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활 떠나는 대학생들... "미친 소, 우리가 막겠다"

[현장] '한미 쇠고기 협상 규탄 집회' 시작으로 농촌 가는 광운대 학생들

등록 2008.05.02 15:38수정 2008.05.16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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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활을 떠나기 전 광운대 본관 앞에 보여 '한미 쇠고기 협상 규탄'기자회견을 여는 학생들 ⓒ 광운대 사회대 학생회


2일 오전 11시 서울 광운대학교 캠퍼스, 학생들은 밀짚모자에 깃발을 휘날리며 농촌활동(농활)을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 화창한 봄날인데 야외로 떠나는 학생들의 표정이 사뭇 진지하다. 농활을 처음 간다는 08학번 새내기인 정미란(20)씨는 "농민들이 미국산 쇠고기 개방 문제로 힘들다"며 "우리가 당장 해결해 주진 못하더라도 마음으로나마 도와야겠다는 심정으로 참가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매년 봄이 오면 어김없이 떠나는 대학생들의 농촌활동. 올해는 뜻을 더 보탰다. 경북 의성군으로 떠나는 농활대 200여명의 학생들은 농촌활동 발대식을 겸해 '한미 쇠고기 협상 규탄 집회'를 열고 "봄 농활을 우리의 먹거리와 국민 건강권을 지키는 계기로 삼자"며 목소리를 높였다. "값싸고 질좋은 쇠고기 공급"이라는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을 풍자하는 퍼포먼스도 진행돼 눈길을 끌었다.

"직접 농촌 체험해서 쇠고기 협상 문제점 몸으로 느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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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활 떠나기 전 본관앞에 모여 '한미 쇠고기 협상 무효화'를 외치는 광운대 학생들 ⓒ 송주민


올해 농활대 총대장을 맡은 광운대 안중현 부총학생회장은 "미친 소들이 우리나라로 쳐들어오는 것에 가장 밀접한 관계가 있는 우리 농민들을 만나서 함께 체험해보면 느끼는 점이 많을 것"이라며 "한미 FTA, 그리고 쇠고기 협상이 왜 심각한 문제인지 말로 듣고 글로 읽기보다 직접 체험하는 속에서 깨달아 갔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광운대 강민욱 총학생회장도 "사회가 혼란스러울 때마다 항상 앞장서서 문제를 풀어갔던 것이 우리 대학생들"이라며 "우리 한국사회의 앞날을 좌지우지할 한미 쇠고기 협상과 FTA를 저지토록 우리 농활대가 앞장서자"고 주장했다.

행정학과에 재학 중인 하상우(21)씨는 "단순히 일을 도우러 가는 것이 아니다"고 전제한 뒤, "젊은 대학생들과 농촌과의 연대관계도 돈독히 하고, 어려움에 처한 농민 분들의 아픔과 고통을 같이 느껴보자는 차원에서 가게 되었다"고 말했다.

"젊은이들이 나서서 광우병 분노의 물결 모아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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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켓을 들고 쇠고기 협상을 비난하는 광운대 학생의 모습 ⓒ 송주민


정부의 쇠고기 협상을 규탄하는 대학생들의 목소리도 매서웠다.

민주노동당 광운대 학생위원장 강병찬씨는 "정부의 협정을 통해 애완 사료로도 쓰지 않는 30개월 이상 뼈있는 미국산 쇠고기도 우리 식탁에 올라오게 되었다"며 "온 국민이 나서서 대통령 직선제를 쟁취했듯이 지금 일고 있는 광우병에 대한 분노의 물결을 모아내기 위해 젊은이들이 앞장서자"고 외쳤다.

컴퓨터공학과에 재학 중인 현승철(20)씨도 "아예 소고기를 안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농촌의 어려운 문제는 예전부터 대두되는 문제였지만 이번에는 대통령께서 워낙 크게 일을 벌이셔서 걱정이다"며 혀를 찼다. 이어 "대통령이 농촌을 살리겠다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니 우리라도 나서야하지 않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강민욱 총학생회장도 "이명박 대통령은 질 좋고 값싼 쇠고기 제공을 장담하고 있지만 국민들이 불안해하고 있는 광우병 문제에 대해서는 일언반구의 언급도 안하고 있다"며 "미국 축산업자조차 광우병 위험이 높다고 스스로 인정한 30개월 이상의 쇠고기까지 수입해 주기로 양보한 이명박 정부는 정부로서 자격이 없다"고 성토했다.

풍자극도 이어져... 마지 못해 미국 쇠고기 먹은 이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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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산 쇠고기를 먹고 이마에 '꽃을 단' 이명박 대통령을 풍자하는 학생들 ⓒ 광운대 사회대 학생회

이명박 대통령의 "우리 국민도 값싸고 질 좋은 쇠고기를 먹을 수 있어야 한다"는 발언에 대한 풍자극도 이어졌다.

"내 말에 대해 국민들 분노가 심하다면서? (억지로 먹는 표정을 지으며) 내가 한번 먹어 보겠다."

이명박 대통령으로 변장한 학생이 이와 같이 말했고, 시식하는 모습을 직접 확인하게 위해 취재진들이 몰려들었다. 이 대통령은 마지못해 미국산 쇠고기를 입에 넣었고, 그 순간 이마에 꽃을 단 '광년이'로 둔갑했다. 그리고 어느덧 두 다리에는 힘이 풀렸다.

이 광경을 보고 분노한 학생들은 순식간에 몰려들어 미국산 소와 쇠고기를 산산조각 냈다.
#광우병 쇠고기 #농촌활동 #농활 #광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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