닮은꼴 사학비리 고발자 2인의 마지막 운명은?

영덕여고 비리 고발한 김중년씨에 '해고부당' 판결... 동일여고 조연희 교사는

등록 2008.05.20 17:32수정 2008.05.20 17:32
0
원고료로 응원
a 김중년씨와 그의 복직을 결정한 행정소송과 민사소송 판결문 행정법원에서는 해고가 정당하다고 했지만 고등법원과 대법원에서 해고가 무효라고 결정하고, 민사소송에서도 해고 무효 결정이 났다.

김중년씨와 그의 복직을 결정한 행정소송과 민사소송 판결문 행정법원에서는 해고가 정당하다고 했지만 고등법원과 대법원에서 해고가 무효라고 결정하고, 민사소송에서도 해고 무효 결정이 났다. ⓒ 김행수


지난 3월 13일 대법원은 사립학교의 비리를 폭로하는 글을 인터넷에 올린 이유로 해고된 경북 영덕여고 전 행정실 직원 김중년씨에 대한 해고가 부당하다는 확정 판결을 내렸다. 김중년씨는 이로써 길고 긴 복직 싸움에 종지부를 찍고 학교로 돌아갈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뒤이어 지난 4월 24일 대구지법은 해고무효 확인 등의 민사소송에서 "해고 무효와 동시에 그동안의 미지급 임금과 이자까지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김중년씨는 경북 영덕여고 행정실 직원으로 있던 지난 2004년, 박아무개 교장의 공금 횡령을 폭로했다. 이 사건으로 교장은 횡령 등의 유죄 선고를 받고 학교에서 쫓겨났으며 이사 전원이 퇴진했다. 하지만, 김중년씨는 '학교 비리 내용을 교육청 홈페이지 등에 올려 학교 명예를 훼손했다'는 이유로 해고됐다.

지난 19일 교육과학부(이하 교과부)는 맑고 투명한 MEST(Ministry of Education, Science and Technology)를 위한 '클린365'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그 주요 내용 중 하나가 바로 '학교 내부 공익 신고 활성화'다. 교과부는 ▲공익 제보자의 신분 보호 ▲부패 신고 포상금 제도의 법제화 ▲신고 센터의 설치 ▲국민감사제도 등을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동안 사립학교 교사는 학교 비리를 고발하더라도, 현행 부패방지법상 사립학교가 공공기관이 아니라는 이유로 공익 제보자로 인정받지 못해 사학재단에 의해 해고 등 신분상 위협을 당해 온 것이 사실이다. 대표적 예가 앞서 언급된 김중년씨와 동일여고의 조연희 교사다.

부패없는 맑고 투명한 교과부를 만들겠다는 '클린 365'가 제대로 기능하여 사학 마피아라는 오명을 벗고, 학교 비리 고발자를 실질적으로 보호하기 위해선 사학비리를 폭로했다가 해고된 사립학교 교사들을 먼저 구제해야 한다.

김중년씨와 조연희 교사의 닮은꼴 인생


김중년씨 보다 먼저, 그러나 그와 똑같은 길을 가다가 해고되어 현재 재판을 받고 있는 또 다른 이가 바로 서울 동일여고 조연희 교사다.

김중년씨가 학교장의 횡령 등 비리를 교육청에 고발하였다가 해고된 것과 마찬 가지로 동일여고의 조연희 교사 역시 학교장과 이사장 등의 비리를 고발하였다가 학교로부터 파면당했다. 영덕여고 교장이 사법부에 의해 횡령 유죄 선고를 받았고 동일여고 이사장 역시 졸업생들의 동창회비를 횡령한 혐의로 대법원 유죄 판결을 받았다.


2005년 12월 김중년씨와 조연희 교사는 신분상의 위협을 무릎 쓰고 사립 학교의 비리를 폭로하여 이를 바로잡은 공로로 UN이 정한 국제반부패의 날에 국가청렴위원회가 후원하고 한국투명성기구에서 수여하는 투명사회상을 수상하였다. 이후 국가청렴위원회는 지속적으로 "사립학교의 내부비리 고발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를 마련하라"고 정부와 교육부에 권고하였다.

김중년씨도 1심 행정법원에서는 해고가 정당하다는 판결을 받았다. 그러다 고등법원에서부터 "해고는 징계 재량권 남용"이라는 해고 무효 판결을 받아서 결국 대법원에서 복직 판결을 받았다. 조연희 교사는 오는 22일 서울 고등법원 선고를 앞두고 있다.

김중년씨와 조연희 교사를 비롯한 수많은 사립학교의 내부비리 고발자들이 비슷한 길을 걸어가고 있다. 그들은 '해고'라는, 교사로서는 사형선고와도 같은 위협을 무릎쓰고 아이들과 교육을 위하여 그 고난의 길을 스스로 선택하여 여기까지 걸어왔다.

똑같은 과정을 걸어온 김중년씨와 조연희 교사의 마지막 운명도 똑같을 수 있을까? 오는 22일 서울고등법원의 결정은 사립학교 내부 비리 고발자에 대한 우리 사회와 사법부의 인식을 판단할 수 있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민중의소리에도 송고하였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민중의소리에도 송고하였습니다.
#조연희 #김중년 #사학내부고발자 #클린 365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한국 교육에 관심이 많고 한국 사회와 민족 문제 등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합니다. 글을 읽는 것도 좋아하지만 가끔씩은 세상 사는 이야기, 아이들 이야기를 세상과 나누고 싶어 글도 써 보려고 합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깜짝 등장한 김성태 측근, '대북송금' 위증 논란 깜짝 등장한 김성태 측근, '대북송금' 위증 논란
  2. 2 김건희·채상병특검법 부결, 여당 4표 이탈 '균열' 김건희·채상병특검법 부결,  여당 4표 이탈 '균열'
  3. 3 '명품백 불기소'에 '조국 딸 장학금' 끌어온 검찰 '명품백 불기소'에 '조국 딸 장학금' 끌어온 검찰
  4. 4 [이충재 칼럼] 윤 대통령, 너무 겁이 없다 [이충재 칼럼] 윤 대통령, 너무 겁이 없다
  5. 5 한국만 둔감하다...포스코 떠나는 해외 투자기관들 한국만 둔감하다...포스코 떠나는 해외 투자기관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