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우 안산 석수초등학교 선생이 16일 오후 방과후 학생들과 함께 학교생활 및 방과후 생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유성호
지난 16일 안산 석수초등학교에서 만난 박상우 선생님은 "안산 선부2동은 반월공단 비정규직 노동자로 일하는 부모님들이 많다"며 "삶에 찌든 어른들이 제대로 아이들을 챙길 겨를이 없기 때문에 방치되는 경향이 많은 것 같다"고 우려했다.
이어 "부모님의 조력을 받지 못한 채 홀로 지내는 아이들은 기초학력 수준이 많이 떨어진다"며 "부모의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아이들이 간혹 범죄에 노출되거나 범죄에 가담하게 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사회가 나서서 이 아이들을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기도 안산시 선부동. 이 동네는 '선녀와 나무꾼' 설화의 배경이 됐던 곳이다. 조선시대에는 안산군 관내에서 최초로 5일장(산대장)이 섰을 만큼 북적대던 곳이다.
일제와 한국전쟁, 산업화 이후에는 반월공단과 시화공단을 축으로 공단지대가 형성됐다. 1982년 수도권정비계획법에 따라 구로공단에서 안산 공장지대로 이주한 사람들이 본격적으로 터전을 일구고 살기 시작했다.
'구로동 벌집'을 닮은 옛 주택들. 방 하나, 부엌 하나, 공동화장실 시스템의 주택들 가운데는 최대 18가구까지도 산다. 사람들은 이런 집들을 '토끼장 형태'라고 이름붙이기도 했다. 선부2동 전체주민은 2만7000명. 가구 수는 1만2249가구다. 절반 이상이 단독가구다. 독거노인의 비율이 높고, 소년소녀가정, 한부모 가정의 밀집도가 높다.
인구의 5.6%가 기초생활수급자인 선부2동은 안산에서 3번째로 수급자가 많이 사는 동네다. 월세도 안산지역에서 제일 싸다. 보증금 50만원에 월 15만원이 평균. 사정이 이러니 조금만 돈이 생기면 너도나도 떠나려는 동네가 됐다. 따라서 이주도 잦다. 전출입신고에 따른 전입학도 자주 발생한다. 엄마들은 1명이라도 더 급식비를 지원해주는 학교를 찾아 '위장전입'도 감행한다. 강남 땅 투기꾼들과는 전혀 다른 이유지만, 이 동네에도 위장전입은 있다.
"급식비 못 내요" 한 반에 1/3... 과천은 모든 초등학교가 급식비 무료안산 선일초등학교 교사 이호득씨는 '선부동 아이들' 얘기를 꺼내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공단점수 때문에 이 학교에 왔지만 학생들로부터 오히려 공동체를 배우고 있다고 했다. 단 하나 바람이 있다면, 아이들이 급식비 못내는 것 때문에 상처받지 않고 배불리 밥을 먹었으면 하는 것이란다.
"매월 몇몇 친구들에게 봉투를 나눠주면 아이들이 벌써 눈치 채요. 급식비 내라는 청구서구나. 저도 그거 줄 때 속이 불편하지요. 그동안 누가 한 번도 묻지 않아서 말할 기회가 없었는데요. 우리 아이들, 급식비 안내고 밥 좀 편안하게 먹게 해주시면 안 될까요. 한 반에 급식비 못 내는 애들이 1/3정도 돼요. 오늘 점심에 콩나물밥이 나왔는데 어찌나 잘 먹던지. 우리 아이들에게 정말 따뜻한 점심 한 끼 공짜! 안 될까요?"
이웃도시 과천은 전체 초등학생들에게 무료로 학교급식이 제공된다. 가난하거나 부자이거나 관계없이 모두 똑같이 공짜로 학교급식을 먹는다. 따라서 매월 급식비 청구서를 받아들고 선생님 눈치, 친구 눈치 보면서 무거운 마음으로 귀가할 이유도 없다.
공단지역 특성상 부모님들이 일찍 출근하기 때문에 아이들이 아침밥을 굶고 등교하는 경우도 있다. 아침밥을 차려주지 못하는 부모님들은 간혹 용돈을 주시는데, 애들은 이 돈으로 학교 근처에서 불량식품이나 과자를 사먹는다. 건강에 좋을 리 없지만 애들은 그냥 먹는다.
수철(13)이와 수정(10)이도 비슷한 처지에 있다. 동네 소형마트에서 일하는 엄마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일하고 100만원을 받는다. 아빠는 택시운전을 하는데 월급이 40만원이다. 엄마 말로는 세금과 4대 보험 떼면 20만~25만원선이란다. 매일 2만~3만원을 벌어오지만 아빠 술값 하면 끝이다.
수철이 엄마는 아침밥은 물론 저녁밥도 못 챙겨줄 때가 많다며 손톱을 물어뜯었다. 애들끼리 있을 때는 주로 저희들끼리 라면을 끓여 끼니를 때운다고 했다. 월세 35만원 내고, 수철이 학원비 5만원 내고나면 한 달이 휘청한다고 했다. 저축은 엄두도 못 내고 한달 벌어 한달 쓰기 바쁘단다. 수철이 엄마 김연실(39)씨 얘기다.
엄마들이 집을 나가버린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