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에 맞서는 현대판 홍길동들, 바로 우리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리뷰어 26명의 집단평가 분석

등록 2008.05.08 18:38수정 2008.05.08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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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명의 리뷰어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집단평가하다

a  <삼성왕국의 게릴라들>(프레시안북)

<삼성왕국의 게릴라들>(프레시안북) ⓒ 프레시안북


도서포털 리더스가이드의 리뷰어 26명은 4월 한 달간 <삼성왕국의 게릴라들>(프레시안북)의 집단평가에 참여했다.


2007년 10월 29일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김용철 변호사의 공익 제보를 토대로 한 기자회견을 열어 '삼성문제'를 공론화 시키고, 4월 22일 삼성이 특검의 최종발표에 근거한 이른바 '쇄신안'을 발표하기까지 6개월의 시간 동안 신문지면에 세를 놓다시피 자주 언급되었다. 마치 한편의 스릴러물을 보는 것처럼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 삼성의 국면을 지켜보던 국민들도 순환출자니 샘플비니 하는 복잡한 이야기에 잔뜩 주눅이 들었다.

인터넷 언론매체 프레시안은 삼성문제에 투신한 일곱 게릴라들인 김용철 변호사,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김상조 교수, 노회찬, 심상정 의원, 이상호 MBC 기자, 김성환 삼성일반노조 위원장을 취재해 책으로 출간했다. 서평 이벤트 기간이 삼성국면의 최대 반전인 특검발표와 쇄신안의 시간과 겹치기 때문에 리뷰어들은 다양한 주제로 확장하며 리뷰를 작성했다.

삼성에 비판적인 기사를 내보낸 일부 언론에 광고 거부와 소송 등으로 막대한 손해를 안긴 삼성의 대언론관을 꼬집는 독자가 있는가 하면, 친삼성인사의 친삼성공약과 이에 따른 친삼성정책(대표적으로 금산분리 완화 등)을 지적한 부분은 삼성문제의 다른 측면을 보여주고 있다.

서평단이 관심을 둔 내용을 요약하면 ▲ '삼성문제'에 관한 신뢰할 만한 출판물이 탄생한 의미 ▲ '언론' 보도와 '책' 출간의 차별성에 대한 비판적 접근 ▲ '삼성'이라는 프리즘으로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광범위한 문제점과 모순 고발 ▲ 생활인으로서 삼성문제에 대한 자신의 인식수준 고찰과 독자 개인이 할 수 있는 역할 모색 등으로 압축된다.

삼성 비판서 탄생의 의미와 과제


리더스가이드 아이디 'jade'는 "이런 책이 출판되었다는 것 자체는 우리 사회의 성역을 깨뜨리는 계기로서 긍정적이다"고 호평했다. 복잡다단한 삼성 문제에 열정적으로 투신한 일곱 게릴라의 인터뷰라는 단순한 의미를 넘어서 언론(이상호), 정치(심상정, 노회찬), 경제민주화(김상조), 노동문제(김성환), 내부고발 문제(김용철)라는 키워드에 인물들을 대입함으로써 삼성문제의 요체를 온전히 담아냈다는 점이 이 책의 대표적인 미덕이라는 평가다.

아이디 '구르믈버서난달처럼'은 "각 인물을 중심으로 사건을 입체적으로 재구성하였을 뿐만 아니라, 약간의 논평이 덧붙어 삼성문제를 유기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해주었다"고 평가했다.


덕분에 아이디 '지유니'는 "삼성문제에 무관심하거나 추상적으로 알고 있던 사람들에게 큰 흐름을 알 수 있게 해주었다"고 칭찬했다. 이벤트에 참여한 리뷰어들 중에는 아이디 '지유니'와 같은 입장의 독자가 많기 때문에 자신이 이 문제에 대해서 무지했다는 자평이 자주 읽혔다.

반면 언론보도와 출판의 차별적 관점에서 이 책을 비판하는 리뷰어도 적지 않았다. 아이디 '승주나무'는 이 책이 "탐사보도와 인터뷰의 틀에 맞췄기 때문에 시의성을 잃었거나 지적 욕구를 만족시키는 데 어느 정도 한계가 있었다"고 기록했다. 때문에 "새로운 문제제기나 출판의 차별성이 다소 부족하다"는 것이다.

때문에 아이디 '오로지관객'도 "자꾸 반복돼서 식상하다는 느낌을 받았다"는 비판과 함께 "편집의 묘를 살렸으면 좋겠다"고 요청했다.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았다.

아이디 'affectus'는 그것은 "일종의 복습 효과로 읽을 수 있다"며 이러한 논의를 재반박했다. 결국 출판과 언론보도의 경계에서 매우 뜨거운 쟁점이 전개되었는데, 판단은 독자의 몫이며 출판에 문을 두드리는 언론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고 할 수 있다.

삼성 앞에 서 있는 '나'

자신이 모르던 분야에 대해서 알게 되는 것은 독자의 즐거움이다. 더군다나 전혀 생각지 못했던 점이 밝아졌을 때 독자는 매우 큰 자극을 받는다. 이는 <삼성왕국의 게릴라들>을 받아든 리뷰어들의 대체적인 반응이었다.

아이디 '지유니'는 "삼성 문제가 곧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문제라는 점을 비로소 알게 됐다"고 말했다. 때문에 삼성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은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모순과 불합리를 해결하고 또 하나의 바른 축을 세우는 작업"이 될 것이라고 했다.

보다 격정적인 반응도 있었다. 아이디 '흐르는 강물'은 "정말 우리는 아니 난 너무 무지했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아이디 '호의은행'은 좀 다른 부분에서 놀라움을 나타냈다. "솔직히 대기업의 편법증여는 새로울 것도 없고 놀랍지도 않지만, 재경부, 금감위, 공정위, 국세청이 보여준 모습은 정말 해도 너무한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흥미로웠던 점은 삼성맨에 대한 삼성 안팎의 묘한 분위기다. 자신을 삼성맨이라고 소개한 한 독자는 "예전에는 삼성에 다닌다고 하면 사람들이 대단하다고 하는 눈빛이 강했는데, 요즘에는 그런 눈빛과 동시에 '비리'를 떠올리는 것 같아 왠지 부끄러울 때가 많다"고 속내를 밝혔다.

주변에 삼성에서 일하는 친구나 선후배가 많다고 밝힌 아이디 '행인'은 "스스로 삼성 제일주의에 빠질 만큼 대단한 자긍심을 가지고 있던 친구 회사의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즉 "그 힘들다는 삼성전자에 입사한 신입들이 공무원이나 공사 등을 위한 준비를 한다"는 소식을 간간히 접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상전벽해가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삼성의 실체 앞에 서 있는 한 사람으로서 독자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아이디 '파란흙'은 "삶에 찌들리고 오랫동안 강요되는 온숨함에 길들여져 그러려니 하고 지나갔던 것들을 이처럼 피를 토하듯 파헤치고 고쳐보자고 나서는 사람들"에게 할 수 있는 것은 "조그만 지지를 보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디 '멜기세덱'은 엉뚱하게도 KBS에서 인기리에 종영된 <쾌도 홍길동>의 비유를 들어 "살아남은 노승과 곰이를 통해, 그리고 홍길동을 기억하는 많은 민중들의 가슴속에 홍길동은 영원히 살아있다"는 말과 함께 "어느 세상에나 홍길동은 있다"고 결론맺었다. 삼성에 맞서는 현대판 홍길동들과 이 홍길동들을 그리워하는 시민들이 있다는 것이 소중한 자산이라는 것이다.

독자만이 가지고 있는 까칠함을 한껏 드러낸 독자도 있었다. 아이디 'drumset'은 한 영화 <공공의 적>을 패러디한 이웃 블로거의 글을 인용하며 리뷰의 결론으로 삼았다. 그것을 이 글의 결론으로 삼아도 좋겠다. 누군가 말했다. 약자인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걸쭉한 농담과 독한 조롱, 우스꽝스러운 해학이라고.

바꾸자. 조용히 말하면 안 듣는다. "삼성아, 그러지마라. 형이 비자금 만든다고 패고 국민 우롱한다고 패고, 어떤 이씨 부자는 불법으로 살아가길래 기분나뻐! 그래서 패고, 그렇게 형한테 맞은 놈들이 사열종대 앉아 번호로 연병장 두 바퀴다."(아이디 '잉크냄새' 글)

한편 리더스가이드와 영풍문고, 프레시안북 출판사는 5월 9일(금요일) 저녁 7시에 영풍문고 종로점에서 리뷰어와 일반 독자들을 초대해 '저자와의 대화'를 연다.

모두 강연에서는 일명 '심삼성'으로 불리는 심상정 진보신당 공동대표와 대표적인 경제양심수였던 김성환 삼성일반노조위원장이 연사로 나서며, 책을 엮은 프레시안 특별취재팀은 토론에 참여한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 삼성은 무엇으로 한국 사회를 지배하는가

프레시안 엮음, 손문상 그림,
프레시안북, 2008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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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놀이 책>, <인문고전으로 하는 아빠의 아이 공부>, <공자, 사람답게 사는 인의 세상을 열다> 이제 세 권째네요. 네 번째는 사마천이 될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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