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돈! 돈 구경 가요

[글로 보는 박물관] 화폐금융박물관

등록 2008.04.27 10:39수정 2008.04.27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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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란 돈은 죄다 볼 수 있는 곳! 화폐금융박물관을 찾았다. 서울 지하철 1, 2호선 시청역 부근 한국은행 옆에 듬직한 모습으로 자리 잡은 화폐금융박물관. 고대부터 현재까지 다양한 국내외 화폐와 자료들이 모여 있는 곳이다.

고대 화폐부터 현재 화폐까지 한자리에


기원전 957년 고조선에서 자모전이란 철전이 사용되고 기원전 109년 마한에서 동전이 주조되긴 했으나 삼국시대까지는 금속 주화보다 쌀과 베 등 물품 화폐가 더 널리 쓰였다고 한다. 삼국시대에 물품화폐로 사용된 동제동물형장신구·동거울·금동제귀걸이 등도 볼 수 있다. 고려시대에 오면 둥근 동전 가운데에 사각형의 구멍이 뚫린 해동통보 등의 동전들이 등장한다.

조선시대까지 구멍 뚫린 동전들의 향연이 이어지는데 대형전·중형전·소형전으로 그 종류와 금액이 다양해졌다. 개항과 함께 구멍 없는 동전과 지폐가 발행되기 시작했다. 돈의 변화와 더불어 역사적인 사건들도 새록새록 되살아난다. 뿐만 아니라 광복 30주년 기념주화는 물론 세계박람회 등 국제행사 기념주화들도 모두 한자리에 모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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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화폐금융박물관 화폐광장 ⓒ 한국은행 화폐금융박물관


화폐는 왜 한국은행에서만 만드는 것일까?

금·은과 같은 귀금속 화폐들은 사용하다 보면 자연 마모와 훼손, 운반 불편 등의 불편이 초래되곤 한다. 그래서 17세기 영국에서는 금세공업자에게 금속화폐를 맡기고 예탁증서를 받아 돈 대신 사용하였는데 이 금세공업자들이 은행을 세워 경영하면서 예탁증서 대신 은행권을 발행하게 되었다. 은행권의 편리성을 알게 되면서 은행권을 금속화폐로 바꾸지 않고 계속 사용하는 사람들이 늘어나 은행권이 부족해졌다. 그러자 은행에서는 소유한 금속화폐 이상의 은행권을 시중에 유통시켰고 이로서 은행권의 가치가 하락하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화폐를 독점적으로 발행하는 중앙은행이 탄생한 것이다.

우리나라에 유통되는 돈은 모두 한국은행에서 발행한다. 한국은행에서 화폐의 그림을 정하고 도안을 마련한 후 숨은 그림과 은선 등의 위조방지 방법을 모색하여 디자인을 완성하면 조폐공사에서 화폐를 제작한다. 한국은행이 주문한 수량만큼만 조폐공사에서 만들어내는 것이다.


동전은 동전 크기로 만든 금속에 강한 압력을 가해 제작한다. 그렇다면 지폐는 어떻게 만들어질까?

우선 지폐의 재질부터 맞춰보자. 우리나라의 지폐는 무엇으로 만들어질까? ①종이 ②플라스틱 ③면 ④금속


정답은 3번이다. 잘 찢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 면 소재로 지폐를 만든다고 한다. 여기에 바탕도안과 인물, 위조방지 도안 등 여러 단계를 거쳐 인쇄가 이뤄지고 인쇄상태 검사를 통과한 지폐에만 은행권 기호와 인장이 찍히게 된다. 이렇게 완성된 지폐는 일정한 수량으로 묶여 한국은행 금고에서 쉬다가 시중 은행의 요구가 있을 때 세상으로 나가게 된다.

그리고 사람들 손에서 손으로 옮겨다니며 역할을 다하다가 낡고 손상된 돈들은 다시 한국은행으로 돌아와 최후를 맞이한다. 사용할 수 없게 된 돈은 잘게 부수어 폐기하게 되는데, 화폐 폐기물은 건물 바닥이나 차량 방진 패드 원료로 재활용된다. 이로써 화폐의 일생은 마무리되는 것이다.

지폐 위·변조 방지 장치 11가지

그렇다면 지폐의 위·변조 방지를 위한 장치는 과연 몇 가지나 될까? 흔히 알고 있는 은선 삽입과 홀로그램을 물론 색변환 잉크, 미세문자, 숨은 그림, 띠그림자 등 총 11가지의 위·변조 방지 장치가 지폐 한 장에 모두 들어 있다.

"진짜 돈입니다!"라는 기계음에 놀라 고개를 돌려보니 위조지폐 여부를 확인해주는 기계가 있었다. 자신이 갖고 있는 지폐를 직접 확인해볼 수 있다. 또 그 옆에는 불빛을 비추며 직접 위폐와 진폐를 비교해볼 수 있는 장치도 있다.

옆방으로 자리를 옮기니 금리가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제목의 만화가 그려져 있다. 금리라는 건 쉽게 말해 은행에서 주는 이자라 할 수 있는데 금리가 떨어지면 은행에 돈을 맡기는 사람들이 줄어들면서 소비가 늘어난다. 물품을 사려는 사람이 많아져 물품이 부족해지면 물가가 오르게 된다. 한편 기업의 입장에서는 은행에서 돈을 빌릴 때 지불해야 하는 이자가 낮아지는 셈이므로 은행의 돈을 이용하여 투자가 늘어나게 된다. 또 국내에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할 경우 해외로 자금이 유출되게 된다.

그 맞은편에는 통화에 대한 만화와 사진이 붙어 있고 설명도 쓰여 있다. 시중에 돈이 많아지면 돈의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에 같은 돈으로 살 수 있는 물품의 양이 현저히 줄어든다. 즉 물가가 오르게 되는 것인데 이렇게 물가가 계속해서 오르는 것을 '인플레이션'이라 한다.

과거 독일에서 인플레이션이 극심하여 마르크화의 가치가 1조분의 1로 하락했다. 아이들이 돈다발로 벽돌쌓기 놀이를 하며 놀고 있는 모습이 사진으로 남아 있을 정도다. 사람들은 원하는 물품을 사기 위해 커다란 돈 가방 안에 마르크화를 넣어 수레로 운반했다. 인플레이션이 얼마나 극심했으면 심지어 100조 마르크 지폐도 등장했단다.

여기에서는 커다란 풍선 안에 뜨거운 바람을 불어넣으면서 하늘을 나는 기구를 물가에 비유한 게임도 해볼 수 있다. 돈의 유입을 조절해서 물가라는 기구를 적정 높이로 유지시키는 게임이다.

화폐로 보는 세계사 명장면

1층 관람을 마치고 2층으로 향했다. 화폐로 보는 세계사 명장면과 기획전을 보기 위해서다. 전시장 입구에 쉴 수 있는 의자가 마련돼 있었는데, 의자 안에 잘게 썬 지폐 가루가 가득 채워져 있었다. 2~3인용 긴의자 하나에 돈 가루 19kg(약 1800만 원어치)이 들어 있단다.

'화폐로 보는 세계사 명장면'은 탐험과 모험, 독립과 건국, 전쟁, 미지의 세계 정복, 혁명, 공존과 번영 등 총 여섯 개의 섹션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동방견문록>의 주인공 마르코폴로(이탈리아)부터 미국 초대 대통령인 조지 워싱턴, '광명의 천사' 나이팅게일(영국), 세계 최초로 에베레스트에 오른 힐러리(뉴질랜드), 러시아의 혁명가 레닌, 이스라엘을 건국한 모세까지 지폐와 동전에 새겨진 인물들이 저마다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었다. 이렇듯 화폐 속에는 한 시대를 풍미한 수많은 인물들의 모습이 담겨 있어 살아 있는 역사책이라 할 수 있다.

화폐 속 인물과 동·식물을 책처럼 만들어 넘기며 볼 수도 있으며 화폐 속 문화유적과 여러 국가의 다양한 화폐 도안들도 살펴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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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화폐금융박물관 체험학습실 ⓒ 한국은행 화폐금융박물관


재미있게 배우는 돈의 가치

2층에는 화폐와 관련된 체험기구들이 많은데 금속판을 기계에 넣고 돌리면 동전 모형이 찍혀 나오는 압인기도 있고, 동전 모양의 도장도 찍을 수 있다. 알쏭달쏭 화폐퀴즈와 어느 나라 화폐인지 맞추는 게임기도 있어 아이들과 함께 체험하기에도 좋을 듯하다.

또 직접 화폐 속 인물이 되어볼 수도 있다. 지폐 이미지 안에 자신의 얼굴을 넣고 사진을 찍을 수 있는데, 500원을 넣으면 출력하여 기념으로 가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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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화폐금융박물관 모형금고 ⓒ 한국은행 화폐금융박물관


1층으로 내려오는 길. 2층과 1층 사이에서 모형금고를 발견했다. 금고 안으로 들어가니 마치 짐을 잔뜩 쌓아놓은 창고에 들어온 기분이었는데 짐 대신 돈이 잔뜩 쌓여 있었다. 그 옆방에서는 국제표준 금괴 모형도 볼 수 있었다. 화폐금융박물관에는 화폐뿐만 아니라 돈을 세거나 일정 금액으로 묶고, 돈 상태와 종류를 확인하는 화폐 관련 기기도 전시돼 있다.

화폐금융박물관의 입장료는 무료다. 하지만 옛 한국은행 건물 안에서 만나게 되는 화폐의 탄생과 죽음, 그리고 화폐 속에 담긴 역사는 결코 가볍지 않다. 가볍게 여겼던 돈의 가치를 다시 한 번 느끼게 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 화폐금융박물관 02-759-4881~2

덧붙이는 글 | 시각장애인을 위한 격월간 잡지 <손끝으로 읽는 국정> 4월호 게재


덧붙이는 글 시각장애인을 위한 격월간 잡지 <손끝으로 읽는 국정> 4월호 게재
#글로 보는 박물관 #한국은행 #화폐금융박물관 #한국점자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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