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선의원들이 국회에 돌아온 이유

한미FTA 처리하려다 '쇠고기 국회'에 맹공... 이명박 대통령, '후회막급'

등록 2008.05.12 13:10수정 2008.05.12 20:04
0
원고료로 응원
 4월 11일 청와대 조찬회동에서 악수하는 이명박 대통령과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

4월 11일 청와대 조찬회동에서 악수하는 이명박 대통령과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 ⓒ 청와대 제공

4월 11일 청와대 조찬회동에서 악수하는 이명박 대통령과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 ⓒ 청와대 제공

 

총선 직후인 지난 4월 11일,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를 만난 이명박 대통령은 "5월에 임시국회를 열어 민생 현안 처리를 서둘러 달라"고 요구했다. 과반수가 넘는 153석을 얻은 기세로, 한미FTA(자유무역협정) 인준안, 출총제 폐지를 골자로 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과 함께 여야가 지난 2월 임시국회에서 합의했으나 처리 못한 30여 개의 민생법안을 17대 국회에서 마무리짓겠다는 것이었다.

 

통합민주당은 당혹스러웠다. 소속 의원들이 대거 낙선했기 때문이다. 손학규 당대표는 "국회소집을 압박하지 말라"고 했고, 원내 사령탑인 김효석 원내대표는 "헌정 사상 선거 직후 국회가 소집된 경우가 없다, 다분히 정치적 접근이다, 50% 이상의 현역의원이 낙선했는데 과반을 과연 국회로 끌어낼 수 있겠느냐"고 볼멘소리를 했다.

 

그러나 "17대 국회 임기는 5월 31일까지인데 국회의원의 의무를 방기한다면 세비를 반납하는 게 옳다"는 명분을 이길 수 없었다. 김효석 원내대표는 "그렇다면 차라리 4월부터 하자"고 했고,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지난 4월 25일 임시 국회의 문을 열었다.

 

낙선의원들의 마지막 활약 무대... 정부 '졸속협상' 사실상 인정

 

다음 국회 개원협상이나 하면서 시간을 보냈을 시기에, 이렇게 해서 헌정 사상 처음으로 국회가 열렸다.

 

처음 예상은 "낙선자들이 나오지 않을 텐데 회의가 제대로 되겠느냐"는 것이었다. 그런데 4월 18일, 한미간의 '미국산 쇠고기 전면수입' 협상타결이 발표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중고생을 중심으로 한 청계천의 촛불부대가 여의도를 압박한 것이다.

 

이는 '중도'를 표방하는 민주당과 '왼쪽' 민주노동당, 한나라당보다 더 '오른쪽'인 자유선진당이 국회라는 마당을 통해 '쇠고기 협상에 대한 장관고시 연기' '쇠고기 재협상 촉구결의안', '정운천 장관 해임 결의안' 등에 공조하게 만들었다.

 

a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이 지난 7일 국회 농림해양수산위원회에서 열린 쇠고기시장 전면개방 진상규명 및 대책 마련을 위한 청문회에서 정운천 농림해양수산부 장관에게 질의를 하고 있다.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이 지난 7일 국회 농림해양수산위원회에서 열린 쇠고기시장 전면개방 진상규명 및 대책 마련을 위한 청문회에서 정운천 농림해양수산부 장관에게 질의를 하고 있다. ⓒ 유성호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이 지난 7일 국회 농림해양수산위원회에서 열린 쇠고기시장 전면개방 진상규명 및 대책 마련을 위한 청문회에서 정운천 농림해양수산부 장관에게 질의를 하고 있다. ⓒ 유성호

15대·16대 국회 같았으면 이맘때 쯤 국회의사당 주변에 얼굴을 보이지도 않을 낙선자들에게도 마지막 장이 열렸다.

 

민주당의 장영달·정청래 의원은 대정부질문에 나서 한승수 총리,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에게 맹공을 가했다. 쇠고기 문제의 담당 상임위인 농림해양수산위원회 청문회에는 총선에 불출마한 서재관 의원과 공천을 받지 못한 신중식·이영호 의원 등이 모두 나섰다.

 

국회가 열리지 않았다면, 농해수위 차원에서 정·장관을 불러 따질 수 있었겠지만, 집중도는 크게 떨어졌을 것이 분명하다. 이번 '쇠고기 파동'이 낳은 최대 스타인 강기갑 의원이 폭로한 '30개월 미만 월령제한 조건 고수' '한국인, 광우병에 민감' 등의 내용을 담은 농림부의 지난 9월 문건도 농해수위 청문회를 통해 증폭되면서 파장이 더욱 커졌다.

 

국회의 공세 속에 쇠고기 협상의 한국측 수석대표였던 민동석 차관보는 협상 타결안에서 '미국에서 광우병 발생하면 한국은 수입을 중단한다'는 조항이 빠진 이유에 대해 "국제수역사무국(OIE)에 관련 조항이 없어서 신경을 쓰지 못했다, 상황이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정운천 장관은 "광우병 발생시 수입중단' 방침을 밝혔다. 사실상 졸속협상임을 자인한 것이었다.

 

역시 애초 예정돼 있던 것이었기는 하지만 13일과 14일에 열리는 통일외교통상위원회의 한미FTA청문회도, 국회가 열려있지 않았다면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을 것이다. '장사'가 된다고 생각한 민주당은 통외통위의 원래 멤버 중 6명을 빼고 대신 낙선자인 최재천·윤호중 의원 등을 배치했다.

 

"국회 열어준 이 대통령에게 감사해야 할 지경"

 

a  자유선진당 권선택, 통합민주당 김효석, 민주노동당 천영세 원내대표가 지난 8일 국회에서 미국산 쇠고기수입과 관련 야3당 원내대표 회담을 하기 앞서 악수하고 있다.

자유선진당 권선택, 통합민주당 김효석, 민주노동당 천영세 원내대표가 지난 8일 국회에서 미국산 쇠고기수입과 관련 야3당 원내대표 회담을 하기 앞서 악수하고 있다. ⓒ 남소연

자유선진당 권선택, 통합민주당 김효석, 민주노동당 천영세 원내대표가 지난 8일 국회에서 미국산 쇠고기수입과 관련 야3당 원내대표 회담을 하기 앞서 악수하고 있다. ⓒ 남소연

 

한미FTA 비준안을 처리하기 위해 '실용국회'를 열자고 했던 이 대통령으로서는 난감한 상황이 돼 버렸다. 

 

쇠고기 문제가 부각되면서 한미FTA 비준은 더 멀어졌다. 민주당 당론과는 달리 17대 국회에서 한미FTA를 비준해야 한다던 손학규 대표마저도 "말을 꺼내기가 어려워졌다"고 하는 상황이 됐다.

 

김효석 원내대표는 아예 "쇠고기문제에 대해 재협상을 안 하면, 한미FTA는 없다"고 선언했다. 이제 며칠 남지 않은 17대는 물론이고, 한나라당이 과반이 넘은 1당이 되는 18대 국회에서도 한미FTA비준이 쉽지 않게 된 것이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자유선진당까지 합쳐 야3당이 공조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 이번 국회를 열어준 이 대통령에게 감사해야 할 지경"이라면서 "이 대통령은 국회 소집을 요구한 것을 후회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 당이 총선 참패에서 벗어나 활력을 얻는 계기가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관련기사 | 미국 쇠고기 수입 후폭풍]

"우릴 막아보겠다고? 이명박 정부 가소롭다"

'촛불' 끄려는 교육청 "휴대폰 문자 보고하라"

운동권이 원더걸스에 밀린 까닭은?

"한국에서 대기 중인 미 쇠고기 5300톤을 찾아라"

미국이 거부한 '가장 위험한 고기' 한국에 온다

[동영상] 개그맨 노정렬의 이명박-노무현 성대모사

2008.05.12 13:10ⓒ 2008 OhmyNews
#이명박 #쇠고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겁나면 "까짓것" 외치라는 80대 외할머니 겁나면 "까짓것" 외치라는  80대 외할머니
  2. 2 한국 의사들의 수준, 고작 이 정도였나요? 한국 의사들의 수준, 고작 이 정도였나요?
  3. 3 대세 예능 '흑백요리사', 난 '또종원'이 우려스럽다 대세 예능 '흑백요리사', 난 '또종원'이 우려스럽다
  4. 4 오빠가 죽었다니... 장례 치를 돈조차 없던 여동생의 선택 오빠가 죽었다니... 장례 치를 돈조차 없던 여동생의 선택
  5. 5 영부인의 심기 거스를 수 있다? 정체 모를 사람들 등장  영부인의 심기 거스를 수 있다? 정체 모를 사람들 등장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