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못해서 글쎄, 잘 할지 모르겠네..."

[신바람건강운동교실①] 운동교실을 열며

등록 2008.05.20 18:55수정 2008.05.21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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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신바람건강운동교실 어르신들이 노인체조를 하고 있는 모습

신바람건강운동교실 어르신들이 노인체조를 하고 있는 모습 ⓒ 이인옥

▲ 신바람건강운동교실 어르신들이 노인체조를 하고 있는 모습 ⓒ 이인옥

 

“할머니, 제가 신바람 건강운동교실을 열려고 하는데 참여하실 생각 있으세요?”

“그게 뭔데?”

 

“네, 농번기인데도 불구하고 몸이 불편하여 일을 못하시는 어르신들께서 혼자 집에서 무료한 시간을 보내고 계시잖아요. 그래서 그분들이 함께 모여서 노래도 부르고 운동도 하고 저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시라고 시간과 장소를 제공하려고요. 어르신들께서는 이곳까지 걸어오시기만 하면 되는데 어떠세요?”

“잘 못해서 글쎄, 잘 할지 모르겠네….”

 

자신이 생기지 않는지 한참을 머뭇거리신 후에야 참여하시겠다고 답한다. 운동이 필요한데도 몸이 불편해 잘 실천하지 못하는 어르신들에게 전화도 하고 직접 설명도 해, 12명의 명단을 확보할 수 있었다.

 

a 신바람 건강운동 교실 모습 건강증진실에 신바람 건강운동교실을 열기 위한 준비를 하면서  한껏 찍는 모습

신바람 건강운동 교실 모습 건강증진실에 신바람 건강운동교실을 열기 위한 준비를 하면서 한껏 찍는 모습 ⓒ 이인옥

▲ 신바람 건강운동 교실 모습 건강증진실에 신바람 건강운동교실을 열기 위한 준비를 하면서 한껏 찍는 모습 ⓒ 이인옥

 

언제부턴가 막연하게 농번기에 홀로 계신 어르신들과 좋은 시간을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왔다. 그런데 어떻게 해야 할지 엄두가 나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인터넷을 검색하여 건강박수에 대한 자료를 찾았다. 그리고는 웃음치료에 관한 자료, 노인체조 순으로 자료를 찾다 보니 내가 직접 배워서 운영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다시 인터넷을 검색하여 나에게 필요한, 웃음치료와 노인체조 등을 배울 수 있는 교육프로그램을 찾았다. 그리고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연수를 받고, 오늘(19일) 그 교실의 문을 열었다. 오후 3시부터 시작인데 오늘은 첫 시간인 관계로 2시까지 오시라고 말씀드렸다. 출석점검과 혈압, 혈당 등 기초 검사를 하기 위해서다.

 

오후 2시가 다가오자 긴장이 됐다. 혹 어르신들이 안 오시면 어쩌나 조바심이 난다. 이것저것 자료를 준비하면서도 시선은 자꾸만 창밖을 주시하고 있다. 잠깐 동안인데도 시간이 길게 느껴지는 건 초조한 마음 탓이리라. 그때 마당으로 할머니 한 분이 걸어오신다. 어찌나 반갑던지…. 뒤 이어 같은 마을에 사시는 또 한분의 할머님이 오신다. 이 분은 독거노인으로 혼자 살고 계신다.

 

두분의 혈압, 혈당, 콜레스테롤, 체중 등을 재드리고 녹차를 한 잔씩 권했다. 시간은 2시가 막 넘어서고 있다. 할머니들과 웃으며 대화를 나누면서도 마음은 영 불안하다. 그렇게 한참이 지나고 나서야 동네 별로 모여서 방문하시는 어르신들이 오셨다. 현관문을 활짝 열어드리며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그런데 어떻게 소문을 들었는지 명단에 기재된 분들 외에 다른 어르신들께서도 찾아주셨다. 기쁜 일이지만 협소한 공간이 문제였다.

 

a 치매 예방 댄스 짠짜라 음악에 맞춰 치매 예방 댄스를 하고 있는 모습

치매 예방 댄스 짠짜라 음악에 맞춰 치매 예방 댄스를 하고 있는 모습 ⓒ 이인옥

▲ 치매 예방 댄스 짠짜라 음악에 맞춰 치매 예방 댄스를 하고 있는 모습 ⓒ 이인옥

 

출석체크와 기초검사를 마쳤다. 그런데 장소가 협소해 건강증진실에 모여 앉은 어르신들이 큰 동작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일단 큰 소리로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인사를 드리고는 모이신 어르신들께도 옆 사람과 인사를 나누도록 했다.

 

처음이라 어색한지 목소리가 자꾸만 움츠러든다. 그래서 따라하시라고 하고는 목청을 높여,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선창을 한다. 이어 "당신 멋져!", "당신 최고!"하고는 서로 마주보고 "당신을 사랑합니다"하면서 안아 주도록 했다. 처음치고는 분위기가 괜찮다 싶다.

 

그 여세를 몰아 여덟까지 건강박수를 쳤다. 큰 소리로 숫자를 세면서. 참 잘하신다. 이어 스트레칭과 치매예방체조(짠짜라)를 하곤, 서울구경 음악에 맞춰 간단한 율동을 했다. 그러고선 '차차차'란 노래를 함께 불렀다. 비록 몸 따로 마음 따로, 동작이 서툴지만 열심히 참여하시는 어르신들의 모습에 감사한다.

 

처음에 멋쩍어서 목소리도 작고 동작도 작게 하시던 어르신들께서 음악이 나오자 적극적으로 따라 하신다. 그리고는 "재밌네"라며 한 말씀 툭 던지신다. 그 한 마디에 보람을 느끼며 정리운동으로 신바람 건강운동교실 첫 수업을 마쳤다.

 

어르신들께서 돌아가시고 난 빈 공간에 앉아 오늘 첫 시간을 되돌아본다. 생각해 보니 더 잘할 걸 하는 아쉬움과  어설프지 않았나 싶은 생각이 든다. 수요일 두 번째 시간에는 더 준비를 철저히 하여 어르신들의 신명나는 모습을 보고 싶다. 신바람 건강운동 교실 두 번째 시간을 준비하며 "난, 잘 할 수 있어" 다짐하며 아자! 아자! 파이팅을 외쳐본다.

 

덧붙이는 글 | sbs u포터에도 송고합니다.

2008.05.20 18:55ⓒ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sbs u포터에도 송고합니다.
#신바람건강운동교실 #노인체조 #보건진료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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