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후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비상시국대표자회의에 참석한 시민사회단체·네티즌단체·정당 대표자들은 우비만 걸친 채 갑자기 내리는 비를 고스란히 맞고 있었다. "고시철회·전면재협상"이라 적힌 손팻말도 이미 비에 젖어 흐물거렸다.
그러나 모인 이들의 결의는 높았다. 아직까지도 문제의 본질을 인정하지 않는 이 정부에 대한 답답함도 자리하고 있었다.
홍하일 국민건강을 위한 수의사연대 위원장은 "우비를 잘못 입으면 단추를 다 풀고 처음부터 다시 입어야 한다"며 "왜 처음부터 잘못된 것을 다시 할 생각은 않고 한 국가의 장관이 다른 나라 회사 사장에게 애걸해야 하는지, 일개 대사한테 '과학 공부'나 더 하라는 소리나 듣는지 모르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오종렬 한국진보연대 대표는 "비가 내렸을 때 흘러가는 방향이 각각 반대방향일 경우 그 경계를 '분수령'이라고 한다"며 "이명박 정부는 그 분수령에 서 있다"고 평했다. 오 대표는 "이명박 정부는 자신의 상전이 대한민국 정부인지, 미국 정부인지 어서 빨리 결정해야 한다"며 "더 이상 기묘한 속임수를 통한 시간 유예는 통하지 않는다"고 경고했다.
"분수령에 선 이명박 정권... 자신의 상전이 누구인지 결정해라"
오 대표의 말처럼 이명박 정부는 '분수령'에 서 있다.
한 달이 넘도록 국민들은 정부를 비판하며 촛불을 들어올렸다. 예상 외의 반발에 정부는 당황하며 계속 헛다리만 짚어댔다.
변명의 허점은 금세 간파 당했고 임기응변식 대책은 하루도 채 되지 않아 낱낱이 해체됐다. 궁지에 몰려 600명에 가까운 시민들을 연행해갔지만 시민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닭장차투어'에 자원하고 있다. 대학생들은 동맹휴업에 나서고 있고 민주노총은 총파업을 결의하고 있다. 사회 각계에서 이어지는 비상시국선언 역시 이명박 정부에게 있어 부담스럽기 짝이 없다.
그렇게 '한미 쇠고기 협상 무효·고시 철회·전면 재협상'은 이제 그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역사의 흐름으로 자리잡았다.
강민욱 한국대학생연합 의장은 "우리는 이를 항쟁으로 본다"고 말했다. 강 의장은 "항쟁을 항쟁답게 하기 위해 대학생들은 동맹휴업을 시작했다"며 "부산·경남 지역 4개 대학, 서울 지역 5개 대학 뿐만 아니라 나머지 대학교에서도 수업 거부 등의 행동을 취해가고 있다"고 전했다.
김민영 참여연대 사무처장도 "아마 이명박 대통령이 몇몇 장관 및 수석들을 교체하는 등 인적쇄신을 통한 국면전환을 꾀할 테지만 우리는 이를 거부한다"며 "방법은 오직 내각 총사퇴와 전면재협상이다"고 단언했다.
"그동안 부동산 투기 등 도덕적 문제가 됐던 장관과 청와대 비서관이 20명이 넘고, 한미 쇠고기 협상을 책임져야 할 실무자들만 10명이 넘는다. 장관 몇 명을 교체한다고 이 문제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이 대통령 스스로가 문제를 인식해야 한다. 6월 10일까지 갈 필요도 없다. 6일, 7일, 8일 72시간 동안 시민들의 항쟁으로 이 문제를 깔끔히 마무리 지어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 국민 뜻 거부하면 위임했던 국민 주권 회수하자"
서울시청에 모인 정치인들도 이들과 마찬가지로 끝까지 함께 할 것을 다짐했다. 또 끝까지 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고민들도 하나둘씩 내놓았다.
임종인 전 의원은 대전 시민들이 4.19 혁명, 87년 6월 항쟁 이후 21년 만에 다시 거리로 나섰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는 이명박 대통령의 상위 5%만을 위한 정책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이를 근본적으로 바꾸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끝장날 때까지 이 현장을 떠나지 않겠다"고 결의했다.
심상정 진보신당 공동대표는 "이명박 대통령이 매를 부르고 있다"며 "이 대통령이 계속 국민들의 뜻을 거부한다면, 선거를 통해 위임한 국민주권을 회수하는 운동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미국과의 재협상 내용은 민관합동으로 가이드라인을 정해 정부에 제시해야 할 것"이라며 후속대책에 대한 고민을 진행할 것을 제시했다.
천영세 민주노동당 대표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둘러싼 싸움이 서서히 막바지로 가는 것이 느껴지지만 이제부터가 중요하다"며 "앞으로 이명박 정권과 미국과의 싸움이 본격화될 터인데 좀 더 심도 있는 고민과 논의를 할 수 있는 체계가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반성하기도 했다.
그는 "지금까지 국민대책회의가 수동적으로 이에 임했지만 이제야말로 막바지 물꼬를 내기 위해서라도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한다"며 국민대책회의의 적극적 행동을 촉구하기도 했다.
"국민이 가는 곳이 길이며 국민이 있는 곳에 승리가 있다"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을 반대하는 국민대책회의 주최로 4일 오후 서울 시청 앞 광장에서 비상시국대표자회의를 열고 참석자들이 미국산 쇠고기 전면 재협상을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유성호
▲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을 반대하는 국민대책회의 주최로 4일 오후 서울 시청 앞 광장에서 비상시국대표자회의를 열고 참석자들이 미국산 쇠고기 전면 재협상을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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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날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비상시국회의에 참석한 시민사회단체 대표들은 시청 앞에 천막을 펴고 비상 농성에 돌입했다.
앞서 국민대책회의는 이날 비상시국선언을 통해 "광우병 사태를 해결하는 길은 모든 기만책과 폭력탄압을 즉각 포기하고 국민의 요구에 고개를 숙이는 것이고 국민대책회의가 발표한 7가지 최소안전기준에 따라 즉각 재협상에 나서 이를 철저히 이뤄내는 것"이라며 정부의 각성을 촉구했다.
더불어 "국민이 가는 곳이 길이며, 국민이 있는 곳에 승리가 있다"며 오는 5일에서 8일까지 진행되는 72시간 연속 국민행동과 6월 10일 100만 촛불항쟁에 국민들이 적극 참여해줄 것을 호소했다.
2008.06.04 16:58 | ⓒ 2008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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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입사. 사회부·현안이슈팀·기획취재팀·기동팀·정치부를 거쳤습니다. 지금은 서울시의 소식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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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0 전에 72시간 시민항쟁으로 깔끔히 끝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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