배추김치, 냉이무침, 새우조림, 물김치, 고추 절임, 두부, 참나물, 굴무침, 고추전, 파래, 김, 멸치볶음이 나오고 주메뉴인 고등어 구이, 맛이 들어 간 된장찌개만 해도 됐다 싶은데 쇠고기가 들어간 고깃국까지 나오니, 기대하지도 않던 밥상에 한정식 못지 않게 떠-억 차려진 상이 나의 경망스러움을 탓하는 듯하다. 조심스럽게 하나씩 맛을 보니 가짓수로 구색만 맞춘 것이 아니어서 이제는 경상도 음식도 반열에 올려놓을 만 하다.

 

a  흰밥 위에 올려진 굴무침. 적당히 간이 밴 굴은 절로 입맛을 돋운다.

흰밥 위에 올려진 굴무침. 적당히 간이 밴 굴은 절로 입맛을 돋운다. ⓒ 이덕은

흰밥 위에 올려진 굴무침. 적당히 간이 밴 굴은 절로 입맛을 돋운다. ⓒ 이덕은

 

그러나 그 중에서도 가장 먹음직스럽게 보이는 것은 당연히 고등어 구이와 굴 무침인데, 우선 겉으로만 보아도 노릇노릇한 것이 군침이 돈다. 젓가락으로 한 점 떼어낼 때부터 뜨거운 김과 함께 촉촉함이 묻어 나오는 하얀 속살과 아삭한 껍질, 생굴을 사다 버무려 맛이 들기 시작할 때 상에 내어놓은 굴 무침은 흰밥 위에 올려놓으니 모양만으로도 입맛이 돈다.

 

a  그렇게 맛있게 먹고도 밥값은 후불(?)이라니!  이래서 더 잊지 못할 것 같다.

그렇게 맛있게 먹고도 밥값은 후불(?)이라니! 이래서 더 잊지 못할 것 같다. ⓒ 이덕은

그렇게 맛있게 먹고도 밥값은 후불(?)이라니! 이래서 더 잊지 못할 것 같다. ⓒ 이덕은

 

횡재한 기분으로 계산을 하며 명함을 하나 집어드니 사장 이름이 '김후불'이다. 맛있게 먹었는데 밥값까지 후불로 내라는 것은 아니지만 어찌됐건 재미있다.

 

참고로 바로 곁에 있는 안동중앙시장은 규모가 크다. 배속에 여유가 있다면 영양 가오리(양념된 가오리를 도시락에 초고추장과 함께 넣어 준다)와 안동식혜를 맛보거나 사오는 것도 괜찮을 듯 싶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닥다리즈포토갤러리 http://yonseidc.com 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안동 #간고등어 #현진식당 #김후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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