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활 타오르는 불기둥 위에 선 연주대

[사진 속 풍경을 찾아] 과천에서 오른 관악산

등록 2008.06.13 15:59수정 2008.06.13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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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한장의 사진으로 내게 다가온 연주대

한장의 사진으로 내게 다가온 연주대 ⓒ 전용호


11일 서울에 일보러 가는 길에 관악산을 올라보기로 하였다. 가끔 사진으로만 보던 벼랑위에 선 암자의 모습을 직접 눈으로 보고 싶은 마음이 너무나 간절하였다.

아침 일찍 수원으로 출발하였다. 기차 밖으로 보이는 들녘은 모내기가 한창이다. 지나가는 풍경으로는 더 없이 아름다운 풍경이다. 하지만 무논에 열심히 모를 심고, 하나라도 더 거둬들이려고 빠진 곳을 찾아다니는 모습은 농촌 삶의 고단한 일상을 보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으로 다가온다.


수원역에서 내려 전철을 타고 과천으로 향했다. 산행하기에는 늦은 시간이지만 관악산 정상까지 한시간 정도면 올라간다기에 걸음을 재촉하여 관악산 입구에 도착했다. 아직 뜨거운 여름이 아닌데도 입구 계곡에서는 물놀이가 한창이다. 아! 엊그제 꽃구경하러 다녔는데.

입구에는 과천향교가 자리 잡고 있으며, 등산로는 계곡을 따라 올라간다. 시에서 등산로 정비를 잘했는지 아니면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올라 다녔는지 길은 무척 편안하게 올라간다. 시원한 물소리를 들으며 한적한 산길을 30여분 올라가니 약수터가 나온다. 물맛이 시원하다.

과천이란 도시는 복 받은 도시라는 생각을 한다. 서울 근교에 있으면서 번잡하지 않고, 정부청사가 있어 행정중심도시다. 관악산이라는 명산과 함께 이렇게 좋은 계곡을 갖고 있으니 부러울 게 없어 보인다. 조금 더 올라가니 산장이 나온다. 말이 산장이지 아무런 편의시설이 없는 대피소 정도다.

a 연주암 등산객들이 마루에 앉아 쉬어가고 있다. 편안해 보인다.

연주암 등산객들이 마루에 앉아 쉬어가고 있다. 편안해 보인다. ⓒ 전용호


a 삼층석탑 탑 위에 소원을 담은 작은 불상들을 올려 놓았다.

삼층석탑 탑 위에 소원을 담은 작은 불상들을 올려 놓았다. ⓒ 전용호


한 시간 정도 왔을까? 커다란 석축위에 절집이 보인다. 연주암(戀主庵)이다. 석축 사이 계단으로 올라서니 마당에 삼층석탑이 서 있고, 대웅전이 보인다. 커다란 건물(요사)이 두개나 있다. 암자라기보다는 절에 가깝게 보인다. 경치가 좋다. 낮은 담장너머로 산 아래가 펼쳐진다. 암자 마루에서 휴식을 취하는 산행객들이 편안해 보인다. 삼층석탑에는 많은 소원을 기원한 작은 불상들을 올려놓았다.

연주대로 가는 길은 또다시 계단길이다. 바쁘게 걸었는지 다리가 아프다. 정상이 보이니 쉬엄쉬엄 올라간다. 나무들 사이로 작은 암자가 보인다. 사진으로만 보던 연주대(戀主臺)다.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활활 타오르는 불기둥 위에 작은 돌로 바닥을 다지고 암자를 지었다. 어찌 보면 커다란 파이프 오르간 위에 피아노를 얻어 놓은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연주대라고 불렀을까?


a  활활타는 불꽃 모양 같기도 한 바위기둥 위에 자리잡은 연주대

활활타는 불꽃 모양 같기도 한 바위기둥 위에 자리잡은 연주대 ⓒ 전용호


a 연주대 연주대를 감싸고 있는 바위. 그 안에 감실을 만들고 불상을 안치하여 놓았다.

연주대 연주대를 감싸고 있는 바위. 그 안에 감실을 만들고 불상을 안치하여 놓았다. ⓒ 전용호


연주대는 신라 문무왕 17년(667년)에 의상대사가 관악사를 건립할 때 함께 건립하여 의상대(義湘臺)로 불리다가, 관악사와 의상대를 연주암과 연주대로 고쳐 불렀다고 한다. 조선 개국 후 고려에 대한 연민을 간직한 사람들이 이곳에 들러 개성을 바라보며, 고려의 충신열사와 망해버린 왕조를 연모했다고 하여 연주대라고 불렀다고도 한다.

점점 다가가는 산 정상. 한 시간 반 정도 올랐을까? 정상에는 커다란 바위위에 작은 바위가 비스듬히 기대고 있었다. 그 위에 관악산(冠岳山)이라고 한자로 멋들어지게 써 놓았다. 정상(629m)에 서니 한강이 흐르는 서울 시내가 보인다. 과천 시내도 보인다. 울타리로 싸인 군 시설물과 기상대 건물, 여러 개의 안테나는 관악산 정상을 어지럽게 포위하고 있다.


a 관악산 정상 정상은 커다란 통으로 된 바위다.

관악산 정상 정상은 커다란 통으로 된 바위다. ⓒ 전용호


a 얻혀진 작은 바위 원래 저 자리에 있었을까?

얻혀진 작은 바위 원래 저 자리에 있었을까? ⓒ 전용호


정상 바위에 앉아 낮게 깔린 하얀 도시를 바라본다. 서울이라는 도시는 항상 나를 거부하는 도시로 다가온다. 멀리서 바라보는 도시. 그 속에는 촛불이 활활 타오르고 있지만 적막감만이 온 몸을 감싸 앉는다. 비둘기 한마리가 다가온다. 아무것도 없는데. 물 한병 달랑 들고 올라왔는데. 미안하다.

정상에 올라온 김에 놀래 주려고 친구에게 전화를 했다.

“나. 관악산 정상이다.”
“어 오랜만이다. 근데 어쩐 일이냐.”
“서울 왔다가 시간이 남아 관악산 구경 왔다.”
“야! 그렇게 갈 데가 없더냐.”

에이. 나는 어렵게 왔는데 촌놈이라고 무시하네. 니들이야 매일 보니까 싱거울지 모르겠지만 나는 큰 맘 먹고 올라 왔는데. 친구 놀래 주려다가 괜히 무안만 당했다.

a 정상에 서면 서울시내가 하얗게 내려다 보인다.

정상에 서면 서울시내가 하얗게 내려다 보인다. ⓒ 전용호


a  정상 주변에 안테나와 군사시설물이 자리잡고 있다.

정상 주변에 안테나와 군사시설물이 자리잡고 있다. ⓒ 전용호


a 연주대 응진전이라는 현판을 달고 있으며, 두세명 들어서면 가득찰 것 같은 작은 건물이다.

연주대 응진전이라는 현판을 달고 있으며, 두세명 들어서면 가득찰 것 같은 작은 건물이다. ⓒ 전용호


바위에는 왜 그렇게 이름을 남기고 싶어 하는지 많은 이름을 새겨놓았다. 사랑의 표시까지도. 근데 이 사람들 사랑이 이루어졌을까? 연주대에 들러 합장을 하고 가족들의 건강을 빌어본다.

덧붙이는 글 | 과천역에서 7번 출구로 나오면 관악산 가는길이라는 표지가 보입니다. 정상까지 한시간 반정도 걸리며, 정상에는 연주대가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과천역에서 7번 출구로 나오면 관악산 가는길이라는 표지가 보입니다. 정상까지 한시간 반정도 걸리며, 정상에는 연주대가 있습니다.
#연주대 #관악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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