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몰민들의 아픈 흔적

등록 2008.04.21 12:02수정 2008.04.21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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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품속같이 항상 따뜻하고 포근하게 맞이해 주는 곳이 고향이다. 그런데 고향을 찾아갈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 남북으로 허리가 잘리는 바람에 명절이 다가오면 북녘의 하늘을 쳐다보며 고향을 그리워하는 이산가족이나 강줄기를 막아 댐을 건설하며 고향이 물속에 잠긴 수몰민들의 현실이 그러하다.


대청댐이 건설되며 강변의 옥답과 인심 좋은 이웃을 잃은 사람들도 많다. 그냥 정부에서 하라는 대로 해야만 되는 줄 알았기에 보상가가 낮아도 시위 한 번 못했고, 멀리 경기도 평택시 포승읍 원정리까지 떠나 정착한 사람들도 있다.

2005년 충북인뉴스에서 대청댐 수몰민 집단 취락지를 소개했었다. 문의면 덕유리가 고향인 김학규씨가 ‘졸업식’ 노래를 개사해 불렀다는 이주민의 노래가 그 기사로 알려졌는데 수몰민들의 애처로운 마음을 대변한다.

잘있거라 고향산천 정든고향아 선조님 저희들은 떠나갑니다. 물려주신 재산으로 토대를 삼아 남보다 지지않게 살으렵니다. 잘있거라 고향산천 정든 고향아 우리들은 서로서로 헤어집니다.

울컥 고향이 그리운 날은 물 속에 잠긴 고향마을 위로 산그늘이 맑게 드리우고 있는 모습을 호숫가에서 바라보다가 스치는 바람결에 그리움을 묻고 떠나는 수몰민의 가슴은 천 갈래 만 갈래로 찢어질 것이다. 그러하기에 고향을 물에 묻은 수몰민들의 애환을 짧은 글로 표현하기도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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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물터 물가의 우물터가 덩그러니 모습을 나타냈다. ⓒ 변종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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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치 미처 챙겨가지 못한 펜치가 녹이 슨 채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 변종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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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아리 조각 깨진 항아리의 조각도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 변종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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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담 누구네 집의 울타리였던 돌담이 물과 어울리고 있다. ⓒ 변종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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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청호의 죽은 나무 초석 몇 개와 물속의 죽은 나무로 봐 마을이 있던 곳이다. ⓒ 변종만


대통령 별장이었던 청남대에서 바라보면 호수 건너편에 있는 대전광역시 황호동 쪽 산들이 평화스럽다. 하지만 이곳에도 수몰민들의 애환이 서려있다.


물 건너편으로 청남대의 본관과 오각정, 골프장의 그늘막이 한눈에 보이는 이곳은 청남대가 개방되기 전에는 군부대가 주둔하며 출입을 통제하던 지역이다. 호수의 물이 빠지면 이곳에 수몰민들의 아픈 흔적인 마을의 자취가 모습을 드러낸다.

물가에 덩그러니 놓여있는 우물터, 주인이 미처 챙겨가지 못해 녹이 슨 채 방치되어 있는 펜치, 역사의 현장을 지키고 있는 깨진 항아리의 조각, 누구네 집의 행복을 지켜주는 울타리였던 돌담이 호수의 푸른 물과 어울리며 수몰민들의 슬픈 마음을 드러내고 있다. 물가에 있는 초석 몇 개와 물속의 죽은 나무들도 이곳에 마을이 있었음을 알려준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미디어다음과 뉴스보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미디어다음과 뉴스보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대청호 #수몰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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