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노릇하기 힘든 시대

[새벽산책-3] 뻐꾸기 새 울음에 대한 명상

등록 2008.05.22 15:14수정 2008.05.22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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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명 속에 날아온 뻐꾸기 새 울음소리 ⓒ 김찬순

▲ 여명 속에 날아온 뻐꾸기 새 울음소리 ⓒ 김찬순
새벽 다섯시, 산책나온 동네(청사포) 골목길에 뻐꾸기 한마리 전선 위에 앉아 뻐꾹 뻐꾹 울어대는 걸 만났다. 뻐꾸기는 깊은 산중의 새가 아닌가. 전선 위에 앉아 처량하게 여명 속에서 엄마를 찾는 듯 울었다.
 
뻐꾸기는 다 알고 있는 것처럼 알을 낳은 뒤에 미련 없이 떠나는 새이다. 그 뻐꾸기 둥지에 남은 알들은 다른 새들이 깃들어 살면서 키운다고 한다. 그러나 새끼를 버려두고 떠난, 탁란의 아픔에 뻐꾸기 새울음은 더욱 아름답고 처량하다고 했던가.
 
현대 사회는 자식은 자식 노릇하기 힘들고 부모는 부모 노릇을 하기 어려운 시대이다. 과거에는 부모를 위해 자식을 버렸으나, 요즘은 자식을 위해 부모를 먼 이국 땅에 여행 시켜준다고 데리고 가서 버리고 오는 시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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뻐꾹뻐꾹 울어대는 엄마 찾는 뻐꾸기일까 ? ⓒ 김찬순

▲ 뻐꾹뻐꾹 울어대는 엄마 찾는 뻐꾸기일까 ? ⓒ 김찬순

 

뻐꾹뻐꾹 애타게 도심의 골목길에 와서 우는 뻐꾸기 울음소리가 내 귀에는 부모를 내 버리고 온 이의 울음소리처럼 들린다. 그러나 여명의 푸른 하늘은 아무 대답이 없다. 어쩜  뻐꾸기가 향긋한 찔레꽃 향기에 날아와서 노래를 부르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사람들이 새가 노래하는 것을 운다고 느끼기에 우는 것인지, 새들은 모두 행복한 노래를 부르는 것인지 모르겠다. 

 

아름다운 뻐꾸기의 노래가 흐르는 골목길에서, 약간 특별한 풍경을 만났다. 신문배달은 자전거나 오토바이로 하는 것은 많이 봤으나, 세상에 자가용을 몰고 신문배달하는 젊은 30대로 보이는 아주머니를 만났다.

 

어두컴컴한 차창 안에, 제법 많은 조간 뭉치가 쌓여 있고 아주머니는 굳게 셔터 내린 가게 안에 신문을 넣고 차를 몰고 사라졌다. '신문 배달해서, 기름 값이 더 많이 나오지 않을까 ?' 나는 내 일처럼 걱정이 되었다. 분명 모르긴 몰라도 젊은 엄마는, 이른 새벽에 일어나 신문배달을 하는 것은, 자신을 낳은 부모를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이 낳은 아이들을 위해서라는 것이 충분히 짐작이 되는 것이다. 내가 아는 친척 중에도 맞벌이 부부가 있는데 두 아이의 교육비가 너무 많이 들어서, 직장 생활을 하면서도 이른 새벽 우유 배달 등 때에 따라 야간 아르바이트 자리를 갖고 있다. 요즘처럼 부모들이 부모 노릇하기 힘든 시대가 있을까.

 

사람들은 대부분 결혼을 하면 자식을 낳고, 그제야 부모가 된다. 그러나 그 낳은 자식이 부모가 되기 전에는, 그 부모의 깊은 사랑의 마음을 알 수 없을 것 같다. 비롯 자식을 버린 부모가 있다고 하더라도, 부모는 언제나 자식을 생각하는 마음까지 버릴 수는 없는 것이다. 저 아픈만큼 성숙한 아름다운 노래를 부르는 뻐꾸기처럼 말이다.

2008.05.22 15:14 ⓒ 2008 OhmyNews
#뻐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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